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난 13일 합동참모본부는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북한 병사가 귀순했다고 밝혔다. 당시 북한 병사는 심한 총격을 받아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그는 아주대학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다. 그를 치료한 사람은 이국종 교수였다. 이국종 교수는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서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의사로, 지난 8월 CBS 시사교양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15분>에 출연해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헬기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로서 이국종 교수는 대중의 깊은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 17일과 22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국종 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두 차례 올렸다. 이국종 교수가 북한 병사에 대한 2차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브리핑하는 과정에서 북한 병사가 기생충에 의한 오염이 심한 상태라는 사실을 언급했는데, 이를 두고 북한 병사의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국종 교수는 21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공개한 모든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해서 결정했다"면서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종대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두 번째 글을 올려 이국종 교수를 다시 비판했다. 김종대 의원은 자신이 올린 글의 첫 머리에서 "이 교수는 국민적 존경을 받을 자격을 충분히 갖춘 의료인의 귀감일 것"이라면서도 "우리나라 의료법 제19조에서는 의료에 종사하는 자는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15일 기자회견 당시에 총격으로 인한 외상과 전혀 무관한 이전의 질병 내용까지 다 말씀하셔서 언론에 보도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김종대 의원이 비난받는 이유

지난 하루 동안 "김종대"와 "이국종"이 검색포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을 오갈 정도로 이 사건은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김종대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종대 의원이 게시한 글에는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었다" "북한 병사의 인권을 고려한 지적이었다"라는 등 상반된 요지를 담은 댓글들이 달렸다. 대부분 시민들은 김종대 의원을 비난하고 이국종 교수를 옹호했다.

김종대 의원을 비판하는 이들은 오직 '북한 병사의 인권이 침해받은 상황'에만 주목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김종대 의원이 인지한 사건 경위는 다음과 같다. "의사가 환자에 관한 정보를 불필요한 부분까지 발설했다. 언론은 이를 받아 적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환자는 인권을 현저히 침해당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은 "의사가 환자의 불필요한 신상을 언급한 것은 잘못이며, 이를 유포한 언론은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은 이국종 교수가 그동안 환자를 살리려 해왔던 노력, 그가 받고 있는 국민적 존경 등 여러 사실들을 중요하게 여겼다. 시민들에게 있어 이국종 교수는 인간의 생명을 구하려고 헌신하는 사람이다. "시기상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 "(의료진에 대한)따듯한 격려가 우선이어야 했다." "생명을 구했더니 인격 테러범으로 몰고 있다." 김종대 의원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압축해보면 '융통성이 없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이국종 교수가 사악한 의도에서 환자에 대한 정보를 알렸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국종 교수가 안 좋은 의도를 갖지 않고 환자의 상태를 공개한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 김종대 의원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악의가 없었다하더라도 의사가 환자의 인권에 대하여 무지했다며 이국종 교수를 비판할 것이다. 하지만 이국종 교수를 인권에 무지한 사람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의술을 배운 사람으로서 그 누구보다 생명의 존엄성을 잘 알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바로 환자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에 대한 그 나름대로의 소신을 밝힌 셈이다.

인권 침해는 누구의 책임인가

1차 브리핑 내용에는 기생충에 오염되어있다는 등 공표할 시 환자의 인격을 침해할 수 있는 사실이 포함되어있었다. 다만 이국종 교수가 그간 보여주었던 모습을 생각한다면 환자의 인권에 무관심하지 않았다는 그의 호소가 갖는 진정성을 의심할 수 없다.

환자를 진료한 의사는 악의도 없었고, 무지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 사건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하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북한 병사의 인권이 침해받았기 때문이다. 김종대 의원은 그 일차적인 책임이 북한 병사의 정보를 최초로 발설한 의사에게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의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다.

김종대 의원은 자신이 올린 글에서 "귀순한 병사가 수원 아주대에서 수술 받는 동안 수술실에 들어 온 군 정보기관 요원은 도대체 누구였냐"고 물었다. 이후 두 번째로 올린 글을 통해 수술실에 군 정보기관 요원이 들어오도록 방치한 이국종 교수를 비판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국종 교수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수술실에 제멋대로 들어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정보기관 요원이다. 일개 의사가 군 정보요원이 수술실로 들어오는 것을 제지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또한 그는 의사로서 환자의 목숨을 구하는 일에 집중해야만 했다.

이국종 교수의 말에 따르면 환자에 관한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한 결과 공개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정보를 공개할지 여부를 두고, 권력기관인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와 중증외상센터 의사 중에서 어느 쪽의 '입김'이 더 강했을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가 정확히 어떤 정보까지 공개하기를 바랐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의사가 사전에 합동참모본부와의 상의를 거쳤다면, 합동참모본부는 적어도 브리핑할 내용 정도는 알고 동의했을 것이다.

언론의 무책임한 태도

이처럼 책임의 소재를 칼로 두부 자르듯 쉽게 가릴 수는 없다. 그러나 가장 명확한 책임은 언론의 보도 행태에 있다. 김종대 의원의 지적대로 유력 일간지를 비롯한 몇몇 방송매체는 환자의 신체를 '표본실의 청개구리' 수준으로 전락시켰다. 언론은 환자의 몸에서 기생충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굳이 환자의 몸 안의 상태를 낱낱이 보도할 필요가 있었을까. 현재 언론은 환자의 인권을 무시했던 지난 행태를 반성하기는커녕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논란에 편승해 김종대 의원을 공격하기 바쁘다.

