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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어진 오토바이 (본문의 사건과 관련 없습니다)
 노동자신분의 사고와, 개인사업자 신분인 배달대행노동자의 사고처리는 천지차이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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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라고 하면 사람들은 '오토바이 좋아하는', '10대 혹은 20대들'이, '용돈벌기 위해서' 하는 '임시직업'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20대 중반 보라(가명)씨가 일하는 배달대행업체 라이더들은 대부분 30~40대 아저씨들로 보라씨가 막내다. 보라씨와 동료들은 재미나 용돈 벌이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라이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에겐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가 걸린 소중한 직업이다.

보라씨는 대학을 다니다 돈이 필요해 휴학을 했다. 그가 첫 직장으로 선택한 곳은 맥도날드. 라이더가 아니라 크루(일반직원)였다. 맥도날드 크루로 일하다가 매장의 매니저가 배달 한 건당 400원을 더 준다며 배달 일을 권유했다. 그렇게 시작한 라이더 일은 학교보다 중요한 자기 일이 되었다. 하지만 맥도날드 라이더를 오래 할 수는 없었다.

'스케줄을 가지고 어찌나 장난을 치는지...'

맥도날드 알바를 해본 사람은 다 안다는 흔한 이야기다. 보라씨가 라이더 일을 시작할 때 배달 일만 한 건 아니다. 크루로 4시간(햄버거 만들고 포장하고 청소하는 등의 업무), 라이더로 8시간 하루 12시간을 일했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실제 일한 시간만큼 기록되지 않았다.

8시간 이상 일한 4시간은 출근하지 않은 다른 날 근무한 걸로 기록됐다. 그래서 8시간 이상 일하면 받게 되는 1.5배의 연장수당을 받지 못했다. 매니저는 연장수당만큼을 배달 건수로 기록해주겠다고 했지만, 연장수당에는 한참 모자랐다.

잘못된 걸 알면서도 따지기는 쉽지 않았다. 조금만 밉보이면 또 다른 '스케줄 장난'으로 보복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4~5일 일하겠다 신청해도 매장에 밉보이는 사람에게는 하루 이틀만 근무하게 했다. 다음 주 스케줄은 항상 급하게 나왔고, 스케줄이 어찌 될지 몰라 남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직원들은 결국 '자진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맥도날드엔 해고가 없다. 자진 퇴사와 계약 종료만 있을 뿐. 실제 최근 맥도날드는 부릉이나 우버이츠 등 배달대행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재계약을 중단하고 라이더들을 하나둘 내보내고 있다.

짧았던 천국의 경험, 새로운 늪 플랫폼 노동

보라씨는 매장 내의 부당한 사건들에 화가 나 맥도날드를 관뒀다. 그리고 피자집 라이더로 변신했다.

"맥도날드 햄버거는 손도 안 대지만, '○○○피자'는 먹어도 먹어도 안 질려요."

원래 피자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단지 입맛 문제는 아니었다. 그가 천국이었다고 부르는 '○○○피자'에서는 1시간의 휴식 시간에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식대 6000원에 간식비 1500원과 주휴/연장수당도 제대로 챙겨 받았다. 이곳은 사람을 중히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달 없는 틈새 시간에 온갖 잡무를 시키는 맥도날드와는 달리 배달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이맘때 배달대행일이 눈에 들어왔다. 피자집에서 안정적인 조건에 일하고 배달대행 일을 하면서 수입을 늘릴 요량이었다.

"배달대행 일을 할 때는 오전 11시에 나와 편의점 등에서 콜을 기다려요. 사무실에 들어가면 편하게 쉴 수가 없어요. 누울 곳도 없고 시설이 좋은 것도 아니고. 제가 나이가 어리니깐 사무실 들어가면 온갖 잔소리에 편히 쉴 수가 없어요. 그래서 추운 겨울 더운 여름 마음 편히 쉬면서 대기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는 하루 12시간씩 주 6일을 도로 위의 오토바이를 몰며 월 300을 벌었다. 20대 중반에 왜 이리 큰돈이 필요한지 궁금했다. 그에겐 한 가지 꿈이 있었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작은 방이라도 상관없었다. 사랑을 위해 그는 돈을 많이 벌어야 했다. 낭만적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이렇게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은 늘 만만치 않다.

라이더들에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라이더유니온 준비모임의 보라씨가 지난 10월 27일 청년혁신파크에서 라이더유니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 준비모임의 보라씨가 지난 10월 27일 청년혁신파크에서 라이더유니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라이더유니온준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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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 근무에 교통법규를 모두 지키는 안전 운행을 하면 하루에 스무콜도 못 받을걸요."

오토바이 할부금, 기름값, 빵통(배달 때 쓰는 가방), 안전 장비뿐만 아니라 영업용 오토바이 보험에 들어가는 돈을 고려하면 최저임금도 못 번다. 생활비를 벌려면 영업용 보험 없이 하루 40개의 콜은 받아야 한다. 들어간 돈과 굳이 배달대행 일을 선택해서 포기한 기본급을 고려하면 마음이 급해진다. 작은 신호 위반을 하는 이유다.

여기서 가장 부담스러운 게 오토바이 보험이다. 오토바이 보험은 자차와 자손이 없다. 사고가 나서 오토바이가 망가져도 자신의 신체가 망가져도 보험처리가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용 오토바이의 보험금은 연 300에서 500만 원으로 오토바이보다 비싸다.

보라씨는 110만 원짜리 일반 출퇴근용 오토바이 보험을 들었다. 이 보험은 배달 일을 하는 도중에 사고가 나면 보상금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보험이라도 들어놔야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부적이죠.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서... 사고 나면 배달 중이라는 사실이 들키지 않기를 빌 뿐입니다."

'라이더유니온이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요?' 마지막 질문에 보라씨의 대답은 소박했다.

"하던 거 계속해주세요. 라이더들에게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실제로 안전한 일터로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직업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사회가 배달 일을 하나의 직업으로써 좀 더 사랑할 수 있다면, 그의 삶과 그가 하는 사랑 역시 더욱 풍부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사랑을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 라이더 방한용품마련을 위한 프로젝트 모금함 카카오 같이가치 스토리를 수정보완 했습니다. 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58059/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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