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로 산업자본인 KT가 은행 대주주로 올라설 길이 열렸지만, 일부에선 이 회사가 1억7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20일 국회에서는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아래 인터넷은행) 주식을 34%까지 소유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통과된 바 있다. 이전까지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까지만 가질 수 있었다.
특례법을 보면, 인터넷은행 주식을 4% 넘게 가지려는 사람이나 기업(한도초과보유주주)은 최근 5년 동안 공정거래법 등을 어겨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KT가 K뱅크 주식을 34%까지 가지겠다고 하면 이 회사가 대주주로 적격한지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벌금형 전력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 2016년 4월 서울도시철도공사 광고입찰 때 담합을 주도한 점이 발각돼 대법원에서 벌금 70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또 KT의 자회사 KT뮤직(현 지니뮤직)도 온라인 음원서비스 가격 담합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2016년 9월 대법원에서 벌금 1억 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
KT, KT 자회사 공정거래법 등 벌금 전력 깨끗해야 하지만...
특례법에 따르면 은행 주식을 34%까지 가질 수 있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는 은행법 15조의 적용을 받는데, 여기에는 기업이 주식을 더 사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해당 법 조항에선 산업자본을 하나의 기업보다 더 넓은 의미인 '동일인'으로 보고 있다. 은행법에서 동일인은 본인과 그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까지를 말하는데, KT의 경우 KT의 자회사까지 포함된다. 다시 말해, KT는 물론 KT의 자회사인 KT뮤직도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KT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데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만 특례법에는 앞서 기업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았더라도, 금융당국에서 이런 위반 사실이 경미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은행 주식을 4%보다 더 가질 수 있게 하는 내용도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은행의 대주주가 될 회사의 법 위반 정도가 가벼운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앞서 1심 재판부는 KT 자회사인 KT뮤직이 음원가격을 담합한 것을 두고 "사안이 매우 무겁고 죄질 또한 매우 좋지 못하다", "이 사건 범행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강도 높게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재판부는 아래와 같이 판시했다.
"죄질이 매우 좋지 못하다"했던 재판부, 금융위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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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원가격 담합 혐의를 받았던 KT뮤직에 대해 지난 2014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비난 가능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
| ⓒ 서울중앙지방법원 | 관련사진보기 |
"피고인들은 법정에 이르러서도 범행을 극구 부인하며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사건 이후에도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흔적 역시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등 범행 전후의 정상 역시 매우 좋지 않다.
KT뮤직의 경우 (담합으로) 상품개발 등 고민 없이 장기간 이득을 취하게 되고,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 범행에 대한 비난 가능성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전성인 교수는 해당 사건에 대해 당초 약식재판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면 재판부가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이후) 검찰이 약식기소를 했는데, 피고인 쪽에서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경우 약식재판보다 더 불리하게 판결을 내릴 수 없어 재판부가 벌금 1억 원만 선고한 것"이라며 "검찰이 정식재판으로 했더라면 벌금이 더 나올 수도 있었던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의 피고인들은 KT뮤직,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M) 등인데 1심 이후 KT뮤직만 항소를 진행해 패소했고, 이후 대법원에서도 패소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며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4명의 대법관들이 일치된 의견으로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것.
4명 대법관들 "KT뮤직 유죄 정당, 벌금 1억원"..."가볍다 할 수 없을 것"
전 교수는 "KT는 일단 본인이 7000만 원의 벌금을 받았는데, 자회사 건까지 하면 벌금이 1억7000만 원이니 이것을 경미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KT가 은행 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에 당연히 (통과되지 않고) 걸린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도 "KT가 인터넷은행 대주주 심사 때 (벌금형 전력으로)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대주주 승인 신청이 들어올 경우 자세한 사항을 들여다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2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신청이 들어오면 엄정하게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그 과정에서 법적 쟁점에 대해 얘기를 들어보고 당사자(회사)의 의견을 충분히 감안하고, 전문가들의 토의를 거쳐 판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