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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오후 서울 뮤지엄웨딩홀에서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일동' 주최로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 가장 오른쪽에 김민석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앉아 있다.
 지난 21일 오후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일동" 주최로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 가장 오른쪽에 김민석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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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를 잠시 재미있게(?) 해줄 만한 이야기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에서 나왔다. 무역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국 지도부에게는 뜻밖의 이야기일 것으로 보인다. 

바로 중국이 '김정은의 북핵을 이용해 주한미군 철수를 실현시키고 동아시아 패권을 확보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주최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일동')에서 나온 말이다. 토론자로 나선 김민석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입에서 그런 발언이 나왔다.

이상훈 전 국방장관,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같은 예비역 장성들이 토론자로 나선 이날 토론회에서, 김민석 논설위원은 한국국방연구원과 <중앙일보>, 청와대(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서 38년간 군사 전문가로 활동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중국의 팽창입니다. 지난번 사드 사태 때 보셨지만, 중국은 여전히 권위적이고 팽창적이고 폭압적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변 국가들과 조화롭게 살겠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중략)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지원하는 듯하면서도, 북한 핵을 활용해서 주한미군을 내보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양쪽 마음이 다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북한이 100발 이상의 핵무기를 갖게 되면, 결국 주한미군 평택 기지, (주일미군) 요코스카 기지를 (중국이) 협박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중국이 북핵을 이용해 그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면 북한 비핵화가 필요한데, 9.19 군사합의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만도 못해 북한 비핵화 실현에 역부족이다'라는 게 김민석 위원의 주장이다. 9.19 합의에서는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장치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다.

김 위원은 중국이 북핵을 지원하면서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것은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데서 나온 주장이다.

핵 독과점 시대, 중국의 전략은

핵무기는 독점이나 독과점 상태일 때만 정치적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미국이 1945년에 원자폭탄 투하로 세계 패권을 차지한 것은, 당시 미국이 핵무기를 독점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뒤 소련·영국·프랑스·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하고 이것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뒤로는 핵의 독점상태가 핵의 독과점 상태로 이행됐다. 핵 독과점 상태에서는 핵무기 투하가 힘들어진 대신, 공인된 핵 보유국들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통해 세계를 지배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핵무기가 실제 폭발하지 않고도 위력을 발휘하려면, 소수의 국가들만 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중국은 그 소수에 속하는 기득권자다.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의 핵보유를 은근히 합법화해주는 1969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만약 동북아에서 핵무기가 확산되면, 미국뿐 아니라 중국의 기득권도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그래서 동북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핵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동북아에서 핵이 확산돼 한국·일본·대만(타이완)까지 핵무장을 하게 되면, 중국이 1964년부터 핵실험을 단행하고 미국의 제제·압박을 피해나갔던 일들이 뒤늦게 의미를 잃을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던 중국은 1971년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됐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NPT 조약으로 중국의 핵무장이 공인된 직후에 닉슨 독트린(미국의 아시아 팽창활동 자제)으로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지분 배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쟁으로 수렁에 빠진 미국은 중국의 역할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방법으로 자국의 동아시아 패권을 지켜냈다. 

그후 동아시아에서는 미중 양국이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이중적 양상이 나타났다. 중국이 일정부분 협력한 것은 미국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닉슨 독트린 이후로 자국이 이 지역의 기득권자가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핵무장을 통해 이런 이익을 누리게 된 중국이 다른 나라의 핵무장을 반길 리 없다. 북한 핵 역시 중국한테는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북핵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는 것은, 그로 인해 혹시라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경제 문제와 내부 통합에 박차를 가하기 힘들 뿐 아니라 동아시아 질서가 예측불허 상태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질서를 과도하게 흔드는 것은 기득권자의 금기사항이다. 더군다나 수도 베이징과 가까운 북한과 갈등을 빚는 것은 중국한테는 더욱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는 김정은 위원장 (베이징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018.6.20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는 김정은 위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은 지난 6월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두 정상이 악수하고 있는 모습.
ⓒ 베이징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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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960년대 중반부터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소련과 중국이 1956년 이후로 이념분쟁을 벌이고, 소련이 1962년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쿠바에 배치하려다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취소하고, 중국이 1964년께부터 광적인 문화대혁명에 매몰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김일성은 양국에 대한 미련을 털어버리고 독자적 외교노선을 견지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주체사상이 강조된 것도 그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1960년대 중반부터는 중국이 북한을 마음대로 대하기 힘들어졌다. 북한을 이용하거나 조종하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의 중재 하에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이 결국 실패한 것도 중국의 영향력 한계를 보여주는 증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같은 미국인들은 '옛날 한국이 중국에 조공을 했으므로, 중국의 말 한마디로 북한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 법하지만, 그런 힘이 중국에 없다는 사실을 6자회담이 잘 보여줬다. 중국이 북한을 섣불리 압박하지 않는 것은,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미국의 대북 압박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은, 그 압박의 주체가 자국이 아닌 미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에 힘을 실어주면, '지는 태양' 미국이 중천으로 도로 올라갈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북 압박에 거리를 두는 것이지, 북한이 이뻐서 혹은 북핵이 탐나서는 절대 아니다.

