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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바보주막'. 반가움이 일더군요.
 대구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바보주막". 반가움이 일더군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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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군대에 입대한 아들. 포항에서 훈련소를 마친 후 지금은 수송대 교육 중입니다. 교육 3주차, 면회와 외출이 허락되었습니다. 부부, 경북 경산으로 향했습니다. 아들의 대학 같은 과 친구 두 명과 함께.

"너희는 너희대로 움직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움직이자."

지난 25일, 외출을 명받은 아들 및 아들 친구와 찾은 곳은 대구 번화가 중구 동성로. 부부는 청도 운문사를 선호했으나, 젊은 아들 일행을 위한 발걸음입니다.

아내, 아들 일행과 따로 나누기를 시도합니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간 있을 수 있는 다른 취향을 대비한 행동입니다. 점심은 같이 만나 먹자는 원칙만 정하고 따로 놀기로 합니다. 점심은 군대서 국가 녹봉 받는 아들이 면회 온 거에 대한 보답으로 쏘기로 합의 했습지요.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생가입니다.
 이상화 생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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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근대로의 여행 골목투어 안내입니다.
 대구 근대로의 여행 골목투어 안내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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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택한 곳은 '시인 이상화 생가', '소설가 김원일 마당 깊은 집',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입니다. 대구 근대골목 투어 1탄. 일제 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염원한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작가 이상화 생가를 찾았습니다. 일제 칼날에 맞서 나라 잃은 민족 해방을 부르짖은 독립투사 이상화의 시 한 수 읊고 가지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꼼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에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자란 보리밭이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뿐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들이라 다 보고싶다.

네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잡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바보 노무현, '가난'을 '희망'으로 읽은 '마당 깊은 집'
 
 소설가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입구입니다.
 소설가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 입구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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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2ㆍ28기념공원 앞에서 봤던 소녀상입니다.
 대구 2ㆍ28기념공원 앞에서 봤던 소녀상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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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일 작가의 마당 깊은 집 내부 전시실입니다.
 김원일 작가의 마당 깊은 집 내부 전시실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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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근대골목 투어 2탄. '소설가 김원일 마당 깊은 집'으로 갑니다. 도중, 대구 바보주막을 봅니다. 봉하 막걸리를 팝니다. 게다가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불의와 맞서"길 바랐던 노무현 사진이 걸렸습니다. 대구 2ㆍ28기념공원 앞에서 봤던 소녀상과 묘하게 어울립니다.

바보주막은 "바보 노무현 별명에서 '바보'를, 서민을 대표하는 곳이면서 하룻밤 쉬어가기도 하고 주린 배도 채웠던 '주막'을 따서 지은 상호"랍니다. 수익으로 연탄 나눔, 김장 나눔, 한부모가정 후원, 독립운동가 이상정 장군 후손 지원 등을 한답니다. 봉하 막걸리로 목을 축이려 했더니 아쉽게 아직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 나라 백성 모두가 하루 세끼 밥 먹기도 힘들었던 때였지만, 지금 와서 '마당 깊은 집' 시절을 돌이켜보면 우리 식구는 물론이고, 가난한 이웃들이 이른 봄 들녘의 엄동을 넘긴 보리처럼 안쓰럽고 풋풋하게 떠오른다. 그래서 그 이웃들을 떠올리며 가난은 절망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희망으로 가는 길로, 마당이 깊었던 집의 남루한 삶은 언젠가 언덕 위의 집처럼 푸른 하늘과 더 가까이 살고 싶은 사람들의 꿈이 서렸던 집으로 그리고 싶었다." - '마당 깊은 집' 서문 중에서, 김원일
 

'마당 깊은 집' 안내판 문구입니다. "가난은 절망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희망으로 가는 길"이라는 말에 주목합니다. '가난'을 '희망'으로 읽고, 마당 깊은 집을 "사람들의 꿈이 서렸던 집으로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탁월함에 감탄합니다. 무릇 작가라면 이 정도 깊이는 돼야죠.

부모 자식 간에도 노는 물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들과 아들 친구들입니다.
 아들과 아들 친구들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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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아들과 통화합니다. 점심, 우리끼리 먹을 테니, 너희는 너희끼리 먹으라고 통보. 아내는 이미 마당 깊은 집 골목에 있는 홍합밥에 빠진 상황. 아들이 쏘기로 한 밥까지 물릴 정도면 어마어마하게 꽂힌 겁니다. 점심 먹고 아들 일행과 만납니다. 같이 '김광석 길'에 갈 요량. 그런데 아들 귀대 시간이 촉박합니다. 아쉽게도 김광석 길은 패스.

카페에 앉아 귀대 시간을 기다립니다. 아들 일행에게 어디 갔는지 묻습니다. 당구장, 노래방, 냉면 집을 훑었더군요. 목 터지게 노래 불러 목이 아프다나. 내기 당구장에서 아들이 꼴찌였다나. 꼴등 벌칙, 무릎 꿇고 큐대 들고 손드는 사진이 압권입니다. 아내 뒤끝 작렬. 군바리 아들을 이긴 친구들을 타박합니다. 냉면은 너무 더워 의미 없이 그냥 먹었다는 평.

대구 동성로 여행, 부모 자식 간에도 노는 물이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아마 같이 움직였다면 서로 숨 막혔지 싶습니다. 아내 주장대로, 따로 노는 게 서로에 대한 예의지 싶습니다. 아들이 부대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부대에 내려주며 한 마디 던집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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