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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금연정책, '빛 좋은 개살구' 꼴

건강증진법 개정에도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18.12.14 01:28l

검토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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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구역 확대에도 여전히 비흡연자 간접흡연 피해 커…
담뱃값 인상, "금연 효과 미미해"



국가의 금연 정책은 나날이 엄격해지고 있다. 2018년 7월, 한국공항공사가 국내선 공항 14곳의 실내 흡연 구역을 전부 폐쇄하겠다고 발표해 흡연자들이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흡연자들의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흡연 구역 폐쇄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으로 계속해서 진행되는 추세이다.

한편, 금연 광고가 전달하는 메시지도 달라졌다. '당신의 건강에 해로운 담배'라는 컨셉을 유지하던 기존의 광고 캠페인들이 올해 들어서부터는 간접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방향으로 캠페인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간접흡연에 대한 비흡연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담뱃값 인상, 흡연율 감소 목적은 어디로
 
2015년, 보건복지부는 건강증진법을 개정하고 세금을 높여 대부분의 시중 담배가격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했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3,323원의 세금이 포함되어있다.

이 세금은 다시 담배 소비세 1,007원, 국민건강증진기금 841원, 지방교육세 443원, 개별소비세 594원, 부가가치세 433원으로 구성되어있다. 인상분 2,000원 중 개별 소비세 594원이 신설 항목이며 국민 건강증진기금이 487원에서 841원으로 인상되었다.
 
 
통계청 국민건강증진기금 세수 자료 ⓒ 김승연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건강증진법이 개정된 2015년 당해 담배 판매량은 전년도 판매량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흡연율 감소는 잠깐뿐이었다. 2016년에는 37억 423만 갑, 2017년에는 35억 2,000만 갑으로 다시 조금씩 판매량은 회복되었다.

2016년은 2014년에 비해 담배판매량은 훨씬 적지만 담배로 거둬들인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오히려 역대 최고액인 3조 1,152억 5,743만 원을 기록했다. 판매량이 줄어드는 데에 반해 세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예전보다는 적은 수의 흡연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2015년 10월에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담뱃값 인상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영록 의원은 "당초 담뱃값 인상이 국민건강증진 목적이라고 했는데 결국 세수만 늘린 '꼼수 서민 증세'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담뱃값 인상은 철저하게 국민 건강 측면에서 추진했다"며 절대 증세 목적이 아니라며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거둬들인 세금은 국민건강증진과는 다른 방향으로 여기저기 빠져나갔다.
 
2017년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총예산은 3조 9740억 6400만 원이었다. 그중 금연사업에 배분된 예산은 1454억 8700만 원으로 전체 예산의 3.66%에 불과했다. 나머지 세수들은 정부와 지자체 사업 등 국민 건강 증진과는 무관한 분야의 예산으로 배분되었다.

담배로 거둬들인 세금은 금연사업에 거의 투입되지 않은 것이다. 담뱃값 인상 정책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으며 국민들의 지갑을 쥐어짜고 있을 뿐이다. 허울 좋은 증세의 모양새다.
 
 
간접흡연 가해자, 흡연자 아니라 미흡한 흡연 구역 정책
 
건강증진법이 개정되면서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목하에 2015년부터 모든 음식점 등 사업장에서의 전면 금연 또한 시행되었다. 이후 실내외 금연 구역은 계속해서 확대되어왔다.

2017년 기준 서울시가 지정한 금연구역의 수는 265,133곳이며 조례로 지정된 실외 금연구역은 18,485곳, 금연 거리로 지정된 곳도 71곳이나 된다. 반면, 서울시 내의 흡연구역은 1만여 곳에 지나지 않으며 서울시에서 지정한 실외 흡연 시설은 59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던 흡연구역도 폐쇄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금연구역 지정 현황 ⓒ 김승연
  
그러나 서울시의 금연구역 운영 정책은 정반대의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금연구역은 급증하고 흡연구역은 현저히 적은 수로 운영되다 보니 흡연자들이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실외 장소를 회색 구역이라고 하는데, 이 회색 구역에서 대부분의 간접흡연 피해가 발생한다.
 
"흡연 구역이 없어서 불편했던 사례가 있으십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7년째 담배를 피워온 흡연자 배 모 씨(27)는 "금연구역이 많아 불편하긴 하지만, 담배는 길에서 피면되니 크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는 '흡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워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금연구역이 아닌 회색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면 된다'는 흡연자들의 인식을 보여준다. 이렇게 거리로 내몰린 흡연자들은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고스란히 간접흡연의 가해자가 된다.
 
정부가 지정운영하는 흡연구역은 그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해외의 흡연구역 정책에 비해 체계성과 편의성도 떨어진다. 우리의 '흡연자를 줄이자'는 정책 방향과 다르게 일본은 2004년부터 '흡연자를 분리하자'는 분리형 정책을 추진해왔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마주치지 않도록 실외에 금연구역을 지정하면서 흡연 공간을 함께 조성하고, 건물 내에 흡연공간을 만들었다. 건물주나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흡연 공간을 설치하면 보조금도 지급한다.

일본에서는 지하철역마다 실외 흡연 부스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편의점 근처에도 보행자 동선에서 떨어진 장소에 흡연구역이 마련되어있다. 실외 흡연구역 근처에 화분과 장식을 배치하여 시각적 불쾌감을 줄이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흡연권을 보장하면서도 간접흡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의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흡연자의 권리를 억압하면서도 간접흡연을 방지하지 못하는 우리의 금연 정책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흡연자 죽이기는 정답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금연 정책은 '금연구역을 확대해서 흡연자를 금연하게 만들자'는 큰 틀 아래 시행되고 있다. 흡연율을 줄이면 국민의 건강도 증진될 것이고, 간접흡연의 피해도 줄어든다는 단순한 논리다. 금연 광고 캠페인도 "담배를 끊지 않는 당신은 간접흡연의 가해자이다."와 같은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흡연은 결코 불법적인 것이 아니다. 흡연은 흡연자 개인의 존중받아 마땅한 엄연한 권리이고 흡연자가 사회적으로 범법자이고 가해자인 마냥 취급받아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 나서서 흡연자에게 가해자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흡연은 마치 범법행위와 같다는 뉘앙스를 내포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권을 억압하는 일이다.
 
'흡연 구역을 없애고 금연구역을 확대하여 흡연할 장소를 만들어주지 말자', '담배 가격을 인상하여 담배를 끊게 만들자', 결국 '흡연자가 담배를 끊지 않을 수 없게 만들자'는 일방적이고 배제적인 정책은 흡연자와 비흡연자,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흡연자가 담배를 끊게 만드는 것에만 몰두하면 안된다. 올바른 흡연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며, 간접흡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금연이 아닌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분리'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국민 건강 증진을 달성하려면 흡연자가 버티지 못하고 튕겨 나가게 하는 방향이 아니라 금연을 권장하는 수준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금연 사업 예산의 비중을 늘려 금연 지원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또,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체계적인 흡연 구역 운영 정책을 수립하고 흡연 구역을 점점 증가시켜나가야 한다. 그리고 금연사업 예산의 비중을 늘려 흡연자들이 흡연 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흡연자 인식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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