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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정은, 김일성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 참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전했다.
▲ 북 김정은, 김일성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 참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전했다. 오른쪽 가슴에 로동당 배지를 착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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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이 양 가슴에 당과 수령을 달았다. 왼쪽 가슴에 할아버지와 아버지인 김일성(주석)·김정일(국방위원장) 배지를, 오른쪽 가슴에 조선로동당(아래 로동당) 배지를 착용했다. 지난 8일, 김일성 주석 서거 25주기,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에 들어선 그의 양쪽 가슴에 변화가 생겼다.

그는 같은 날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 때도 여전히 배지를 달았다. 주석단 맨 앞줄, 중앙에 자리한 김 위원장의 곁에 있던 간부들 역시 로동당과 김일성·김정일 배지(초상휘장)를 했다.

김 위원장이 로동당 배지를 단 모습이 공개된 건 이날이 처음이다. 로동당 배지는 붉은 노동자, 지식인, 농민을 뜻하는 망치, 붓, 낫이 엇갈린 모양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왜 로동당 배지를 공식 석상에 하고 나왔을까?

'보통의 사회주의국가' 북한 강조  

김 위원장의 배지 착용은 북한의 다른 행보들과 연결지어 살펴봐야 한다. 북한은 3대 세습을 이어가는 북한 체제의 특수성과 보통의 사회주의 국가체제의 보편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로동당 배지는 보편성을, 김일성·김정일 배지는 북한만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식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사회주의 체제의 보편성을 강조하려 노력했다. 헌법 개정도 그중 하나다. 북한은 4월 11~12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회의에서 수정·보완했던 헌법을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내나라>에 지난 11일 공개했다.

이날 개정헌법 100조는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영도자"라고 못 박았다. 이전에는 없던 '국가를 대표하는'이라는 말을 넣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지위를 분명히 해둔 것이다. 국무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공식화한 것은 여타의 사회주의국가와 같은 방식이다. 북한 역시 '보통의 사회주의국가'라는 점을 강조한 개정이다.

한국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를 여는 과정도 그랬다. 당시 북한은 2000년 이후 19년 만에 이틀간 회의를 연속 개최했다. 김일성 시대 이후 29년 만에 김정은 위원장이 나서 시정연설도 했다. '김정은 2기'의 출범을 알린 이때 북한은 당중앙위 정치국 회의와 전원회의를 거쳐 의제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절차나 방식만 보면, 다른 사회주의국가와 다를 게 없다.

리용호·최선희, 하노이 회담서 당배지 착용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3월 1일 새벽(현지시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 북측 대표단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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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당 중심 국가'라는 점을 꾸준히 보여주려 애썼다. 앞서 당 간부들은 김 위원장보다 먼저 공식 석상에서 당 배지를 착용했다. 이들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부터 로동당 배지를 달고 나왔다. 3월 1일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두고 북한이 입장을 밝힐 때도 당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은 로동당 배지와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양쪽에 했다.

김정은 시대에 북한에서 당위원장이었던 한 북한이탈주민은 로동당 배지가 우리의 '국회의원 배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는 당·군대·청년동맹·근로자 등 여러 종류의 배지가 있다, 하지만 로동당 배지는 정치국 후보위원·위원 이상의 높은 사람들만 착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당을 강조하는 건 김 위원장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 아버지와는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은 항일운동을 강조하며 '위대한 수령'의 자리에 올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선군 정치를 통해 권력을 장악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다르다. 그가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로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정당성은 '핏줄'뿐이다. 권력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3대 세습' 이외의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김 위원장 역시 당에 기댈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북한이 당 중심의 사회주의국가체제이고, 김 위원장 자신은 당이 절차에 따라 선택한 '국가수반'이라는 점을 드러내야 한다. 김종원 서강대 연구교수(정치외교학)는 "김정은은 자신이 당 체제 국가인 북한에서 당을 통해 집권한 지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것"이라며 "당의 위상이 김정은의 위상, 입지와 연결된다"라고 짚었다.

할아버지·아버지 얼굴, 달았다 뗐다 반복  
 
 김일성·김정일 얼굴이 같이 들어간 '쌍상' 배지.
 김일성·김정일 얼굴이 같이 들어간 "쌍상" 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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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그동안 김일성·김정일 얼굴이 같이 들어간 '쌍상' 배지를 달았다, 뗐다를 반복했다. 이 배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후 보급됐다. 기존의 배지보다 크기가 두 배로 커졌고, 배지 속 김일성·김정일의 모습도 달라졌다. 근엄한 표정의 초상화였던 기존의 배지와는 달리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새겨 있다.

북한에서 쌍상 배지를 처음 단 사람은 김 위원장이었다. 2012년 4월 7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그는 이 배지를 착용했다. 이후 쌍상 배지는 북한에서 공식 배지가 됐다. 하지만 이후에 김 위원장의 배지 착용은 뜸했다. 2015년 6월 25일, 평양 순안공항 신청사를 둘러본 김 위원장의 왼쪽 가슴에는 아무것도 달리지 않았다. 당시 순안공항 시찰에 동행한 김 위원장의 아내 리설주 여사 역시 배지 대신 브로치를 달았다.

2017년 4월 15일 김일성 105회 생일에 맞춘 군사행진에서도, 같은 해 강원도 원산에서 한 북한군 창건 85주년 기념 '군종합동 타격시위(4월 26일)'에도 배지는 보이지 않았다. 2018년 신년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는 고위간부들 역시 공식 석상에서 배지를 달지 않았다.

군 고위급 출신 북한이탈주민은 "배지는 이유를 막론하고 무조건 착용해야 한다, 당 간부들이 배지를 하지 않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7년 4월 김인룡 유엔 북한대표부 차석대사가 뉴욕 유엔 본부에서 언론브리핑을 할 때 그의 가슴에 배지는 없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기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시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후광에서 벗어나 스스로 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승부수를 던졌다는 2018년 이후 북미 정상이 처음으로 만났고, 남북 회담이 이어졌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향한 북미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기 내각을 출범했고 북한은 헌법을 개정하며 그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절묘한 시점일까. 이때 공식 석상에 로동당 배지가 등장했다. 로동당 중심의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 저울추는 어디에 실릴까. 그가 양쪽 가슴에 북한의 상징을 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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