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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건축가를 처음 본 건 TV프로그램에서였다. 의사, 헬스트레이너 등 방송에 자주 나오는 몇몇 직업군들만 보다가, '건축가'라고 해서 유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나는 대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 되었는데도 건축학과 입학을 생각했을 정도로 건축을 좋아한다. 이 책을 읽은 것도 그러한 관심의 발로였다.

시중에 발간되는 건축 잡지가 몇 개 있으나 아무리 봐도 낯설었다. 건축 시작부터 완성까지 전 과정을 기록한 내용을 읽을 때에도 신나게 읽다가 늘 끝까지 읽지는 못했다. 역시 전공자가 아닌 사람은 쉽게 접하기 힘든 분야인가 생각했지만, 단독주택을 소개하는 잡지들을 보면서 건축에 대한 애정을 이어왔다.

읽으면서 죄책감이 들었다. 어느 새 건축이라는 본질 말고 인테리어만 보고 있었다. 절름발이처럼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건축에 관심 있다고 말하는 모양새였다. 의식주에서 주의 기능을 담당하는 건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 기본적인 것도 알지 못해서 양심이 찔렸다.

허세를 빼고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할 즈음, 유현준 건축가를 알았고 이 책을 읽었다.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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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를 비추어 보면 건축이 접하기 어려운 학문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만약 쉽게 풀어쓴 전공지식 같은 책을 읽었다면 어떠했을까? 중도포기 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이 유용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색다른 관점으로 건축에 접근한다.

그 관점 덕분에 건축의 '건'자도 제대로 모르던 나 같은 초보자가 무언가에 홀린 듯 이 책을 읽었다. 바로 건축물과 도시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설명해 보여준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 때문에 이 책을 재미있게 풀어쓴 건축 전공 책 정도로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 책들과는 알맹이가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축물과 도시들을, 건축학 관점이 아니라 인문학 관점에서 바라본다. 건축물의 모양에서 그 모습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역사를 말하고, 건축물의 구조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자연과의 조화를 말한다.

수십 번 지나다니는 거리들을 두고,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고 어떤 거리는 걷기 싫은지 인간 심리를 토대로 숨겨진 비밀을 말한다.

유현준 교수는 이러한 방식으로 열다섯 가지 주제에 접근한다. 실제로 거리 관련한 주제도 개인적으로 왜 이런 선호도가 생기는지 궁금한 부분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궁금증을 해소했다.

전문 지식을 어렵게 나열하여 뽐내는 데 쓰지 않았다는 게 전체적인 인상이다. 만약 그랬다면 건축은 나에게 산꼭대기에 위치한 성처럼 더욱 다가가기 어려운 학문이 되어버렸을 것이다. 흥미를 느낄 만한 부분과 지식을 결합하여 진입장벽을 낮추었다. 건축의 친밀감 및 대중화에 기여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유현준 교수에게도 나에게도, 이 책은 유리 구두

최근에 출간된 <유튜브의 신>라는 책에서 유현준 교수에 관해 언급한 부분을 읽었다. 본인이 이 책을 두고 유리 구두와 같다고 말했다는 사실이었다. 신데렐라가 유리 구두 덕분에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처럼, 자신도 이 책을 낸 후 여러 방송 체에 출연할 기회가 생겨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나에게도 이 책은 유리구두이다. 지식인이 본인의 지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한 덕분에, 관련 분야에 무지한 일반인이 제대로 된 관심과 흥미를 느꼈다.  

가장 큰 변화는 주변의 건축물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아파트에 관한 개인적인 궁금증도 해결했다. 50평 아파트와 개인정원이 딸린 30평 크기의 단독주택을 떠올려보자. 아파트에서는 아무리 넓은 평수에 살아도 천장의 높이가 정해져 있다.

볼 수 있는 거라곤 베란다 밖의 풍경뿐이다. 반면 단독주택은 개인정원이 있는 공간의 하늘까지 주거자의 소유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사계절이 차례로 지날 때마다 정원의 풍경도 바뀐다. 생활의 질이 높아진다. 아파트가 답답했던 데 이유가 있었다.

이처럼 건물의 주인이 사람인지 아니면 편의성을 중점에 두고 만들어진 건물인지 생각해보는 변화가 생겼다. 더 나아가 고풍스럽고 멋진 건물이 많은 외국 도시와 성냥갑 아파트가 많은 한국의 도시를 비교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각 도시마다 환경과 특징이 다르므로 겉모습으로 우열을 가릴 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함을 알았다. 미래에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모습이 더 각광을 받거나 중요한 문화유산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도시, 건물, 사람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관계

옛날 건축물은 약간의 개보수를 통해 지금까지도 생명을 유지한다. 이 사실을 통해 도시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건물 및 건축에 관심을 가져서 도시가 무분별한 목적의 건물들로 채워져 가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고, 때에 따라 필요하다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들이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생각해보라. 도시 안에 건물을 짓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살아간다. 사람은 100년 남짓 살지만 건물은 100년 이상 살아 도시에 남는다. 건물은 도시, 사람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오히려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건물과 사람을 품은 도시는, 이 유기적인 관계에 의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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