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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지키는 우리 야생화> 책표지.
 <독도를 지키는 우리 야생화> 책표지.
ⓒ 깊은나무(북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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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분야의 책들을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다. 그래도 '자연생태 분야'의 책들은 특히 좋아한다. 그래서 종종 일단 사놓고 보자는 식으로 구입하고 보는 책들도 있다. 그동안 자연생태 관련 많은 책들을 읽어왔음은 물론이다.

<독도를 지키는 우리 야생화>(깊은나무 펴냄)는 이런 이유와 욕심으로 선택한 책이다. 작은 풀꽃, 나무 한그루가 보여주는 생명의 신비는 늘 감탄스럽다. 내 삶의 중요한 화두가 되곤 한다. 같은 꽃이나 나무를 다뤄도 누가, 어떤 시각으로 다뤘는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읽고 또 읽고, 다시 읽는 것이다.

이 책 또한 그동안 참 많은 관련 책들을 읽어왔음에도 미처 모르고 있던 것들을 들려주고 있어서 알아가는 재미가 좋았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 중 누구에게든 들려줄 정도로 흥미롭게 읽은 것은 바랭이와 바랭이를 먹는 소와의 치열한 생존전략에 관한 것이다.

바랭이는 생명력이 매우 강하다. 오죽하면 농사짓는 사람들 사이에 "웬수 중에 웬수!" 식으로 회자되기까지 할까. 그런데 꿀맛에 가까운 단맛 때문에 짐승들이 좋아하는 풀이란다. 그렇다고 소에게 모조리 뜯어 먹히면 종족 번식에 실패할 것.

바랭이는 뜯어 먹히는 와중에 주변의 바랭이들에게 위험하다는 신호와 함께 소 혀를 따끔거리게 하는 독을 만들어 낸단다. 그래야 덜 먹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알아차린 소는 바랭이가 만들어낸 독을 최대한 느끼지 못하는 방법으로 뜯어 먹는단다. 치열한 생존전략이자 절묘한 공존이다.

외에도 보온재가 충분하지 않던 옛날에 박주가리 씨에 매달려 있는 털로 보온을 했다거나,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우리 식물에 일본식 이름을 붙이는 것에 위기를 느낀 몇몇 사람들이 뜻을 모아 우리식 이름을 붙이거나, 자생식물들을 기록했던 사람들 이야기 등, 흥미롭거나 알아야 할 것들을 많이 들려주고 있다. 그러니 식물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다.

솔직히, '독도에서만 자라는 특별한 야생화=내가 모르는 야생화들'이란 좀 특별한 기대를 하고 선택한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책은 언뜻 좀 시시해 보였다. 바닷가 식물들에 붙여지는 '갯' 또는 '섬'이란 글자들이 붙기도 했지만, 내가 알고 있는 꽃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서다. 게다가 바랭이나 박주가리, 사철나무 등처럼 주변에서 흔히 보는 것들이 대부분. 눈길을 끌 정도로 예쁜 꽃 사진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생태주권이 영토주권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에도 있다. '시파단 섬' 사례는 23년간 영토분쟁을 겪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두 나라는 시파단 섬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계속 대립해 왔다. 독도를 두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와 같다.

시파단 섬은 전체를 돌아보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는 작은 섬이다. 1961년 말레이시아가 등대를 세우면서 인도네시아와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영유권분쟁은 무력충돌 직전까지 치달았고, 결국 지난 1998년 국제사법재판소에 이 문제를 제소하였다. 당시 국제사법재판소는 멸종위기의 바다거북이를 복원시킨 말레이시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야말로 '거북이' 덕분이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1917년부터 시파단 섬을 '거북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거북이 알 채취를 막는 등 생태환경 보호에 노력한 점을 높이 산 것 때문이다. 거북이를 보호하는 것이 결국 영토 주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처럼 분쟁지역을 누가 관리하고 보전하였는가가 매우 중요하기에 우리가 우리 생물을 보전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서문에서.

