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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도 많은 사고와 재난, 재해가 있었습니다. 사고마다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었으며,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사회 시스템은 우려를 낳았습니다. 또한 재난, 재해 현장에서 언론의 잘못된 취재관행은 국민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한 해 동안 있었던 주요 사고와 그 보도행태를 통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1. 본질을 못 본 소방차 추돌사고 보도

2018년 3월 30일, 충남 아산소방서 소속 소방공무원 1명과 임용 예정 교육생 2명 등 3명이 25t 트럭이 소방차를 추돌하는 사고로 숨졌습니다. 당시 소방관들은 목줄이 풀린 개를 구조해 달라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상황이어서 국민들의 안타까움을 샀으며, 더욱이 사망자에는 소방공무원으로 정식 임용되기 전의 교육생이 2명이나 포함되어 있어 더욱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이 사고와 관련하여 소방차를 갓길에 세웠을 때 추돌사고에 대비한 안전조치를 왜 취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당시 소방관계자는 매뉴얼에 관련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부족한 소방인력도 지적하며 조속히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언론에서도 이와 같은 소방의 설명과 일부의 지적, 사망자의 안타까운 사연 등을 전하며 미비한 제도개선과 인원 충원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언론의 보도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무엇보다 해당사고의 예방을 위해서 필수적이었던 소방차 후방 안전요원 배치나 삼각대 등 위험표시물 설치 등을 매뉴얼에 없어 하지 않았다는 소방의 설명에 큰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언론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해당 조치들은 소방 매뉴얼에 나오지 않아도 일반 시민들도 알고 있는 상식적인 내용인 데다, 구조자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는 것은 소방교과서 첫 페이지에 나올만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즉, 해당사고가 단순히 소방 매뉴얼이나 인력/예산 부족 등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 소방관지휘관의 역량과 교육훈련의 문제에서 기인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지적한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사망자가 나온 소방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망한 소방관들의 죽음이 더 헛되지 않게 하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언론의 냉철함이 필요했음은 분명합니다.

2. 유치원이 무너지는데... 언론의 과도한 그림 욕심

2018년 9월 7일, 서울 동작구의 다세대주택 공사현장에서 공사장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인근에 있던 서울상도유치원 건물이 심하게 기울어지면서 사실상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사고가 늦은 저녁에 발생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한편 사고가 발생하자 소방은 현장에 출동해 수습에 나섰으며, 이후 현장 언론 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데 이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습니다. 브리핑을 하려는 소방관의 카메라 각도를 문제삼는 등 내용보다는 이른바 '그림'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동영상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 언론은 다시 한번 "기레기"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우리 소방기본법과 시행령에서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 소방활동구역에 직접 관계인과 전기/가스 등 소방활동에 필요한 사람, 의사/간호사 등 구조구급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등과 함께 취재인력 등 보도업무에 종사하는 언론인이 출입할 수 있도록 규정해 언론의 활동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언론과 언론인은 그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하는 일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적어도 사고, 재난, 재해 등의 현장에서만큼은 보다 본질을 추구하고 우리 사회와 국가가 부여한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길 기대해 봅니다.

3. 무분별한 강릉 펜션사고 취재 경쟁

2018년 12월 18일, 강릉으로 체험학습을 떠났던 서울 대성고등학교 학생 10명이 숙소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상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수능시험을 마친 고3 학생들이 부모님의 동의와 학교의 승인을 받아 별도의 보호자 없이 강릉의 모 펜션으로 체험학습을 떠난 상황에서 머물던 숙소에 설치된 보일러의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연소가스가 실내로 유입되면서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발견 직후 학생들은 전문 치료시설이 있는 병원 2곳으로 이송되었으나 안타깝게도 3명은 끝내 숨지고 말았습니다.

소방과 교육부 등 관련부처 등에서는 사고 수습에 나섰지만 또다시 발생한 다수 학생들의 사고 소식에 많은 국민들은 안타까움과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안전관리 시스템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한편, 피해 학생들이 후송 된 병원 내부까지 들어가 취재하는 행위, 학생들의 소속학교에 찾아가 과도하게 행한 취재활동은 다시 한번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특히 그러한 언론의 행태는 세월호 참사에서 언론이 보여준 그릇된 모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여전히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변하지 않는 언론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어떠한 사고, 재난, 재해 등이 발생하면 언론에서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매뉴얼이 없다", "사고 이후에도 변한 것이 없다" 등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정작 언론은 재난보도나 취재와 관련된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논란이 되면 그 순간 잠깐 자성의 목소리를 낼 뿐 근본적으로 그릇된  취재관행의 변화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음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 등을 통해 보다 성숙된 언론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사고, 재난, 재해 등의 사실을 전하는 데에 언론의 역할과 책임은 매우 크고 중요합니다. 그 예방을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언론이 보여주는 모습은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취재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현재 언론이 처한 현실이 본질을 흐리게 하고, 관련 지식과 역량을 키우는데에도 소홀하게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정치, 사회적 환경이 본질 보다는 그 외적인 것에 더 관심을 갖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최소한의 본질을 추구하고 올바른 취재행태를 취하려는 노력만큼은 지속해서 국민들의 신뢰받는 언론이 되길 바랍니다.

태그:#언론, #소방차 추돌사고, #상도유치원, #펜션사고, #취재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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