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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차기 사장 유력 후보인 고광헌 전 <한겨레> 사장(오른쪽)과 안용수 전 <서울신문> 부사장.
 <서울신문> 차기 사장 유력 후보인 고광헌 전 <한겨레> 사장(오른쪽)과 안용수 전 <서울신문> 부사장.
ⓒ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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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신문> 사장추천위원회(위원장 박록삼)가 열렸지만 최종후보를 선정하지 못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조합장 박록삼)은 파행의 원인으로 '청와대의 무리한 낙하산 인사 밀어붙이기'를 지목했다. 반면 청와대는 "개입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고광헌·<서울신문>은 안용수 선호?

<서울신문> 사장추천위원회는 <서울신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과 우리사주조합, 포스코, KBS 등 대주주를 대표하는 4인으로 구성됐다. 이렇게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 19일부터 26일까지 사장 후보자를 공개 모집했다. 

그 결과 고광헌 전 <한겨레> 사장과 곽진학 전 <서울신문> 전무, 곽태헌 <서울신문> 상무, 김재성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선화 <스포츠서울> 전무, 안용수 전 <서울신문> 부사장, 염주영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오승호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 오풍연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이춘규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최홍운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 허만기 전 국회의원 등 13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 내부출신들이 많았고, 고광헌 전 사장과 안용수 전 부사장, 박선화 전 전무, 허만기 전 의원 정도가 외부인사였다.

사장추천위원회는 서류심사를 진행해 지난 2일 사장 후보자를 고광헌 전 사장과 안용수 전 부사장, 김재성 전 논설위원 3명으로 압축했다. 이후 후보자들의 경영계획 공개 발표와 질의응답(6일), 최종 면접(8일)이 이루어졌고, 12일 최종 사장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한 사장추천위원회 5차 회의가 열렸다.

사장추천위원회는 이날 최종 사장 후보자를 선정하고 주주총회를 소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종 사장 후보자를 둘러싼 내부 이견이 심해 최종 사장 후보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는 고광헌 전 사장과 안용수 전 부사장이 유력한 최종후보로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사장은 <한겨레> 총괄상무와 판매담당 이사를 거쳐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사장을 지냈다. 그는 최근 YTN 사장 모집에도 응모해 최남수 전 머니투데이방송 사장, 우장균 YTN 취재부국장 등과 함께 최종 후보자군에 올랐지만 탈락한 바 있다. 안 전 부사장은 한국시티은행 부행장을 거쳐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신문> 부사장을 지냈다.

청와대는 고 전 사장을, <서울신문> 내부에서는 안 전 부사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신문>의 한 간부는 "우리에게는 '고 전 사장은 싫고, 안 전 부사장은 좋다'가 없다"라며 "그저 독립적인 인사와 경영 구조를 만들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다만 <서울신문>의 누적 부채가 1800억 원에 이르고 매년 금융비용으로 100억 원에 가까운 돈이 나가는데 이것을 줄일 수 있는 후보가 사장이 되어야 한다"라며 "안 전 부사장이 부사장으로 재직했을 때 100억 원에 가까운 금융비용을 절반으로 줄인 성과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 청와대는 안 전 부사장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부사장을 했고, 기자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간부는 "국민소통수석실의 수석행정관이 '고광헌 사장안'을 만들어 윤영찬 수석에게 올렸고, 윤 수석이 임종석 비서실장까지 보고한 것으로 안다"라며 "하지만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이러한 낙하산 인사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졸속으로 낙하산 인사 내세웠다"

그런 가운데 사장추천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러한 파행의 원인은 "힘의 절대 우위를 바탕으로 한 청와대의 무리한 낙하산 인사 고집"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사장 선출 과정에서 청와대는 서울신문의 절박한 과제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자율적이면서 독립적인 서울신문 내부의 움직임을 철저히 무시하는 과거 정권의 적폐를 답습했다"라고 지적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청와대는 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 사흘 전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졸속으로 내세웠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졸속으로 내세운 후보'는 고광헌 전 사장을 지칭한다.

