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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이 김기현 울산시장(한국당) 측근 비리를 수사하는 경찰을 비판하면서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까지 걸려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얼마 뒤에 있을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 속담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진 셈이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사례다. 비단 정치인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말 한마디 때문에 지옥과 천당을 경험하곤 한다. 나도 말 한마디 때문에 행복한 경험을 한 적도 있고 곤욕스러운 경험을 한 적도 있다.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 별것도 아닌 걸로 다툰 적도 많았고, 말실수 때문에 친했던 친구와 절교를 한 적도 있었다. 내가 한 말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도 많고 누군가의 말 때문에 내가 상처를 받은 적도 많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말의 품격>
 <말의 품격>
ⓒ 황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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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말의 품격>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책의 제목이 나의 관심을 끌었고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무거운 주제라서 글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쉽게 읽혔다. 책을 읽어보니 공감이 가는 좋은 글들이 많았다. 그 중에 특히 인상 깊었던 몇 가지 내용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존중'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이야기하면서 이민 개혁법 통과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나의 사례로 이야기한다. 이 연설을 듣기 위해 단상 뒤편에 약 400여 명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서 한 청년이 "이민자 추방 중단! 중단!"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통령의 연설을 막았다.

경호원들이 청년을 끌어내기 위해 다가갔고 청년과 경호원 사이에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히려 경호원들을 말리면서 청년을 여기에 있게 해주자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청년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말해보라고 한다. 나도 예전에 그 장면을 찍은 영상을 본 적 있는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설 도중에 했던 그 말이 매우 인상 깊었다.

상대의 의견과는 조금 다르거나 또는 상대의 의견에 반대하더라도 상대의 발언권을 존중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이야말로 성숙한 민주시민이 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상대의 발언권을 제한하거나 무시하는 사람은 독선과 아집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경청'에 대한 내용이다. 경청에 대한 사례로 저자는 이순신 장군을 예로 들었다. <난중일기>를 보면 병사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는 자신의 서재였던 운주당으로 중견급 간부는 물론이고 졸병들 심지어 일반 백성들까지 불러들여서 그들이 건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들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남해 바다의 지형을 자세히 파악했고 임진왜란 때 있었던 모든 해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이순신 장군은 자신보다 계급이 낮다고 일방적으로 명령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참모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좋은 의견을 채택했다.

그 과정을 통해 이순신 장군을 보좌하는 참모들은 자신들이 조직의 부속품이나 소모품이 아니라 조선 수군이라는 조직을 이끄는 하나의 축이라고 느꼈을 것이고 그 결과 23전 23승이라는 전과를 거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런 일은 비단 군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요즘 사회를 보면 직원들의 복지에 신경 쓰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좋은 점은 적극 반영하는 회사가 더 성장하고 업무 효율도 좋다는 것은 언론을 통해 종종 보도된다. 그래서 한 집단을 이끄는 사람들은 다른 구성원들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세 번째는 '협상'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자신이 대학생 시절에 다른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나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을 찾았던 경험을 소개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군 복무 시절에 같은 생활관을 쓰는 동기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힘들어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성격과 기질 모든 것이 정반대여서 친해지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큰 다툼이 없이 지나가면 다행일 정도였다.

우리의 다툼은 분대장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나중에는 중대장까지 나서서 수습해 보려고 했다. 그렇게 다툼이 계속되던 어느 날, 생활관을 쓰던 동기 중에 한 명이 나에게 와서 걔랑 다투려고 하지만 말고 조금씩 양보해보자고 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음을 인정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자고 하는 동기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옳고 그름의 관점이 아니라 '다르다'는 생각으로 그 동기를 바라보니 그때부터는 더 이상 다투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게 되었다. 중국 노나라의 학자인 자사가 주창한 '중용'이라는 용어가 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양극단 사이에서 절충하는 자세'를 의미하는데 싸움으로 갈 뻔했던 극단적인 상황에서 양보를 통해 절충점을 찾았던 나와 내 동기도 '중용'을 실천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위의 세 가지 단어가 기억에 남았지만, 품격 있는 말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경청과 협상도 상대를 존중할 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 경청과 협상을 할 리가 없으며, 품격 있는 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품격 있는 말을 하려면 즉, 말을 잘 하려면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상대를 존중해서 품격 있는 말들이 오가고 그로 인해 더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태그:#존중,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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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역사문화학을 전공한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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