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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Positive List System, PLS)제도가 올해 1월 1일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우리나라 농업 현실에 시기상조라는 농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별 소요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제도 자체는 연착륙되고 있는 모양이다. 정작 당사자의 한 축인 소비자들은 시행된 줄도 모르고 있고 농업계에서만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PLS제도에 대해 알아보자. PLS제도는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로 국내 사용등록 또는 잔류농약허용기준(MRL)이 설정된 농약 이외에 등록되지 않은 농약은 원칙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O.01ppm 허용)를 말한다.

PLS제도 도입 배경은 소비자들의 농산물에 대한 세부 안전사용기준 설정 요구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수입 농산물의 유통을 차단하여 국민 식생활 안전성 강화를 위함이었다. 2016년 12월 1차 시행되어 일부 견과류 및 열대수입과일에 적용되다가 2019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모든 농산물에 확대 적용되었다.

PLS제도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함께  생산자들에게 그동안 농업 생산성과 소득을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농약사용에 대한 규제로 경각심을 일깨우고, 소비자들은 허용되지 않는 농약에 대한 의심 없이 안전한 농산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에게 농약 사용이 안전하다는 신호 줄 수 있어

그러나 문제가 과연 소비자들이 모르고 있다는 데만 있는 것일까? 실제로 국내 잔류농약허용기준 현황을 보면 207 작물, 469종 잔류농약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다. 식품의약처에 따르면 쌀은 190건의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고 고추는 210건, 사과는 151건이다.

190건 정도의 농약이 쌀 한 품목에 사용 가능한 농약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너무 많은 농약이 허용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되레 잔류농약허용기준이 설정된 농약은 안전하다는 신호를 소비자에게 주는 점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관행 농업계에서도 이 제도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한다. 사용 가능한 농약이 적은 작물도 많고, 비산(의도치 않게 유입되는 농약)과 토양에 잔류하는 농약으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천적센터 개관식에서 아이쿱자연드림 관계자들이 개관을 축하하고 있다
▲ 구례자연드림파크에 위치한 천적센터 천적센터 개관식에서 아이쿱자연드림 관계자들이 개관을 축하하고 있다
ⓒ 이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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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내 친환경 업계에서는 PLS제도에 대해 걱정이 많다. 국내 친환경 농업 생산자들의 협동조합인 '파머스쿱(구 아이쿱생산자회)' 사회적협동조합 유기농사과 품목위원장인 이준영 위원장은 "정부가 PLS제도에 대해 홍보하면서 잔류농약허용기준이 설정된 농약사용은 안전한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친환경 인증기준에 저농약인증이 있었다. 저농약인증은 농약사용에 대해 PLS제도보다 훨씬 강화된 인증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저농약인증을 폐지했다. 그리고 PLS제도를 도입하며 더 안전한 제도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파머스쿱, 농민의 필요에 의해 국내 최초 '천적센터' 개관

PLS전면 실행으로 친환경 업계와 관행 업계 모두에게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와중에 지난 8월 22일 구례 자연드림파크에서 친환경 업계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천적센터'가 개관했다.

'천적센터' 개관의 의미는 그동안 일부 지자체와 농업연구소에서 또는 민간업자가 수입 배양하여 친환경 업계에 공급하던 천적을 민간단체인 파머스쿱에서 자체 건립하였다는 데 있다. '천적센터'는 생산자인 농민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만든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센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천적센터'에서는 개관과 더불어 파머스쿱 조합원들에게는 물론 국내 친환경 농업계에 천적 농법을 적극적으로 보급하여 친환경 농업에 새장을 열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파머스쿱 사회적협동조합 조성규 이사장은 개관식에서 "친환경 농법에 있어 가장 안전한 농법은 단연 천적 농법이다. 아무리 친환경 자재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지만 무분별한 친환경 자재 사용은 오히려 땅을 죽이고 환경을 해치고 있었다. 또한 국내에 정착된 천적 농법은 대부분 수입 천적을 사용하여 토종천적을 박멸시키고 국내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라면서 "이번 파머스쿱 '천적센터'건립은 천적 농법을 활성화함과 동시에 무분별한 천적 수입을 자제하고 토종천적을 육성하여 친환경다운 친환경 농업을 지향하고 국내 자연환경을 지키고자 함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수입 천적 사용 자제하고 국내 토종 천적 육성   

구례자연드림파크 천적센터는 10월부터 줄기에 살다가 땅속에서 번데기가 되는 총채벌레(식물의 수액을 빨아먹고 사는 아주 작은 곤충, 식물의 꽃과 과실에 피해를 줌)의 토종천적인 '총채가시응애' 공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총채가시응애'는 농작물 정식 시 함께 넣어 주었을 때 땅속에서 총채벌레 번데기를 박멸해 생태 주기를 끊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지렁이와 같이 땅속을 떼알 구조로 만들어 유기물질이 풍부한 건강한 땅을 유지시켜 준다.  
  
플랜트식물인 보리는 진딧물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 딸기밭에서 딸기와 함께 자라고 있는 플랜트식물인 보리 플랜트식물인 보리는 진딧물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
ⓒ 손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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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센터에서는 천적뿐만 아니라 11월부터 뱅커플랜트 식물도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뱅커플랜트식물이란 천적유지식물을 말하는데 예로 진딧물이 좋아하는 보리는 다른 농작물과 같이 심었을 때 진딧물을 유인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보리가 뱅커플랜트 식물이다. 천적센터에서 공급하는 뱅커플랜트 식물은 진딧물 해충을 유인하고 천적을 같이 증식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해충을 방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LS제도, 그 의도는 국민들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함임이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친환경농산물에 대해 의도치 않은 신호는 매우 유감스럽다. 친환경 농업의 의미는 단지 안전한 농산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괘념치 않고 사용하던 플라스틱사용에 대한 우려가 어느 날 전면에 등장한 것처럼 농약사용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적절한 농약사용이 불가피하다 해도 정부 정책의 최종목표는 친환경 농업이어야 하지 않을까? 민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정부의 전환적인 친환경 농업정책을 기대함과 아울러 '천적센터'의 건립이 친환경 농업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더해본다.

덧붙이는 글 | 아이쿱자연드림 블로그 '협동으로 랄랄라'에도 게제될 예정입니다.


태그:#PLS제도, #유기농업, #친환경농업, #자연드림, #천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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