우리사주조합은 "(청와대가 졸속으로 내세운 후보는) YTN 사장 후보에 응모했다 떨어진 사람이고, 경영계획서 등을 급조하는 과정에서 다른 후보의 경영계획서를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등 부정한 행위까지 있었음이 확인됐다"라며 "그마저도 서울신문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떨어져 있고,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서울신문 대부분 구성원들의 판단이었다"라고 밝혔다.

고 전 사장은 지난 6일 열린 경영계획 공개 발표회에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공모 마감 며칠 남겨 놓고 (서울신문 사장직을) 제안받았다, (그래서) 급하게 경영계획서를 만들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우리사주조합은 "자신이 청와대의 낙하산 후보임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도, 서울신문도 모두 배신당했다"

이어 우리사주조합은 "서울신문 제11기 우리사주조합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이후 세 달에 걸쳐 국실별 간담회,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열여덟 차례에 이르는 내부 토론을 열었다"라고 전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이를 통해 서울신문 사장에게 요구하는 당면한 과제 및 비전을 정확히 확인했고, 사장 추천을 위한 평가 기준도 마련했으며, 철저히 그 기준에 따라 논의한 뒤 만장일치로 사주조합 측 최종 후보까지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은 "이렇듯 철저히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움직임을 준비한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국언론노조와 약속하고 합의한 내용에 대해 서울신문 역시 부끄럽지 않게 화답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지난해 4월 전국언론노조의 '언론적폐 청산과 미디어 다양상 강화를 위한 정책협약서'에 서명하고 "서울신문의 독립성을 보장할 방안을 마련한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하지만 현실은 달랐고, 기대감은 처절히 무너졌다"라며 "대통령도, 서울신문도 모두 배신당했다"라고 비판했다.

우리사주조합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통해 공고해진 낙하산의 적폐는 한 치의 개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청와대를 통해 확인하려들면 '우리는 언론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만 반복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은 "실제는 이명박-박근혜 뺨치는 낙하산 인사의 공작이 공공연히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사장뿐 아니다, (청와대는) 기획재정부 전직 관료의 실명까지 언급하며 서울신문에 낙하산 임원으로 내려보내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촛불정부'의 모습? 절망스러울 뿐"

끝으로 우리사주조합은 "그 추운 겨울밤 광화문 앞 아스팔트를 뜨겁게 데우고 환히 밝힌 천만 촛불의 적폐 청산 염원과 시대정신을 담아 탄생한 정부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믿겨지지 않는다"라며 "그저 절망스러울 따름이다"라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은 "청와대가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라며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및 내부 구성원들은 청와대가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국정 가치에 따라 서울신문의 독립과 자율성 강화의 길에 함께 나서줄 것을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우리사주조합은 "문재인 대통령이 갖고 계신 뜻과 정신, 그리고 힘겹지만 반드시 가려 하는 그 길을 함께 지켜내고, 당장 그럴 싸한 이미지를 만드는 일에 빠져들지 말라"라며 낙하산 인사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지분이 있어서) 정부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민간기업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할 수 있겠나?"라고 낙하산 인사 의혹을 일축했다.

2006년부터 자율적 사장추천위, 대주주 중심 추천위로 변경

한편 <서울신문>은 지난 2001년 이전 정부가 60% 이상의 지분을 가진 '공기업적 정부출자기관'이었다. 김대중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울신문> 내부에서도 소유구조 개편 논의가 진행됐고, 지난 2001년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이 설립됐다. 우리사주조합은 사원들의 급여와 퇴직금, 상여금 등을 모아 38.98%의 지분을 만들어 1대 주주의 자리에 올랐고, 정부(기획재정부)와 포스코, KBS는 각각 2.3.4대 주주가 됐다.

이후 <서울신문>은 편집국장 직선제를 실시하고, 사장도 사원들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사장추천위원회를 꾸려 사장을 추천하고, 선출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2006년부터 우리사주조합과 기획재정부, 포스코, KBS 등 대주주 대표 4인으로 사장추천위가 구성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측은 "정부가 서울신문의 열악한 경영과 재무상태를 개선해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참여정부 말미에 뒤바뀐 사장 추천 시스템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수단으로 쓰였을 뿐 실제 서울신문 재무상태는 계속 열악해져만 갔다"라고 주장했다.



태그:#서울신문, #사장추천위, #우리사주조합, #고광헌, #안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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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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