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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나 괴물이 나에게 덤벼드는 것 같았어요… 이분들(조현아 등)은 정확한 발성법으로 얘기하는 것 같지 않고, 마치 울음을 내듯 소리를 질러요. 이유를 얘기하라고 해서 하면 '얻다대고 변명질이야'라면서 바로 징계한다고 말해요." - 감정노동자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2014년 땅콩 회항 갑질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앞에서 무릎까지 꿇어야 했던 박창진 사무장(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은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로 뒤통수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한 후 산재 신청을 하고 1년 넘게 휴직했다.

당시 박 사무장이 산재 신청 때 제출한 의사 소견서에 따르면 병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불면증, 적응장애 등이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었고, 근로복지공단은 박 사무장이 제기한 산재 신청을 승인했다. 

박 지부장 같이 고객 만족을 위해 직업상 자신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고 정해진 감정표현을 연기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함을 드러내야 하는 민간과 공공분야 서비스직 종사자들을 감정노동자라고 부른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740만 명으로 추산된다.

"안산시 감정노동자 늘지만 보호 정책은 전무"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주관으로 29일 안산시청 제1회의실에서 열린 ‘안산시 감정노동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채연주 전북대 교수가 연구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주관으로 29일 안산시청 제1회의실에서 열린 ‘안산시 감정노동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채연주 전북대 교수가 연구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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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18일 '감정노동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29일 안산시청 제1회의실에서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안산시 감정노동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보고회에는 김동규 안산시의회 의장과 양대 노총 지부장, 각계 감정노동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김동규 의장은 "각계각층을 만나는 시의원들도 감정노동자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오늘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좋은 대안을 제시해 주면 의회에서 채택해 예산이 책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회에 앞서 센터는 지난 3~6월까지 안산시 최초로 민간(유통·병원·요양)과 공공(안산시청 등)영역 감정노동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노동조건 및 감정노동 실태에 대해 설문·심층면접조사를 했다. 보고회 1부에서는 이번 연구 책임연구원인 채연주 전북대 교수가 '안산시 감정노동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결과보고'(결과보고)를 발표했다.

채 교수는 "안산시의 감정노동 종사자 수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 조사를 통해 나타난 감정노동자들의 심리적 건강 상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그에 비해 지역의 공공, 민간영역 모두 감정노동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제도나 정책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결과보고에 따르면 안산지역 유통·병원·요양·공공 4개 부문 감정노동자들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고객이나 민원인으로부터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 언행, 폭행, 성희롱 및 신체접촉 등 부당한 경험을 상습적으로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언어폭력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감정노동자에 대한 교육과 매뉴얼의 대부분은 친절 응대였으며, 악성 민원이 발생하면 개인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통·병원·요양부문 감정노동자들의 직무만족(5점 만점 기준)은 3.25, 감정 소진 3.25, 스트레스 2.70, 수면질 3.37, 우울감 2.02로 나타났다. 공공부문은 직무만족은 3.27, 감정 소진 3.18, 스트레스 2.66, 수면질 3.66, 우울감 2.02로 조사됐다.

가장 보완해야할 제도적 정책으로는 4개 부문 감정노동자 모두 '진상고객 삼진아웃제' 같이 고객의 불량행동에 대해 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밖에 부당한 민원의 경우 조직 내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과 감정노동 후 적절한 휴게시간을 요구했다.

채 교수는 안산시 차원의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를 위한 로드맵으로 ▲감정노동 보호 조례 제정 ▲감정노동권리보호위원회 설치 및 운용 ▲감정노동자 권리보호 종합계획 작성 및 발표 ▲안산시의 감정노동 보호 가이드라인 작성 및 발표 ▲가이드라인에 기반한 안산시 기관의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점검 ▲가이드라인에 기초한 안산시 민간기업들과의 감정노동 보호 협약 체결을 제시했다.

