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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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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장관 후보로 그를 내정한 뒤 약 2개월 동안 그는 대한민국 모든 이슈의 한가운데 있었다. 검찰은 그의 배우자, 동생 그리고 자녀들, 심지어 어머니까지 수사 대상에 올려 압수수색을 비롯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였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그를 비난했다. 국정감사가 이뤄져야 할 국회에서 '국정'은 온데간데없고 '조국 감사'만 이어졌다.

그러나 취임 35일, 후보자 임명으로부터는 67일 만에 그는 스스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정치에 닳고 닳은 선수들도 버티기 힘들었을 67일의 시간은 잠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외도한 게 전부였던, 평생 학자의 길만 걸어온 그에게 애초부터 버거웠을지도 모른다.

조국은 사퇴하며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고 말했다. 여타 장관의 임기와 비교해봤을 때 길다고 할 수 없는 조국의 67일은 검찰개혁으로 시작해 검찰개혁으로 끝났다.

가장 많이 부딪힌 조직 역시 검찰이었다. 검찰이 소환하고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고 기소할 때, 검찰이 공표한 것으로 보이는 피의사실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조국과 문재인 정부 그리고 민주당 지지율은 춤을 췄다.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정의로운 검찰이었다면, 최소한 여론이 요동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수사했어야 했다. 검찰은 부인하겠지만, 결과적으로 검찰의 수사가 검찰을 개혁하겠다던 장관의 사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에도 막대한 파장을 불러일으킨 꼴이 됐다.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이것만으로도 검찰이 개혁의 대상이 돼야 하는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시작도 끝도 검찰개혁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수사부 명칭 폐지 및 3개청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별수사부 명칭 폐지 및 3개청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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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조국은 법무부장관으로 수많은 이슈를 만든 채 자리를 떠났다. '조국 사태'로 압축할 수 있는 2개월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한바탕 홍역을 앓은 아이가 항체를 얻어 더욱 건강해지듯, 대한민국도 검찰개혁의 항체라는 결과물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한민국은 아직도 홍역을 앓는 중이다.

조국이 사퇴를 발표하자마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즉각 입장을 냈다. "현재의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은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일 뿐이다, 공수처법은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라며 공수처법에 딴지를 걸었다. 주지하다시피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이다.

조국은 스스로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했다. 정말 그의 사퇴가 불쏘시개가 돼 검찰개혁의 불꽃으로 타오른다면 그의 35일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불붙일 나무가 없다면 불쏘시개는 금방 타오르고 사그라지는 불나방에 지나지 않는다. 조국이 불쏘시개가 됐다면 그 불을 옮겨와 타오를 장작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조국 법무부장관은 '장작' 또한 염두에 두고 떠난 것으로 보인다.

사퇴 발표 3시간 전, 조국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 추진상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그간 추진됐던 검찰개혁안은 '특별수사부 명칭 변경 및 축소' '직접수사 축소' '수사상황에서 인권보호 강화'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실질화'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인권보호 강화'를 제외하면 모두 하나의 귀결점으로 모인다. 조국 스스로 불쏘시개가 돼 태우고자 했던 장작은 '검찰 권한의 축소와 견제'다.

다행히 '검찰개혁 추진상황'에 포함된 대부분 사항은 시행령의 개정 등 행정입법으로 가능하다. 조국 장관이 사퇴를 발표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 조합으로 검찰개혁이 이뤄질 것이란 희망이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지만,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라며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목표인 검찰개혁과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끝까지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행정입법을 통한 검찰개혁은 조국의 사퇴와 상관없이 진행될 수 있다. 그렇기에 문제는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 즉 국회에서 타올라야 할 검찰개혁의 장작이다.

[첫 번째 장작] 황교안이 미루자고 한 공수처법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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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가 바로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 타 있는 '공수처법'이다. 앞에서 소개했듯 조국 장관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뒤 '공수처법을 다음 국회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1야당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공수처는 조국 장관의 개혁안의 핵심 내용이기도 한 특수부 축소와 그 맥을 함께 한다. 그동안 검찰은 특수부를 통해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들을 수사하며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고위공직자의 범죄 수사를 전담하게 돼 검찰 특수부는 더 이상 기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공수처가 있었더라면 조국 장관과 그의 가족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아닌 공수처가 맡게 돼 '정치검찰의 등장'이라는 비난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에 더해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는 검찰도 포함된다. 검찰 권력에 대한 막강한 견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간 검찰은 자신들의 비리에 지나치게 관대했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2011년 벤츠 검사 사건, 그리고 임은정·서지현 검사 등에 의해 폭로된 2018년 검찰 미투 등의 사례만 봐도 견제받지 않는 검찰의 자정능력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국이 자신의 직을 걸면서까지 추진하려 했던 검찰 권력 견제의 가장 확실한 수단이 바로 공수처인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새로운 수사기구를 만드는 것이기에 행정입법이 아닌, 국회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두 번째 장작] 수십 년째 의논만 되던 검경수사권조정
 
 윤석열 검찰총장이 25일 오전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9월 25일 오전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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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에서 타올라야 할 검찰개혁의 두 번째 장작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공교롭게도 이 역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라는 이름으로 패스트트랙에 올라타 있다. 그리고 '검찰의 직접수사 금지'라는 조국의 검찰개혁안에도 포함돼 있다. 

현행법상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는다. 경찰은 일선 현장에서 수사를 수행하면서도,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모두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검찰은 경찰을 지휘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직접수사권까지 광범위하게 휘둘러왔다.

조국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말했듯 한국 검찰은 전 세계 검찰 중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피의자를 재판에 회부하는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독점하고 있고, 경찰도 지휘하면서 직접수사까지 벌인다. 말 그대로 무소불위였다. 경찰의 수사권을 강화하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수십 년째 이어져왔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검찰 권력을 축소하지 못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검찰의 직접수사 금지와 같이 행정입법을 통해 일정 부분 조정은 가능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국회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국회로 불이 옮겨붙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흉터만 남아 
  
결국 검찰개혁의 1차 목적은 패스트트랙에 올라 탄 두 법안,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의 처리다. 조국은 장관직 사퇴 전날인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두 법안(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의 본격적인 입법 절차를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도 "입법 제도화 궤도에 올라왔지만 안심할 수 없다, 시간과 방향이 정해졌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라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을 봐야 한다"라는 말과 함께.  

검찰개혁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297명) 중 과반(149명)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128석을 가진 민주당이 전원 찬성한다고 해도 정의당(6석)과 민주평화당(4석) 외에 대안신당 10명을 거의 모두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후엔 검찰에 영장청구권을 독점시킨 헌법도 개정해야 한다.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조국이라는 불쏘시개는 순식간에 사그라들게 된다. 그렇다면? 결과는 뻔하다.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이 앓았던 홍역은 항체도 남기지 못한 채 흉터만 남길 것이다.

이제 검찰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다행히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검찰개혁의 완성은 국회 입법으로 가능하다" "이달 말부터 (패스트트랙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수 있다"라고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조국이 놓은 불쏘시개는 화려한 불꽃으로 타오를 수 있을까. 국회를 지켜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실시계획서 채택 등을 의결하기 위해 4일 오후 개회된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 법무부 장관 명패가 놓여 있다.
 지난 9월 4일,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실시계획서 채택 등을 의결하기 위해 개회된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 법무부 장관 명패가 놓여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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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은 경기도 부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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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이며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헌법 쉽게 읽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