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유인 등대, 작은 절을 품은 특별한 오름 사라봉.
 유인 등대, 작은 절을 품은 특별한 오름 사라봉.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제주도에 비행기가 아닌 배를 타고 갔다. 제주항에 내리니 항구 바로 앞에 봉긋하게 솟은 봉우리 2개가 여행자를 맞는다. 낮이나 밤이나 제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사라봉 공원(제주시 사라봉동길 74)이다. 과거 공항이 없을 적엔 제주의 옛 관문인 화북포구와 인접해 있어 뱃길을 통해 들어오던 사람들을 가장 먼저 반기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아쉬운 마지막 손짓을 보내는 오름이 바로 사라봉이었다.

제주시 동문로터리에서 동쪽으로 2km 거리에 있는 143m 높이의 낮은 동산이다. 옆에 이어지는 동생 봉우리는 별도봉으로 높이는 해발 136m로 사라봉보다 조금 낮지만 화산폭발 당시 별도봉이 먼저 만들어졌다. 사라봉에서 별도봉까지 해안선을 끼고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어보니 제주시 최고의 산책코스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사라봉에서 오솔길로 이어지는 별도봉.
 사라봉에서 오솔길로 이어지는 별도봉.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숲길가 나무처럼 오래 살 것만 같은 별도봉 '장수산책로'.
 숲길가 나무처럼 오래 살 것만 같은 별도봉 '장수산책로'.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사라봉은 사라오름, 별도봉은 베리오름이라는 별칭이 있다. 오름이란 산 또는 봉우리를 일컫는 제주도 사투리다. 오름은 화산섬인 제주에서 주화산인 한라산 주위에 흩어져 있는 작은 기생화산으로, 그 수만 무려 360여 개에 이른다.

사라봉은 아담한 봉우리지만 바다와 항구, 한라산, 오름들이 보이는 멋진 전망이 펼쳐진다. 전망 좋은 정자, 운동시설, 사찰(사라사)과 산지등대, 도서관도 품고 있다. 제주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동네 뒷산이다.

해질녘 이곳에서 펼쳐지는 낙조 풍경은 '영주십경(瀛洲十景)'에 꼽힌단다. 제주만의 아름답고도 독특한 자연풍광 중 특히 빼어난 곳 열 군데를 정해 '영주십경'이라 부른다. '영주'는 '탐라'와 마찬가지로 제주의 또 다른 옛 이름이다.

제주 시민들에게 사라봉은 좋은 체육공원이기도 하다.
 제주 시민들에게 사라봉은 좋은 체육공원이기도 하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궁금증을 일으키는 사라봉의 운동시설들.
 궁금증을 일으키는 사라봉의 운동시설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오름 전체가 제주시민을 위한 체육공원으로 조성되어 체력단련을 위한 각종 야외시설이 설치되어 있으며, 시민들의 산림욕 코스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별도봉엔 숲길가의 나무처럼 오래 살 것만 같은 '장수산책로'란 이름의 풍경 좋은 길도 나있다.

제주 시민들에게 '체육공원'으로 불리기도 하는 사라봉엔 다른 도시에선 볼 수 없는 알쏭달쏭한 운동시설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헬스장에나 있는 최신식 운동기구가 아니라, 철봉기구에 웬 굵직한 통나무가 걸려 있는 식이다. 어떤 자세로 운동을 하는 걸까 궁금해 상상하다 주민들이 와서야 비로소 궁금증이 풀렸다.

나도 체력을 좀 키워볼까 하고 동네 주민들 자세를 따라서 운동을 했다. 바다와 오름, 한라산을 바라보며 운동을 하니 왠지 힘이 더 솟는 것 같았다. 제주시에서 한 달 살기를 계획 중인데 이곳에 매일 오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영주십경의 낙조까지 펼쳐진다니 더더욱...

사라봉에서 바다를 보며 내려가다보면 작은 절과 하얀 등대가 나온다.
 사라봉에서 바다를 보며 내려가다보면 작은 절과 하얀 등대가 나온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옛 등대와 현대식 등대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옛 등대와 현대식 등대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사라봉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내려가다보면 제주도 최초의 유인 등대 산지등대를 만난다. 탐라의 관문인 제주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가 지고 난 뒤 깜깜해진 밤바다를 밝히는 산지등대는 사라봉의 또 다른 명물이다.

1916년 10월 처음 불을 밝힌 산지등대는 1999년 12월까지 80여 년간 추자도, 청산도, 보길도, 거문도까지 불을 밝혔다. 주변 경치를 바라보며 등대 아래 서있다 보니 항구에서 나는 저음의 뱃고동이 북소리처럼 들려왔다. 지금은 옆에 현대식 등대와 등대지기가 묵는 관사가 있다.

별도봉에 사는 벚나무.
 별도봉에 사는 벚나무.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여행자에게 힘을 주는 신통한 알약 같은 야생열매들.
 여행자에게 힘을 주는 신통한 알약 같은 야생열매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관광지에선 만나기 힘든 제주 시민들과 눈인사를 하며 사라봉과 별도봉 산책을 했다. 공원 길에 피어난 들꽃들에서 풍겨오는 향기가 참 좋다. 주민들을 따라 별도봉 길을 걷다가 벚나무에서 열린 열매 버찌와 숲속에서 산딸기를 따먹기도 했다.

한 아주머니는 새까만 버찌 열매가 맛있다며 내 손에 한 움큼 건네주기도 했다. 육지의 도시에선 매연과 공해로 찌들어 먹지 못하는 열매라 그런지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작은 열매지만 갈증이 금방 해소되는 게 신통한 알약 같았다.   

사라봉, 별도봉에서 보이는 한라산.
 사라봉, 별도봉에서 보이는 한라산.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사라봉, 별도봉에서 보이는 오름들.
 사라봉, 별도봉에서 보이는 오름들.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사라봉이나 별도봉 모두 꼭대기에 오르면 해발 100여 미터의 높이가 믿기지 않는 풍경이 펼쳐진다. 여행자의 탄성을 절로 부른다. 산책하듯 손쉽게 올라와 이런 풍경을 마주하자니 미안할 정도다. 사라봉 정상 정자에 앉아 잠시 얘기를 나눈 아저씨는 야경도 참 좋으니 저녁에도 와보라고 알려 주셨다. 사라봉 공원은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남는 시간에 잠깐 들르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도심 속 오름이다.

덧붙이는 글 | 지난 5월 26일에 다녀 왔습니다.



태그:#사라봉, #별도봉, #제주도, #오름, #산지등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