김종대 의원은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할 수 없다는 의료법 조항을 언급하며 이종국 교수가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22일 게시한 글의 마지막 단락에서 "공공의 관심 때문에 무엇을 공개했다고 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그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법의 정신입니다."라는 말을 통해 다시금 '준법'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종대 의원을 비롯한 이들이 이국종 교수를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할 가능성은 낮다. 이국종 교수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도 이국종 교수가 그간 행해왔던 의술은 충분히 참작사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언론의 행동은 그 어떤 사유로도 참작될 수 없다. 이번 논란을 통해 언론은 비열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언론의 무차별적인 보도로 환자의 인권이 손상되었음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반성이 없다. 오히려 현재 이 논란에 편승함으로써 자신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제3자의 입장'에 놓인 척하고 있다. 시민들은 김종대 의원의 글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으나 적어도 언론은 그럴 자격이 없다. 만약 환자의 인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언론이 단 하나라도 있었다면, 1차 브리핑을 진행한 바로 그 자리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다.

언론은 계속해서 인권논쟁의 프레임을 이국종 교수와 김종대 의원 간의 대결 구도로 끌고 가고 있다. 이를테면 "김종대 "北병사 인격 테러" vs 이국종 "자괴감 든다""라든지 "김종대·이국종, 귀순 北병사 의료기록 공개 두고 '소신 충돌'" "김종대 의원 비판에 당혹, 이국종 교수 "이런 상황까지 와 자괴감"" 등 인터넷 기사의 헤드라인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국종 교수와 김종대 의원 두 사람은 논쟁한 적이 없다. 단지 김종대 의원은 이국종 교수가 불필요한 정보까지 언급한 점을 지적하고, 언론의 잘못된 보도 행태를 비판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국종 교수는 환자가 처한 열악한 상황을 설명하고 중증외상센터의 어려움을 호소했을 따름이다.

언론이 두 사람이 가상의 대결을 펼치도록 만든 까닭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 환자의 인권 유린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언론으로서는 이국종 교수를 응원하는 대중의 여론에 올라타 김종대 의원을 왕따 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김종대 의원은 언론인도 아니면서 언론인 중 누군가 해야만 했던 말을 한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절박한 호소

이국종 교수는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환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김종대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에 브리핑의 초점을 맞추지도 않았다. 그는 브리핑 내내 중증외상환자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과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기 30분 전부터 아주대학병원 중증외상센터는 더 이상 환자를 수용할 공간이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소방방재청에 알렸지만 환자는 계속해서 밀려들어왔다. 당연히 환자를 받을 중환자실은 없었다.

내 눈에 비친 두 번째 기자회견은 의사가 기자를 붙잡고 도와달라고 몸부림치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마치 환자가 의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사'의 그 같은 절규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의사와 환자가 처한 현실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대신 "의사와 국회의원 사이의 소신 충돌"이라는 내용으로 기사를 써내려갔다. 결국 이국종 교수의 절박한 호소는 모두 편집되었고, '현직 국회의원과의 언쟁'으로 왜곡됐다.

지금이라도 지면을 빌려 그의 말을 짧게나마 전하고 싶다. 아래는 이국종 교수가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의 일부분을 글로 옮긴 것이다.

"기자 여러분. 저는 기자 분들께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중증외상센터는 결코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의료계에서 만든 것도 아닙니다. 몇 분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저 같은 사람이, 저는 정책을 만들지 않습니다. 정책을 만들지 못합니다. 말단 노동자일 뿐이기 때문에 저는 그냥 정책의 도구로서 위에서 만들어주는 데까지만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기자 분들이 여론을 환기시키고, 정치권에서 결정을 해 주고, 관료들이 움직여줬기 때문에 만든 거고. 저는 그래서 지금도 중증외상센터를 만들어준 사람은 국회 전문위원, 허윤정 전문위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의료계에 신경에 그 누구도 진정성을 가지지 않을 때 그분이 응급의료 기구를 만들고, 그분이 중증외상센터를 세워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그 정책의 도구로서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서 그렇게 센터를 만들어줬는데, 여기에 적어도 사선을 넘어 들어온 중증외상환자를 잘 치료해야 된다는 그런 의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서 넘어온 북한 군인이, 이제 대한민국의 청년이 한국에서 살면서 기대하는 삶의 방향은, 삶의 모습은 자기가 어디서든지 일하다가 내지는 위험한 곳에서 위험한 일을 당해서 다쳤을 때 30분 내로, 헬기로 오든 그라운드 앰뷸런스로 오든 30분 내에 중증외상센터에서 적절한 치료가 벌어지고. 그리고 사선을 넘어서 병원에 도착하고 30분 내로, 아니면 적어도 1시간, 30분 내로는, 골든아워 이내에 환자의 수술적 치료가 이루어지는 나라에 살려고 여기를 넘어왔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만약에 이 친구가 북한군의 신분으로 우리 주한미군이 30분 내로 환자를 데리고 오고. 그래서 지금 어떻게 보면 거기에서 데리고 오면서, 헬기 안에서 주한미 더스트호프팀 장병들이 응급처치를 잘 해서 살아서 왔는데 한국 어디에서 사고가 났는데 정작 그때는 마치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처럼 환자가 갈 데가 없고. 그리고 이 친구가 어디 전화 걸 데가 없고. 무슨 고위 관료, 정부 관계자, 아니면 적어도 여러분같은 언론인, 언론인들 아는 끈이 없어서 병원에 전화 한통 할 데가 없어서 응급실에 깔려 있다가 허무하게 생명을 잃는다면, 이 사람이 여기 왜 넘어왔겠습니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저는 그런 방향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 주셔야 되는 분들이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언론인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한편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상센터에 대한 제도·환경·인력 등을 지원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현재 청원에 참여한 사람은 11만 3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대학생입니다. 정치와 사회에 관심이 많습니다.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