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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이나 제도는 시대적합성을 가져야 합니다

무릇 여느 법이나 제도는 특정시대의 산물이지 영구불변의 것이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 기존 법률이 더 이상 변동된 상황과 맞지 않는다면 더 이상 법 적용을 하지 않다고 폐기한다고 합니다.

法은 삼수변에 갈 거자입니다. 물처럼 흘러 변동하는 현실을 감안하라는 취지일 것입니다. 제도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는 법 정신을 잘 살려 법운용을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의 경우 현 9단계의 계급구조는 1950-60년대 개발시대 내지 농업시대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9급은 고졸, 7급은 전문대졸, 5급은 대졸... 그 당시에는 이런 분류가 타당성이 있었을 겁니다

산업이라고는 공장 몇 개와 농업 그리고 막 발전하는 은행 등 금융 그리고 전통적인 관료조직. 이게 전부였을 겁니다, 대학도 또 몇 개 안 되었습니다

이제 정보가 바다처럼 흐르고 대학 문턱 안넘은 사람이 거의 없으며 외국 바람 안 쐰 사람이 거의 없는 이 시대에 저런 태고적의 경직된 계급구조를 고수한다는 것은 대단히 현실을 잘못 진단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도 중요합니다. 공직 문화도 이런 계급구조를 자연스럽게 용해시켜 버렸다고 봅니다. 그냥 계급 구분만 있고 하는 일은 비슷하거나, 똑같거나 아니면 거꾸로거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계급 구분 자체가 우스꽝스러워지고 코미디화 되어가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면 이런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는 시대에 맞게 고쳐져야 합니다. 독일의 역사가 짐멜은 의식과 현실의 불일치가 역사의 비극이라 했습니다. 의식은 저만치 앞서나갔는데 현실이 바꾸어지지 않으면 그 갈등이 혁명으로도 되고 반란으로 되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잘못된 기득권이라도 그것을 고수하려고 합니다. 천년의 로마나, 천년의 베네치아나 공국이나 천년의 이집트나 그 공통점은 그런 기득권이 쌓이려고 하면 그것을 제도변경을 통해 때로는 얼마간의 폭력에 의해 고쳐나가 항상 사회계급이 고정되지 않고 흐르도록 한 것이라 봅니다.

위대한 카이사르, 위대한 시저의 죽음은 기득권을 없애려는 그를 기득권자들이 암살한 것입니다. 시저가 왜 그토록 역사를 통해 존경을 받는가는 여기에도 한 요인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관료사회는 중앙관료가 지방관료를 차별하고, 행정관료가 기술관료를 차별하고, 일반관료가 기능관료를 차별하고, 고시 출신이 비고시 출신을 차별하면서 굳어진 면이 많다고 봅니다.

이렇게 차별을 통하여 자기 몫찾기에 열심이었고 하는 측면이 많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제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직위분류제는 아직 행정의 영향이 크고 행정의 영속성이 중요한 우리에게 전반적으로 적용하기는 적합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대안은?

현 계급제를 시대에 맞게 3-4단계로 대폭 완화해서 단일 계급으로 출발하게 해서 엄격한 자질심사 등을 거쳐 그 윗단계 계급으로 승진을 허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 생각합니다. 독일식에 가까운 제도라고 봅니다.
2) 직위분류제는 왜 아직 우리에 맞지 않는가?

직위분류제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민관 교류가 활발해져야 하며 그 교류에 따른 자연스런 휴직과 복직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수문화, 응집문화가 만연한 우리의 모습에 비추어 이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휴직 등 노동 조건에 유연성이 부족한 면도 있을 것입니다. 근원적으로 직위분류제는 사회시스템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고 또 사회연대 사상이나 사회복지 사상 같은 것이 부족한 영미시스템에나 어울리는 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시에 정부의 민간 개입이 최소에 그치는 등 행정의 영향력이 약한 나라에 잘 어울리는 제도라고도 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직위분류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려면 그러한 여건의 성숙 내지 주변 환경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3) 유능한 행정, 활기찬 공직이 되려면?

그러면 저렇게 계급체제가 대폭 완화되어 제대로 된 경쟁이 활성화되면 그 효과는 대단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스라엘군은 강하기로 유명합니다. 또 북한군도 강하다고 합니다, 첨단무기를 제외하고 재래식무기로 싸운다 했을 때 당할 자가 별로 없다고 합니다. 나폴레옹 군대도 강했습니다, 징기스칸 군도 강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조직 내에 공정한 경쟁 원리가 완전히 작동한 데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이나 북한군은 장교를 뽑을 때 사병 중에서 선발해 뽑습니다. 그러니 이들은 풍부한 현장경험이 있으며 사병들의 애환을 알고 그리고 이에 군사이론을 덧붙였을 때 완전한 장교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부하들이 신뢰하면서 따릅니다.

나폴레옹 군대는 평민군이었습니다. 프로이센 등의 귀족 군대와 차이가 많았습니다. 위엄있는 군복을 입고 거들먹거리기나 할 줄 아는 귀족 군대와, 자기만 열심히 하면 장군까지 올라갈 수 있는 프랑스군의 차이는 전쟁를 하기도 전에 이미 승패는 판가름났다고 하겠습니다.

징기스칸도 마찬가지입니다, 투항한 적이라도 잘하면 충분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게 대몽골제국 건설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민주경찰의 예로 드는 영국경찰의 원동력 역시 자기직업에 대한 자긍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일 것입니다. 박사 학위자라 하더라도 순경부터 들어와서 현장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합니다.

어느 사회든 시계추는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렸다고 생각되면 이젠 그 반대쪽으로 쏠립니다. 그러니 계급제 완전 폐지와 같은 극단적인 의견들도 나오는 것입니다.

그간 아주 경색된 9단계 계급구조에서 이 부서 저 부서 다니면서 근평관리하고(중앙부서 기준) 적당하게 교육 다니다 그러다 승진하고 그러면 보직받고 한 것이 우리 행정의 현주소였을 겁니다.

그러니 행정은 항상 다람쥐 쳇바퀴고 또는 두더지 잡기고 발전은 없고 순환만 있는 행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예전의 한일어업협상은 협상을 잘못해 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질 수밖에 없었던 협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또 계급에 의해 과장이다 국장 계급인 사람들은 그런 직위가 아니면 일을 못하기 때문에 일부 중앙부서의 경우 현직보다 많은 국·과장급들이 해외로 국내로 파견이란 형식으로 나가 있어 그 개인으로 보아도 손실이고 인재를 활용 못한다는 측면에서 국가에도 손실입니다. 국·과장의 보직연한이 1년이 채 안되었다는 것이 과거 IMF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사람은 많으니 자리를 돌려야 하고 그러니 한 자리에 있는 시간이 1년이 채 안되었던 것입니다. 업무파악 했다하면 자리를 비워줘야 했던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제는 바꾸어야 할 때입니다.

제도를 바꾸어 유능하고 활기찬 공직이 되도록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갖춘 유능하고 가슴 있는 공무원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태그:#행정, #공무원 계급제, #공무원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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