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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작가 앤드류 버튼, 한국도자재단 이천세라피아 광장에서.
 영국 작가 앤드류 버튼, 한국도자재단 이천세라피아 광장에서.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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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도예가 앤드류 버튼(Andrew Burton.58)을 처음 만난 건 지난 9월 21일, 산책길이었다. 토요일 아침 그는 이천세계도자센터(이천세라피아)광장 햇볕 잘 드는 장독대에서 벽돌을 쌓고 있었다. 벽돌은 어린 아이 손 들어갈 만큼 아주 작았고 옹기는 집채만큼 컸다. 다음 날, 그 다음 날에도 그는 벽돌을 쌓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옹기와 옹기 사이에 기다란 벽돌담이 만들어졌다. 27일, 하늘 빛깔은 눈부시게 맑고 푸르렀다. 그날 벽돌담이 허물어졌다. 일련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앤드류 버튼은 한국도자재단과 영국도자비엔날레가 함께 진행하는 작가1인 상호 국제교류 프로젝트 선정 작가이다. 영국도자비엔날레에서는 우리나라 맹욱재 작가가 7월 29일부터 9월 8일간 역량을 펼쳤다. 영국 작가 앤드류 버튼은 뉴캐슬대학교(Newcastle University) 교수이다. 그는 1986년 뉴캐슬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8년에는 영국 뉴캐슬 어폰타인의 영국 내셔널트러스트 소유인 깁사이드에서 전시를 하였다. 그는 주로 도자기 벽돌을 이용한 도자건축 작업을 하며, 2015년 제8회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하였다. 

"작업에 '남과 북의 평화'를 담았습니다"

- 작업에 한국 전통 도자기인 옹기를 활용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작업은 '도자를 통한 남과 북의 평화, 즉 경계의 허물어짐'에 대한 사유에서 시작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2019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주제는 '흙의 평화'였습니다. 이 주제를 작업으로 표현하기 위해 한쪽에는 남한 사람을, 다른 한쪽에는 북한 사람을 세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세우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저의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고민 끝에 옹기를 선택했습니다. 일전에 한국에 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김칫독, 즉 옹기였기 때문입니다. 옹기는 한국적인 정서가 풍부한 도자기입니다. 아울러 남한과 북한 사람 모두가 먹는 김치를 담는 용도로 쓰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장독대 한쪽 옹기는 거꾸로, 다른 쪽은 바르게 세워져 있습니다. 옹기와 옹기 사이에 쌓은 벽돌 색깔도 한쪽은 다양한 색깔의 벽돌을, 다른 한쪽은 비슷한 색깔의 벽돌을 쌓았습니다.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옹기가 엎어져 있고 바로 세워져 있는 것은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고 둘 사이의 다름을 표현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두 나라는 옹기를 사용하고 김치를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다른 점도 있기 때문입니다. 옹기와 옹기 사이에 쌓은 벽돌은 삼팔선이라는 장벽, 분단과 경계의 의미가 있고 역시 두 나라의 다름을 표현하기 위해 양쪽 벽돌 색깔을 다르게 쌓았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관람하면서 궁금증을 갖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 작가님이 이 작업과 퍼포먼스를 통해 관람객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저는 이 작업에 '남과 북의 평화'를 담았습니다. 장벽이 허물어지고 남과 북이 화합하여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평화의 기원입니다. 이 작업은 비엔날레 오프닝 퍼포먼스로 할 예정이었습니다. 벽돌로 삼팔선을 완성한 후 옹기에 물을 채우고 그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넘치거나 옹기 안에 들어있는 물을 붓기 시작하면 관람객은 숟가락이나 젓가락으로 옹기를 두드리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결국에는 삼팔선이 무너지는 퍼포먼스입니다.

하지만 제 작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관람객들에게 각자의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작품은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의미와 이미지가 다르고 해석 또한 다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이 장벽이 중국인에게는 만리장성으로, 독일인에게는 동독과 서독으로 나눈 벽일 수 있습니다."

- 작가님은 오래 전부터 벽돌을 활용한 다양한 도자건축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벽돌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벽돌은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온 친근하고 보편적인 소재입니다. 예술가, 예술과 관련된 전문가,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벽돌을 쌓는 방법과 기능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사용하는 벽돌은 보통 벽돌보다 크기가 매우 작고 가볍습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갖고 놀 수 있을 만한 크기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이 벽돌은 건축 기능은 물론 예술가와 관람객에게 놀이와 즐거움을 주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훌륭한 소재입니다. 또한 이 벽돌은 재사용도 가능합니다. 이번 작업에 2015년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 사용한 벽돌도 있습니다."
 