사정이 이러므로, 중국이 북한을 이용하거나 조종해서 뭔가를 도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의 대북 압박에 약간 제동을 걸거나 북한 대외무역에 편의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북한의 환심을 사거나 발언권을 높일 수는 있어도, 북한이나 북핵을 전략적 도구로 이용해 미국을 몰아내고 동아시아 패권국으로 떠오르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중국 자신도 핵을 갖고 있는데, 굳이 북핵을 이용해 뭔가 하려 한다는 말 자체가 너무 어색하다.

중국이 북핵 이용해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
  
김민석 위원은 중국이 북핵을 이용하려 한다고 말한 데 이어, 중국이 북핵을 이용해 주한미군 철수를 관철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주한미군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을 살피지 못한 데서 나온 비현실적 발상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1969년 이후 중국은 동아시아의 기득권자가 됐다. 그렇기 때문에 동아시아 질서가 과도하게 변형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주한미군 문제 역시 그렇다. 중국의 세계 패권이 확립된 뒤라면 모를까, 지금 단계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면 동아시아 질서가 동요하고, 이 동요를 통제하지 못하면 중국의 위상까지 함께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 못지않게 중국 정부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 주한미군은 일본의 군국주의 발호를 견제하는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일본 자위대의 군비 증강을 제한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은 1970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주한미군이 일본 견제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미군의 한국 주둔이 반드시 불리하지 않다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권영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의 논문 '대한민국의 안보와 자율성에 관한 미국의 인식과 행태 연구'에 이런 대목이 있다.
 
"1970년대 당시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우려하고 있었다. (중략) 당시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의 부상을 두려워하고 있던 중국은 주한미군의 주둔을 내심 원하고 있었다. 키신저와 주은래의 1971년 대화는 이 같은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2016년 발행한 <전략연구> 제23권에 수록.
 
1971년에 미국은 주한미군 제7사단을 철수시켰다. 닉슨 독트린에 입각한 조치였다. 닉슨 독트린에 입각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 내놓은 조치라는 의미다. 동아시아 미군을 감축하는 방법으로 중국에 대한 성의 표시를 하고자 했던 것. 중국은 그 정도의 수준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단행된 것에 만족했다. 주한미군이 동아시아 현상을 유지해주고 자국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중국 국익에 해롭지 않다 
 
 훈련 중인 미군.
 훈련 중인 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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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현존 세계질서 하에서 주한미군은 중국 국익에 반드시 해롭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북핵을 이용해 주한미군 철수를 관철시키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가당치도 않는 일이다. 잘못했다가는 북핵의 입지를 높여주고 북한의 위상을 고양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수도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피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 중국이 그런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주장을 들으면 중국 지도부도 꽤 재미있어 할 듯하다.

김민석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주장은 이처럼 동아시아 최근 역사로부터 심하게 이탈돼 있다. 설득력이 무척 빈곤하다. 이런 주장들을 토대로, 보수진영은 9.19 군사합의에 대한 자신들의 적대감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하고 있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이란 네 글자를 떠오르게 하는 현상이다. 급변하는 지금 정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다급해 하며 아무 말이나 쏟아내는 보수진영의 처지를 반영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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