하지만 이는 호기심으로 목차를 훑은 후 사진만 넘겨봤을 때의 지레짐작에 불과했다. 서문에서 생태주권에 대해, 그리고 이 부분을 읽으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가슴속에서 뭔가 쿵! 느낌이었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관련 책들을 읽어 왔음에도 독도의 생태주권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기 때문이었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바다거북이 사례처럼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그래서 최대한의 공분이 필요한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도 말이다.

책을 통해 생태주권의 중요성을 공감할수록 바람 많고 흙 귀한 독도에서 자라주는 식물들에 대한 고마움이 깊어졌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생태주권에 대해 일본이 모를 리 없을 것, 그렇다면 일본이 어떤 노력을 할 것인데?', '독도의 생태주권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등이. 공동저자 중 한 사람인 박선주 교수와의 인터뷰는 이와 같은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저자 박선주 교수는 현재 미국에 있어 메일과 30분 가량의 전화통화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도를 배경으로 저자 박선주 교수.
 독도를 배경으로 저자 박선주 교수.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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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주권에 대한 서문이 충격으로 와 닿았다. 독도의 풀 한 포기를 독도의 생태주권자 그 가능성으로 접근하는 시각과 글이 인상 깊었다. 생태주권은 무엇인가?

"생태주권이란, 특정 지역에 자생하는 생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라고 애기 할 수 있다. 영토주권은 많이 알고 있지만, 생태주권은 아마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책 서문에 밝힌 것처럼 영토분쟁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일본과 영토분쟁 중인 독도의 생태주권이 중요함은 당연하다. 책 서문에 밝혔듯 생태주권에 대한 인식과, 하필 독도의 생태주권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생태주권을 통하여 독도의 영토주권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 독도의 생태주권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이나 활동 등은? 관련 현재 우리는?
"현재 일부 기관에서 단편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독도의 생물 모니터링 정도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매년 독도의 생태주권에 관한 유전체 연구도 실시하고 있다. 제 개인적으로는 꼭 있어야 할 프로젝트란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 연구팀처럼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나름의 애국심과 목적으로 연구 등을 하고 있다.

일본과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영토주권 관련 행사들은 많은데 보여주기인 것들이 대부분인데다,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들이 많아 아쉽다. 뭣보다 생태주권 관련 행사나 홍보 등은 없어서 아쉽다. 우리 연구팀은 2002년부터 독도의 생태주권 관련 연구를 해오며 해외에 관련 우수 논문을 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영토주권의 논제에 밀려 적용되지 못해 많이 아쉽다. 독도의 생태주권을 위해서는 독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종합적인 연구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선 독도 생태주권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나, 독도의 생태주권이 우리에게 있음을 알리는 홍보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도 말하고 싶다."

- 일본이 생태주권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일본의 상황은?
"국제사법재판소의 시파단 섬 사례가 있는 만큼 일본이 모를 리 없다. 현재 일본은 영토주권에 대한 자료는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생태주권에 대한 연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를 하려면 독도에서 직접 샘플링 해야 하는데, 현재 일반인들이 독도에 머물 수 있는 것은 선착장에서 20~30분에 불과하다. 그래서 사진조차 찍을 수 없다.

하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우회의 방법으로 관련 연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에 조급해지기도 한다. 여하간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차원에서 독도의 생태주권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동시에 그것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일련의 체계적인 정책이나 지원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지난 날, 푸른 독도를 위해 심었으나 적응하지 못한 나무들에 대한 안타까움 공감한다.
"개인적인 생각은 '나무를 심지 않았으면'이다. 독도는 바위섬이고 토양의 표층이 깊지 않기 때문에(60cm 정도라고) 나무들이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한다. 그래서 옆으로 삐져나오는 경우가 많다. 서도의 왕호장근처럼 말이다. 그래서 여름 장마처럼 지속적으로 비가 오거나 많이 올 때 뿌리 근처의 흙들이 흘러내리거나, 그나마 있는 흙들을 바다로 흘러가게 하는 등, 독도의 생태계를 더욱 열악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굳이 나무를 심는 다면 독도의 환경에 맞거나, 예전에 자생했던 수종을 선택하여 식재했으면 좋겠다. 외래식물이 아닌 예전에 독도에 살았던 식물의 복원차원에서의 접근한다면 그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독도를 푸르게 하고자 많은 나무들을 심었다. 그런데 대부분 고사했다. 독도의 지역적 특성이나 환경, 조건 등보다, 잘 크고 병충해에 강한 나무의 특성에만 초점을 맞춰 식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독도에서 잘 자랄 것인가를 고민해 심어야 한다."

