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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탁마(切磋琢磨)'

<시경(詩經)>의 위풍(衛風) 제1편 기오(淇奧) 3장에서 유래한 고사 성어입니다. '끊고, 갈고, 쪼고, 갈다'란 뜻입니다. '뼈를 자르고, 상아를 다듬고, 옥을 쪼고, 돌을 가는 것'을 일컫습니다. 즉, 절차탁마 과정이 없으면 보석이 만들어지지 않듯 사람도 갈고 닦아 실력을 갖춰야 군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삶속에서 끊임없는 '수양(修養)'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해병대 훈련소 수료식 장면입니다. 아들은 군 입대 전과 후가 천양지차였습니다.
 해병대 훈련소 수료식 장면입니다. 아들은 군 입대 전과 후가 천양지차였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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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한민국'에게 아들 맡긴 보람, 이거면 충분

"아, 행복하다!"

아들 입에서 독백처럼 흘러나옵니다. 음식을 먹는 얼굴엔 흐뭇한 웃음이 가득합니다. 평상시 같으면 무슨 좋은 일 있나? 했을 겁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물었겠죠. 허나, 그럴 필요 없습니다. 왜냐? 이미 답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꾹 참습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아들 입에서 완성형 문장이 이어집니다.

"행복이 내 옆에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걸 왜 몰랐을까?"

어투는 자조보다 깨달음 쪽이 강합니다. 게다가 주어는 '내 옆에'가 아닌 '행복'입니다. 더 이상 반박도 조언도 필요 없는 문장에서 녀석의 미래를 봅니다. 잠시 전, 내뱉지 않고 참았던 '밤과 낮처럼 행복과 불행은 같이 다닌다'는 말을 건네지 않아도, 그 의미를 알아서 찾을 거란 믿음이 생깁니다. 이쯤이면 나라를 지키라는 국가의 부름 속에, 조국 대한민국에게 아들을 맡긴 보람으로 충분합니다.

 
 해병대 훈련소 수료식 면회 후 귀대 직전의 대한민국 아들들입니다. 녀석들 얼굴에 웃음 가득한 걸 보니 군 체질...
 해병대 훈련소 수료식 면회 후 귀대 직전의 대한민국 아들들입니다. 녀석들 얼굴에 웃음 가득한 걸 보니 군 체질...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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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연애 중인 아내… 통일 대한민국을 꿈꾸며

"여보, 4월 25일 휴가 내세요. 아들 군 입대할 때 근무하느라 안 갔으니 수료식 땐 가야지."
"알았네."


나이 들면 아내 말 잘 들어야 합니다. 그나저나 벌써 6주가 지났다니….

아내는 아들과 한창 연애 중입니다. 아들과 손 편지를 주고받느라 즐겁습니다. 또한 인터넷 편지와 인터넷에 뜨는 훈련소 사진 확인 등 군 입대 전에는 어림없었던 모자 관계가 새롭게 형성된 덕분입니다. 훈련소 수료식 때 만날 아들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나. 그 마음 이해합니다.

아들은 지난 3월 18일 포항의 해병대 훈련소에 입대했습니다. 주위 만류에도 불구, 해병대에 자원 지원하더니 덜컥 합격했습니다. 자기가 선택한 일이니 책임 또한 본인에게 있음을 알 겁니다.

요즘 군대 참 좋아졌대요. 집에서 훈련소 기념사진과 구보 장면 및 목봉체조 사진까지 확인 가능하더군요. 예전 같으면 어림없지요. 시대가 변한만큼 군 세태 또한 변하는 게 맞지요.

30여 년 전, 제가 제대할 때 낳을지 모르는 내 아들도 군대 갈까? 했습니다. 아들이 군대 가는 일이 없길 바랐습니다. 아들 세대는 병역의무가 아니라 모병제가 될 것을 예측했습니다. 통일 대한민국을 꿈꿨으니까. 그러나 이런 바람은 아직까지 요원합니다. 손자 세대는 모병제가 되어 대한민국 모든 남자들이 의무적으로 군대 가지 않는 '통일 대한민국'을 기원합니다. 

먹어야 산다? 화장실서 혼자 빵 먹던 훈련병 추억

"치킨 반반, 피자, 삼겹살, 닭꼬치, 파인애플 세 조각, 몽쉘통통 생크림 케이크, 트윅스, 초코우유, 카스타드, 피아토스, 감자칩, 프링글스, 육개장 사발면, 봉지라면, 마이쮸…."

픽, 웃음 짓습니다. 아내가 건넨 아들의 손 편지. 끝머리에 먹고 싶은 거 죄다 적어 보냈습니다.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그렇게라도 만족하고 싶은 마음이었겠죠. 쇠를 먹어도 금방 소화시킨다는 젊은 나이에 훈련 받느라 배고파 눈 뒤집혔겠죠. 아직도 배고픈 군대 생활이라니 이건 아니지 싶습니다. 배 곪는 것도 훈련이라지만 국가 권력에게 아들 맡긴 부모 입장에선 '자율 배식'이 최소한 희망입니다.
   