 영국 작가 앤드류 번튼은 옹기 사이에 도자기 벽돌을 쌓으며 남과 북의 평화를 기원했다. 한국도자재단 이천세라피아 광장에서.
 영국 작가 앤드류 번튼은 옹기 사이에 도자기 벽돌을 쌓으며 남과 북의 평화를 기원했다. 한국도자재단 이천세라피아 광장에서.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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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의 작품 발상은 참신하게 느껴집니다. 작품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습니까?
"아이디어의 원천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다만 작업 방향을 구상하고 작업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하고 아이디어가 샘솟습니다. 예를 들어 이 작업을 시작할 때 삼팔선을 벽으로 생각했고 그 장벽을 무너뜨려야겠다고 구상했는데 벽돌을 쌓으면서 '벽은 삼팔선이면서 동시에 평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전 작업과 다르게 벽돌에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쌓았습니다. 벽은 무너져야 하고 평화는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조심스럽게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 작가님은 열흘 동안 만 개가 넘는 벽돌을 쌓고 무너뜨리고 다시 쌓기를 반복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가을 햇볕에 작가님 얼굴은 빨갛게 익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행복한 순간이 있었을까요?
"벽돌을 한개 두개 쌓으면서 마음의 평화를 느꼈습니다. 기쁨도 있었습니다. 그 느낌은 제 자신도 미처 알지 못한 깨달음이었습니다."

- 작가님은 도예가이자 교수입니다. 학생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점이 있나요?
"작업하는 과정을 강조합니다. 작업하며 사유하는 과정 그 자체가 곧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작업하는 과정에서 뭔가를 알게 됐듯 학생들도 과정을 즐기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을 깨닫고 알아가면서 작품을 창조하기를 바랍니다." 
 
 영국 작가 앤드류 버튼은 삼팔선이 허물어뜨려지는 소망을 담아 옹기에 담긴 물을 장벽을 향해 쏟아부었다. 이 퍼포먼스는 2019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온라인 플랫폼(kicb.co.kr)에 업로드 되어 온라인 상에서 관람 가능 예정이다.
 영국 작가 앤드류 버튼은 삼팔선이 허물어뜨려지는 소망을 담아 옹기에 담긴 물을 장벽을 향해 쏟아부었다. 이 퍼포먼스는 2019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온라인 플랫폼(kicb.co.kr)에 업로드 되어 온라인 상에서 관람 가능 예정이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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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일정 기간 생활하셨는데 이천에서 인상적인 게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이 작업에 사용한 옹기입니다. 이 작업을 구상한 후 한국도자재단에 큰 옹기를 구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한국에 와서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굉장히 커서 놀랐습니다. 한국도자재단에 따르면 이 옹기는 한국도자재단 소장품으로 백년 가까이 됐고 실제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입니다. 유럽에는 도예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천에 도예인들이 모여 사는 아름다운 도예마을이 있고 그 마을에 매력적인 도자기가 많았습니다. 한국의 신선한 음식과 김치와 바비큐가 맛있었고 가을 날씨도 참 좋습니다."     

- 앞으로 작가님의 계획과 바람이 궁금합니다.
"영국 브리티시(British)비엔날레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에는 상당히 큰 벽돌을 사용하고 그것은 무너뜨리지 않을 계획입니다. 또한 2015년에 사용한 벽돌을 이번에 사용했듯이 올해 사용한 벽돌을 2021년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사용하기를 소망합니다. 그때는 이번 비엔날레 오프닝 퍼포먼스로 보여주지 못한 것을 많은 관람객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2019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전면 취소됐다. 앤드류 버튼은 그 소식을 들은 후 벤치에서 30분 동안 하늘을 올려보다가 다시 벽돌을 쌓았다.

이틀 후에도 그는 처음 봤을 때처럼 무릎을 꿇거나 앉아서 묵묵히 벽돌을 쌓았다. 그 모습은 외딴섬이나 숲속에서 홀로 수행을 하는 듯 엄숙해보였다. 아이가 블록 쌓기 놀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 적도 있다. 그는 옹기에 물을 채우고 그 물을 벽돌담을 향해 쏟는 것으로 작업을 마무리했다. 벽돌담의 군데군데가 조금 허물어졌다. 그의 퍼포먼스는 비록 현장에서 관람객들과 함께 하진 못했지만 추후 2019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온라인 플랫폼(kicb.co.kr)에 업로드 되어 온라인 상에서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앤드류 버튼 작가와의 인터뷰는 엄재석 한국도자재단 전략사업본부장과 박소정 한국도자재단 큐레이터 등의 도움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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