독도 동도의 해국. 독도의 해국은 독도의 생태주권 식물 분야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독도 동도의 해국. 독도의 해국은 독도의 생태주권 식물 분야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 박선주.정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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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동도의 해국.
 독도 동도의 해국.
ⓒ 박선주.정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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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538호인 독도사철나무. 독도의 나무들 중 가장 오래부터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기념물 제538호인 독도사철나무. 독도의 나무들 중 가장 오래부터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박선주.정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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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적으로 독도의 나무나 풀로 지정된 것이 있나? 없다면 어떤 나무와 풀을?
"현재 독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생각되는 나무는 사철나무다. 다행히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제538호). 풀은 아직 공식적으로 지정된 것은 없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독도 생태주권과도 관련이 있는 해국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독도의 식물(풀, 야생화)로 지정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전자 분석 결과 독도에서 자라는 해국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환경에 맞게 일부 유전자가 변형되었음이 밝혀졌고, 학회에서도 이미 발표되는 등, 현재 독도의 생태주권 관련해 식물 분야 연구가 가장 많이 되어 있는 것이 해국이기 때문이다. 독도를 상징하는 나무는 사철나무, 꽃은 해국. 좋을 것 같다."

- '국내최초 독도 식물 57종 총 수록'이란 책 표지 설명, 독도에 57종의 식물만 있고, 그를 모두 담았다. 이 책 한권에 독도의 모든 식물을 담은 것이다. 맞나?
"학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2017년 11월 현재 우리 연구팀은 57종으로 보고 있다. 2002년부터 독도에 매년 드나들거나 상주하면서 얻은 결과다."

- 관광객들이 늘면서 매년 귀화식물이 1% 늘고 있다고 했다. 독도의 외래 식물들은 어디에서 유입된 것들이 많은가? 가뜩이나 식물이 귀한 독도, 외래식물도 귀하지 않은가?
"우리나라 육지에서 들어가는 식물들이 대부분이다. 토목공사를 위한 자재들을 통해, 해류, 바람을 타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외래식물들이 유입되고 있었다. 외래식물들이니 무조건 뽑아 없애야 한다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체계적인 기준이나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관리하지 않으면 기존 독도 자생식물들의 터전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 2002년부터 해마다 적게는 한 번, 많게는 네 번 오가거나 머물며 연구한 결과물로 안다. 누구든 해야 하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란 생각에 책이 참 귀하게 생각됐다. 관련,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도 있을 것 같다.
"현재, 생태주권에 관한 연구는 1년 단위다. 그래서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정부의 강력한 생태주권의지가 반영, 장기적인 연구과제가 도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클 수밖에 없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앞으로는 독도의 식물 유전자의 특성(전체 유전체)을 밝혀서 독도 식물들의 위대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

독도의 식물 및 생태주권에 대하여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가 개설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정부나 일부 연구자들의 노력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국민들의 관심과 바람직하며 확고한 인식이기 때문이다. 이는 독도 생태주권 홍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도 생태주권에 관한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하여 독도 식물의 고향이 어디인가에 대해 저술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덧붙이는 글 | <독도를 지키는 우리 야생화>(박선주 정연옥 함께 씀) | 깊은나무 | 2017-11-20 ㅣ정가; 15,000원.



독도를 지키는 우리 야생화 - 국내 최초 독도 식물 57종 총수록

박선주.정연옥 지음, 깊은나무(2017)


태그:#독도 생태주권, #독도분쟁(독도 영유권), #독도의 날, #박선주(생물학), #깊은나무(북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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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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