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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혁명으로 이룩한 현 정권에서 특이점이 있다면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연일 뜨겁다는 것이다. 수 천만의 촛불에 의해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이뤄낸 정권교체이기에 그간 억눌려 왔던 목소리들이 인터넷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특히 그간 약자로 치부되어온 이들에 대한 존중 목소리가 가장 높은데, 그중 여성운동의 이슈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에 만연해 온 여혐 논란과 더불어 여성에게만 국한된 '낙태죄' 도 예외는 아니었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23만 건이 넘는 청원 요청이 올라왔고, 이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국민들의 청원 요청에 직접 나서 답변을 했다. 당시 조 주석은 "2010년 이후 중단되었던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며, 더불어 여성의 건강권, 생명권의 논의 필요성도 언급하며, 그간 여성에게만 물었던 법적 책임을 비롯해 문제시됐던 여러 부분들이 이번 청원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논의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조국 민정수석의 입장 발표 후에도 몇몇 시민단체에선 낙태죄 폐지에 대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특히 SNS에선 여전히 뜨거운 이슈로 자리 잡혔고, 그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낙태죄 폐지'와 관련된 강연 및 토크쇼도 열리고 있다. 더 이상 낙태를 여성만의 자기결정권 침해, 건강권 침해의 기존 문제에서 벗어나 여성이 주도하는 '인권'의 시각으로 법 제도와 사회인식이 개선되길 희망하는 차원에서 강연들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최근에 '낙태죄 페지'를 주제로 한 강연이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 주최로 성황리에 열렸다.

낙태죄 폐지를 주제로 한 영화 '파도위의 여성들'을 상영했다
▲ 파도위의 여성들 낙태죄 폐지를 주제로 한 영화 '파도위의 여성들'을 상영했다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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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녹색병원 지하 강당에서 열린 강연은 낙태죄 폐지 문제를 다룬 영화 <파도 위의 여성들>을 단체 관람하는 것을 시작으로, 관람 후 녹색병원 산부인과 윤정원 과장과의 토크쇼를 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중랑구 지역 활동가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최근 이슈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였다.

이 영화는 낙태를 원하지만, 낙태죄 때문에 낙태를 할 수 없는 세계 곳곳 여성들의 상황과, 낙태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며 배를 타고 낙태 합법 국가의 영해로 향하는 그들의 모습을 그렸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낙태죄 폐지 활동가들은 실존 인물이며, 여성들의 최대한 안전하고 자발적인 낙태를 돕기 위해 곳곳에서 싸우고 있고, 그 결과 여러 국가에서 낙태죄 폐지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법 제도와 주위 시선 때문에 낙태를 할 수 없는 여성들을 위해 그들은 항시 인터넷과 전화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다수의 여성들이 활동가들의 지도로 임신중절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좌) 녹색병원 산부인과 윤정원 과장, (우) 녹색병원 양주희 사회복지사
▲ 낙태죄 폐지를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좌) 녹색병원 산부인과 윤정원 과장, (우) 녹색병원 양주희 사회복지사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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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 후 녹색병원 산부인과 윤정원 과장과 지역건강센터 양주희 사회복지사의 토크쇼가 진행되었다. 이 토크쇼는 사전 참여 신청서에 기재된 평소 궁금했던, 코멘트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내용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우선 진행을 맡은 양주희 사회복지사는 " 임신이 여성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타인이나 정부가 제도로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일까 하는 물음이 생겼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개인 선택의 차원이 조금 더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정원 산부인과 과장은 "양주희 사회복지사의 의견에 동의하며, 결과적으로 본인도 낙태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낙태를 자신이 선택하는 것과, 자신의 선택을 죄와 벌로 단죄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하였다. 

이어 여러 의견들이 오갔다. 한 참석자는 "보수 정치인이나, 기독교 등의 종교계에서는 양성평등, 낙태죄 등의 이슈로 진보를 공격한다고 알고 있다"며 "보통사람들은 큰 인식 없이 낙태에 대해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부분과 동떨어진 그냥 '죄'라고 생각한다" 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아직 양가감정이 있어서 무엇이 옳은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양주희 사회복지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슈나 낙태죄 폐지에 대한 것이 개인으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것인데 정치인들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선거에 이기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윤정원 과장은 이 의견에 대해 최근 설문조사를 예로 들며 "낙태죄 폐지가 56% 나머지 44%가 존치로 나타났다"며 이 수치는 자신을 진보라고 대답한 사람과 보수라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과 완벽히 일치하는 결과였다고 전했다. 또한 "낙태 이전에 사전 피임교육과 같은 시스템 뒷받침이 우선되어야한다"라며 현재 이런 부분들이 보험적용이 이뤄지지 않아 추후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참석자는 "낙태 경험 얘기를 안 꺼내서 그렇지 모임 장소에서 한 번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주위에 안 해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다"며, "음지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낙태가 여성의 건강권에 문제를 야기하진 않을지 걱정스럽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윤 과장은 "낙태는 불법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하지만 합법화된다면 12주 이내의 임신중절은 편도선 수술보다 안전하고, 비아그라 먹다가 심장병 걸릴 가능성보다 사고 위험이 적다"고 밝혀 참여자들을 놀라게 했다.

자신을 한때 산부인과 지망생이었다고 밝힌 한 참석자는 "낙태 수술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산부인과를 전공하라고 집에서 얘기했다" 는 과거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윤 과장은 "미국의 경우 양심 때문에 낙태 수술 싫다고 말하는 의사들을 위해서 미국산부인과협회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며 "거기엔 낙태 수술을 하고 싶지 않다면 다른 의사를 소개하거나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고발 사건을 언급하며 "의사가 의사를 고발하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굉장히 드문 케이스이고, 현재 산부인과 의사들이 전문가로서, 건강권 수호자로의 모습을 많이 못 보여줘서 아쉽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용기 내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많이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는 의견을 피력했다.


태그:##낙태죄폐지, ##인권치유센터, ##녹색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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