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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 합동조사단이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KT아현국사에서 이틀전 발생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 등 합동조사단이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KT아현국사에서 이틀전 발생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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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에 찌꺼기가 섞여 나왔다. 복통이 계속됐다. 23일부터 요로감염 증상이 왔다. 다음 날(24일) 38도까지 열이 났다. 맥박, 혈압을 재는 기계에서 삑삑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응급차를 부를까 생각하던 그날 오전 11시 30분 카카오톡과 문자 수신이 안됐다. 인터넷 전화는 물론 TV도 먹통이었다.

강아무개씨가 26일 <오마이뉴스>에 밝힌 24일의 상황이다. 강씨는 시각장애·호흡기·청각·지체 등 장애를 갖고 있는 중증장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휠체어와 산소호흡기, 보청기 등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화재가 발생한 지난 24일 소방재난본부는 낮 12시 안전 안내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서울 마포구에 사는 강씨는 받지 못했다. 함께 있던 그의 활동보조인 역시 KT 고객이라 받지 못했다.

강씨는 낮 12시쯤 '장애인응급알림e' 긴급전화를 통해 119에 급하게 연락했다. 그제야 화재가 발생해 통신장애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장애인응급알림e 긴급전화는 강씨가 우선 지급대상인 독거 중증장애인이라 받은 전화기다.
 
‘장애인응급알림e’ 긴급전화 ‘장애인응급알림e’ 긴급전화
▲ ‘장애인응급알림e’ 긴급전화 ‘장애인응급알림e’ 긴급전화
ⓒ 강아무개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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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이 전화기가 아니었다면 화재 발생 사실을 알 수도 없었다"라며 "전화기 지급 대상도 적고 전화기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장애인들도 적다"라고 말했다. 거기다 강씨에 따르면 장애인응급알림e 긴급 전화는 119와 장애인자립생활센터로 연결되는 단축 버튼만 있을 뿐, 가족이나 지인에게 연락을 할 수 없는 구조다.

통신 대란 속에서 자신이 괜찮다고 주변에 알리려면 밖으로 나가서 공중전화를 찾아야 하지만, 장애인인 그에게는 불가능에 가깝다.

긴급전화로 연락이 닿은 119에서는 세브란스 병원은 상황이 괜찮으니 그쪽으로 가라고 했다. 강씨는 "(119전화에서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환자들이 몰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세브란스로 향할 수 없었다"라며 "혈압 조절이 안 되고 열도 계속 나서 활동보조인에게 집 밖으로 나가 화재 상황을 파악해 달라고 부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30분 정도 혼자 있었는데 무슨 일이 생길까봐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라고 말했다. 아픈 상황에 혼자 있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는 바깥 상황을 도저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활동보조인이 인근 PC방으로 가 본 뉴스에서는 '세브란스병원 전화와 전산이 마비됐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통신 재난 속 장애인은 더 고립

강씨는 통신 재난 속에서 장애인들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씨는 "그나마 활동보조인이 함께 있어, 외부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다"라며 "만약 혼자 있을 때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라고 말했다. 먹통 속 장애인들은 외출도 불가능하다. 강씨는 "나와 활동보조인 모두 KT 사용자"라며 "장애인 콜택시를 부를 수 없다"라고 했다.

먹통 속 장애인들이 안전하려면 집에만 있어야 한다. 강씨는 "그나마 있는 응급알림e 전화는 탁상형 유선전화라 기동성이 없다"라며 "전화기 근거리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씨는 "혼자 있다가 낙상하거나 쓰러지면 사용할 수가 없다"라며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혼자 있으면 화장실도 못 가고 계속 전화기 옆에 붙어있어야 응급시 전화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장애유형과 등급을 따지지 않고 중증장애인들이 필요에 따라 모두에게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는 지자체가 등록장애인, 희귀난치병 환자, 만성질환자, 고령자,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에게 연락을 시도하고 직접 방문 등으로 생사를 확인하고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등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석 노들야학 교장도 KT는 물론 정부, 지자체 등이 이번 통신대란에 있어서 장애인과 관련해 적절한 대응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인들은 이번 대란에서 사실상 방치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교장은 "비장애인들의 경우 통신이 먹통이 되면 밖으로 나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라며 "장애인들은 장애인콜택시밖에 방법이 없는데, 통신장애가 나면 그 순간 고립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통신이 두절돼서 장애인콜택시를 못 잡아 약속을 미뤘다고 하는 장애인들이 꽤 있다"라며 "핸드폰, 인터넷 사용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밀접한지, 그것이 끊겼을 때 취약계층 이동권은 얼마나 위협받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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