 식당에서 삼겹살과 소고기 육회 비빔밥, 비빔냉면, 소 살치살 등을 먹고 난 후 펜션으로 옮겼습니다. 아들이 손 편지에 보낸 통닭, 피자 등 먹고 싶다는 것들입니다.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젊음은 못하는 게 없더군요.
 식당에서 삼겹살과 소고기 육회 비빔밥, 비빔냉면, 소 살치살 등을 먹고 난 후 펜션으로 옮겼습니다. 아들이 손 편지에 보낸 통닭, 피자 등 먹고 싶다는 것들입니다. 저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젊음은 못하는 게 없더군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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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다녀온 대한민국 남자들이 그렇듯 저 또한 군대 추억이 많습니다. 의정부 306 보충대에 입소해 배고픔과 싸웠던 기억들. 누군 많이 주고, 자기는 적게 준다는 다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남의 떡이 커 보임을 실감했었지요. 배고픔 앞에서는 어떠한 인간의 의지도 소용 없었습니다. 역시 자연계 생존 제1법칙은 "모든 생명은 먹어야 산다!"였습니다.

당시 중학교 일 년 선배가 훈련소 조교였습니다. 하루는 조용히 부르더군요. 그리고 빵 한 개를 주대요. "화장실에 가서 조용히 혼자 먹고 오라"면서. 득달같이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더러운 화장실에서 빵을 먹었지요. 화장실이고 뭐고 따질 게재가 아니었지요. 그때 그 맛이란!

아들도 추억이 생겼나 봅니다. "통닭이 나왔는데 두 쪽씩 배식하다 보니 내가 먹을 게 없더라"고 합니다. 이 소리에 잘했다고 무릎 딱 쳤습니다. 많이 느꼈을 겁니다.

아들의 포항 해병 훈련소 수료식에 가다, 이런 게 행복

"해병의 부모님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해병 1244기 수료식에 초대합니다."

포항 훈련소에서 초청장이 왔습니다. 홍보, 훈련 영상 시청, 수료식, 영내ㆍ외 면회, 복귀 등이 이뤄질 거랍니다. 아들은 손 편지에서 '공수훈련, 전투 수영, 완전 무장 달리기, 행군, IBS 훈련으로 하루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면서 '고달프기보다 즐기고 있다'고 적었습디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할 군대, '함께 헤치고 나아가는 영광'을 체득하길 바랍니다.

수료식. 이제 갓 이등병 계급장을 단 천여 명의 대한민국 아들들이 운동장에 입장합니다. 박수 소리와 함성 가득합니다. 하늘에선 비행기가 축하 공연을 펼쳐집니다. 지상에선 사열 등이 펼쳐집니다.

훈련소 입소 전과 달리 군기 바짝입니다. '절차탁마', 훈련을 잘 버틴 결과입니다. 가족 상봉. 부쩍 큰 느낌입니다. 여기저기 울음이 터집니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걸 실감했겠지요.

식당으로 이동합니다. "조금씩 다양하게 많은 것을 먹고 싶다"고 합니다. 삼겹살, 소고기 육회비빔밥, 비빔냉면, 소 살치살 등을 주문합니다. 제일 먹고 싶었다는 삼겹살이 노릿노릿 구워집니다. 한 점 집어 먹습니다.

펜션으로 옮깁니다. 치킨 반반과 피자를 주문합니다. 먹고 싶다는 과자까지 탁자에 올려놓고 보니 그림입니다. 아들 얼굴에서 '여유를 봅니다. 그리고 이어진 한 마디.

"이런 게 행복이구나!"
 
 훈련소 수료식 직후 대한민국 아들들의 기념사진입니다. 건강하게 군대 생활 마치길 기원합니다.
 훈련소 수료식 직후 대한민국 아들들의 기념사진입니다. 건강하게 군대 생활 마치길 기원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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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변화, 하늘의 명령을 따르고 닦음에서 찾길

"天命之謂性(천명지위성) 率性之謂道(솔성지위도) 修道之謂敎(수도지위교)"

사서삼경 중 하나인 <중용>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하늘이 명령하는 것이 '(본)성'이요, 이 본성을 따르는 것이 '도(길)'며, 그 도를 닦는 걸 일컬어 '교(육)'라고 한다"는 뜻입니다.

군대 입대 등으로 삶의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세상의 뭇 아들에게 바랍니다. 생이 다할 때까지 '도'와 '교'늘 곁에 두고 닦길 권합니다. 이게 바로 군자의 행복이지요!

덧붙이는 글 | 남해안신문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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