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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있던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꽃의 내부'. 지난 2011년 국제공모를 통해 작품을 설치한 해운대구청은 이후 훼손이 심하다는 이유로 지난 12월 철거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있던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꽃의 내부'. 지난 2011년 국제공모를 통해 작품을 설치한 해운대구청은 이후 훼손이 심하다는 이유로 지난 12월 철거했다.
ⓒ 해운대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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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 돼 있던 세계적 예술 거장의 유작이 구청의 관리 미흡으로 결국 고철로 사라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운대구청은 지난달 해운대해수욕장에 있던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꽃의 내부'를 철거했다. 이 작품은 해운대구가 해운대해수욕장을 세계인이 찾는 관광지로 만들겠다며 국제 공모 과정을 거쳐 설치한 것이다. 작품과 주변 환경 개선에 들어간 예산만 8억여 원.

작품명처럼 꽃의 내부를 형상화한 이 작품은 철제와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섞어 만든 꽃잎 형태의 조형물 사이를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게끔 만들어졌다. 특히 간암으로 투병하다 지난 2011년 향년 73세의 나이로 타개한 개념 미술의 대부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으로까지 평가받으며 가치를 더해 왔다.

해운대구청은 철거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훼손이 심한 상태에서 2016년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까지 더해져 민원이 계속됐다"면서 "미술전문가와 상의한 끝에 보수보다는 철거가 낫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고심 끝에 철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적 거장의 작품을 혈세를 들여 설치만 해 놓은 뒤 사실상 방치하다 훼손이 심해지자 철거해 버린 해운대구청의 행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30년 전 같은 작가 작품 여전히 전시되는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조각마당에 있는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위장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조각마당에 있는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위장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 국민체육진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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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지난 수년 동안 태풍 등으로 작품이 훼손되는데도 구청 측은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하다가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한 작태는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해운대구청장의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만약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다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판이 거세지자 구청 측은 관리 부실의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태도를 보였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미술 작품에 대한 관리를 지자체가 맡기에는 전문적인 관리가 힘들다"고 밝혔다.

해운대구청은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이보다 훨씬 앞선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맞아 설치한 작품이 지속해서 관리되고 있는 점은 대비를 보인다. 데니스 오펜하임은 당시 '위장지'라는 작품을 설치하며 한국과 연을 맺었다.

이 작품은 지금도 여전히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야외 조각마당에 전시되고 있다. 작품을 관리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측은 "올림픽 일환으로 조각공원을 조성한 뒤 관리·감독과 유지·보수를 진행해 오고 있다"면서 "별도의 담당자와 예산을 편성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태그:#해운대해수욕장,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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