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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재약산 흑룡폭포
 밀양 재약산 흑룡폭포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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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깔로 물든 가을이다. 이 아름다운 계절을 하루라도 더 붙들어 두며 오래 기억하고 싶은 요즘, 새송죽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밀양 재약산 수미봉(1108m)과 천황산 사자봉(1189m) 산행을 떠나게 되었다.

지난 7일, 오전 8시 마산 경남은행본점서 출발하여 표충사(경남 밀양시 단장면)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20분께. 우리는 옥류동천을 끼고 단풍이 곱게 물든 산길로 들어섰다. 이따금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오소소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옛사람들이 숯을 만들었다는 숯가마터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가을이 그리는 풍경에 흠뻑 젖은 채 걷다 보니 어느새 흑룡폭포에 이르렀다. 위아래로 소가 있는 2단폭포이다. 접근이 어려운 협곡에 위치해 있어 그런지 마치 깊은 산속에 숨겨진 신비스러운 폭포 같았다. 남몰래 짝사랑하는 심정이 이런 것일까. 그 아름다운 풍광만큼이나 가까이 다가가지 못해 안타까웠다.
 
 울긋불긋 단풍과 어우러진 작은 폭포도 이쁘디 이뻤다
 울긋불긋 단풍과 어우러진 작은 폭포도 이쁘디 이뻤다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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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과 어우러진 자그마한 폭포도 발길을 붙잡았다. 지도상에 번듯한 이름이 없어도 이쁘디이뻤다. 찰랑찰랑 햇빛이 부서져 내리는 단풍잎들을 바라보며 가을빛 산길 속으로 계속 걸어갔다. 일상에서 팍팍해진 마음속까지 알록달록 화려하게 물들이는 가을 숲길에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눈앞에 층층폭포가 펼쳐졌다. 산행 당시 수량이 적어 못내 아쉬웠지만 30미터 절벽에서 층을 지어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었다. 더욱이 폭포수에 걸려 있는 작은 무지개를 보며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처럼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하늘 아래 첫 학교로 불렸던 고사리분교터에서
 하늘 아래 첫 학교로 불렸던 고사리분교터에서
ⓒ 김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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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평을 지나다가 고사리분교터에 있는 빨간 단풍나무가 너무 이뻐 보여서 들렀다. 하늘 아래 첫 학교로 불렸던 고사리분교. 30년 동안 졸업생 수는 36명. 산동초등학교 사자평분교가 그 학교의 정식 명칭으로 지난 1996년 3월에 폐교되었다.

사자평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살던 화전민들의 자녀들이 배움터로 삼았던 곳이다. 가난으로 힘들어도 순박함을 잃지 않았을 것 같은 아이들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다.

길기도 길었던 재약산 정상 계단, 헉헉 숨을 몰아쉬고
 
 천황재 억새밭에서. 바람과 노닥노닥하는 억새 물결 따라 가을이 졸린 듯 누워 있었다.
 천황재 억새밭에서. 바람과 노닥노닥하는 억새 물결 따라 가을이 졸린 듯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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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재약산 정상까지는 1.3km. 진불암 갈림길에서 재약산 수미봉 정상에 오르는 계단이 어떻게나 길던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기분이 들었다. 오후 12시 40분쯤 수미봉 정상에 이르렀다.

재약산은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하는 산이다. 영남알프스는 가지산, 신불산, 운문산, 영축산, 천황산 등 해발 1천미터 이상 되는 9개 산군이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의 접경지에 형성돼 있다.
 
 밀양 재약산 수미봉 정상에서
 밀양 재약산 수미봉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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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약산(載藥山)은 신라 제42대 흥덕왕의 아들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흥덕왕 4년(829)에 나병에 걸린 왕자가 고생하다 현재 표충사 자리에 있는 영정약수(靈井藥水)와 좋은 약초로 병이 낫게 되었다 한다. 그 뒤로 산 이름을 재약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거다.

정상 전망대에서 맛있는 점심을 하고 천황재를 향했다. 천황재는 억새 군락지로 천황산 사자봉으로 오르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천황재 억새밭에는 바람과 노닥노닥하는 억새 물결 따라 가을이 졸린 듯 누워 있었다. 금가루 날리듯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밭 풍경은 마냥 평화롭고 한가했다.

천황재서 1km 거리에 위치한 천황산 사자봉 정상에 오른 시간은 2시 30분께. 천황산 또한 영남알프스 산군에 속해 있다. 정상에서 주변 영남알프스 산들을 비롯하여 오래 전에 산행했던 구만산, 억산, 능동산을 조망하는 즐거움도 가졌다.
 
 가을이 화려하게 내려앉은 절집 표충사의 삼층석탑(보물 제467호)을 바라보며.
 가을이 화려하게 내려앉은 절집 표충사의 삼층석탑(보물 제467호)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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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황재로 다시 내려와 표충사 방향으로 하산을 했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는 탓에 미끄러워서 힘들었다. 표충사 경내에도 가을이 몹시 아름다웠다. 영정약수 한 바가지 들이켜고, 통일신라 시대에 세운 것으로 높이가 7.7m인 삼층석탑(보물 제467호)을 한 바퀴 돌았다.

정말이지, 떠나 보내기 싫은 가을이다. 울긋불긋한 단풍, 추락하는데도 찬란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폭포, 그리고 햇살과 바람이 노닥거리는 억새밭 풍경에 한껏 취한 하루가 그래서 더욱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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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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