이정훈 서울시감정노동보호센터장은 '서울시 감정노동 보호사업 소개'를 발표했다. 이 센터장은 "감정노동은 사람의 감정과 마음에 직결되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후 상담이나 치유, 힐링 프로그램도 필요하나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서울특별시 감정노동 종사자의 권리보호 등에 관한 조례' 제정을 계기로 2017년 3월에 서울노동권익센터 감정노동보호팀을 설치했다"며 "현재 정기적인 감정노동자 실태 파악 및 연구조사, 주요기관 감정노동보호제도 심층 컨설팅, 심리상담 및 치유활동 지원, 노·사·정 네트워크 구축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 위한 네트워크 구성 등 추진
 
 29일 열린 ‘안산시 감정노동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참가자들이 감정노동자 실태와 안산시 차원의 정책대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29일 열린 ‘안산시 감정노동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최종보고회’에서 참가자들이 감정노동자 실태와 안산시 차원의 정책대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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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으로 시작하면 손발이 떨려서 듣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막 손과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내가 여기서 왜 욕을 먹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머리끝까지 열을 받으면서 뭔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손이고 발이고 다 떨려서…" - 주차단속 감정노동자 심층면접 중에서

박재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된 2부에서는 감정노동자의 실태와 지역 차원의 감정노동 대책 등을 중점 토의했다. 참가자들은 안산시 감정노동 종사자 보호를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부터 시행해 나가기 위해 안산시와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센터는 10월께 안산시내 대형마트 3사와 함께 유통부문 감정노동자 보호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또한 요양보호사 권리보호와 감정노동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안산시와 안산도시공사 등 공공부문에서는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안산시의회와 협력해 조례를 제정해 나가기로 했다. 다음은 이날 참가자들의 발언 요지다.

황유경 안산시 공무원노조위원장은 "서울시 조례에 처벌규정이 있는지 궁금하다. 강력한 처벌조항이 없는 한 감정노동자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센터장이 말한 것처럼 예방에 초점을 맞춰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안산시와의 단체교섭에서도 감정노동 관련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정귀 전국공무원노조 안산시지부장은 "이번에 경북 봉화군에서 공무원이 살해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강원도와 용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공무원의 생명을 보호하는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용철 안산도시공사 노조위원장은 "공사는 안산시 산하기관이라 직원들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민원인의 민원에 대처하다 보면 시로 민원이 다시 들어가고 시에서 공사에 질책성 지시가 떨어지는데 명확한 정책으로 직원들의 감정을 보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송상훈 고잔 이마트 인사팀장은 "평사원 보다 사원을 보호해야 하는 대리 이상의 리더급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매장으로 와서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홍보 캠페인이나 설문조사 등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지나가는 고객들이 감정노동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교 롯데마트 안산점 영업지원 파트장은 "감정노동자 자기보호 지침서가 있어서 매장 근무하다 힘들 때 행복상담실에서 상담을 하지만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사후조치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했다. 안산시가 감정노동에 대한 지역사회 문화를 바꾸는 캠페인 등에 앞장서 달라"고 요구했다.

이옥희 요양보호사는 "재가노동이 많다 보니 집안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하거나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업무 매뉴얼이 있지만 너무 광범위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시에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보건의료노조 안산시지부 미조직위원은 "어르신 돌봄과 관련해 노인인권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면 노인인권 뿐만 아니라 감정노동자 권리도 지킬 수 있다"며 "하지만 인권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조차 제대로 없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백남도 경기서부근로자지원센터 팀장은 "그동안 감정노동과 관련된 업무를 적극 지원하고 싶어도 함께 논의하고 협업할 수 있는 체계가 없어서 아쉬웠다"면서 "안산시 감정노동자 지원을 위한 협업체계가 구축되기를 바라며, 이후 기관별 특성을 살려 감정노동 보호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박재철 센터장은 "안산지역 감정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20%가 넘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실태조사를 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며 "관련 노사와 유관기관들이 모여 안산시 차원의 감정노동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고민을 시작했다는 건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유관기관과 민간 협력을 통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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