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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라는 이름의 낙인

언론 보도의 영향력 ?
19.09.18 00:21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언론이 보도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아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발생하고, '피해자 책임론'이 확산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기사 제목에 피해자를 명시하거나, 가해자인 남성이 아닌 피해자인 여성을 부각하는 '○○녀' 표현과 함께 범행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것 등이 '피해자 중심주의'가 부족한 예이다.  가해행위를 미화하거나 모호하게 표현('몹쓸 짓', '나쁜 손', '몰카', '손찌검' 등) 하는 용어는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게 하거나 가해행위의 심각성을 희석한다. 범행 상황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하고, 부적절한 이미지를 기사에 삽입함으로써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보도 또한 독자가 범죄를 일종의 포르노로 소비하도록 만든다.

 한국기자협회 정관에는 인권보도준칙,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권고 기준, 성폭력 사건보도 가이드라인이 있다. '언론은 성폭력·성희롱 사건 및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사회통념이 언론보도를 통해 확산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가해자의 변명을 그대로 전달하여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주지 않아야 한다', '언론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이라고 해서 피해자나 가족의 사생활이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언론은 성폭력·성희롱 사건의 가해방법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고, 특히 피해자를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는 선정적 묘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 등의 공정하고 윤리적인 원칙들이 담겨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유명무실할 뿐이다.
 
 피해자들이 '피해자'라는 낙인을 안고서 일상으로 되돌아가기는 결코 쉽지 않다. 소설 '주홍글씨'의 저자는 주인공에게 새겨진 낙인(주홍 글씨)은 정상적인 인간관계에서 그녀를 분리해 그녀만의 세계에 고립시키는 마력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낙인은 피해자를 사회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피해자가 자신이 당한 피해 자체 뿐 아니라 낙인으로 인한 고통까지 짊어져야 하는 잔혹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일 것이다. 피해자의 앞으로의 삶을 충분히 생각하며 피해자의 인권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신중한 언론 보도가 필요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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