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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이 끝날 때까지 도로에서 기다렸습니다. 100명의 (KB금융지주) 현직 직원들이 막고 있었습니다. 경찰도 왔었지만 저에게 난동 부리지 말라고 한 뒤 돌아갔습니다. 오히려 직원들을 체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금융지주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KB금융 주식 27주를 가지고 있는 소액주주다. 윤 대표는 "주총에 들어가서 윤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의견을 이야기하면 이는 주총 의사록에 남고, 의사록은 각 지점 창구에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KB금융 쪽에서 주총장 입장을 막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윤영대 대표는 KB금융이 LIG손해보험 인수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질렀으며, 이에 윤 회장이 다시 회장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주총 시작 30분 전인 오전 9시30분부터 입장을 시도했지만 저지 당했고, 끝내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다.

"회사가 막아 주주 못 들어와" 문제 제기에도 주총 그대로 진행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금융지주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윤종규 회장이 주주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금융지주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에서 윤종규 회장이 주주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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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10시 주총이 시작되자마자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사회 의장으로 앞에 선 윤 회장이 개회인사말을 하던 찰나였다. 주총장 뒤쪽에 자리 잡은 한 주주가 "이의 있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윤 회장이 이를 무시하고 발언을 이어가자 일부 주주들은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했다.

또 다른 주주는 "주주총회장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데, 이대로 주총을 진행하는 것이 적법한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윤 회장은 "주주들의 71%가 출석해 (적법하다)"고 말하며 주주들의 동의를 구했고, 주총장 앞쪽에 자리한 주주들이 "동의한다"며 지지를 보냈다. 그러자 다른 한 주주는 "회사가 막아 주주가 주총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주총은 계속해서 진행됐다. 이날 주총에서는 윤 회장의 연임 안건과 허인 국민은행장 선임 안건 등이 논의됐다. 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아래 국민은행 노조) 등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이사회에 회장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도 함께 논의 대상으로 올랐다.

먼저 윤 회장 연임에 대한 주주들의 의견을 묻는 시간이 마련되자 한 주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주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주주들이 마음 놓을 수 있게 해달라"며 윤 회장 연임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에 주로 앞쪽에 자리한 주주들은 동의의 뜻을 표했고, 뒤쪽에 착석한 주주들은 반대한다고 소리쳤다.

"주민등록증 제시해도 입장 막아...반대 의견 귀담아 들어야"

이어 다른 주주는 "지난 9월1일, 23명의 회장후보 리스트가 나왔지만 주주들은 후보자들이 누구였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9월8일에는 7명의 후보가 발표됐지만 역시 누군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후 3명의 후보가 발표됐는데 그 중 2명은 인터뷰를 고사해 윤 회장이 단독 후보가 됐다"며 "이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주주로서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뒤이어 여러 주주들이 윤 회장 연임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어 하얀 수염이 눈에 띄는 한 노인이 일어나 발언에 나섰다. 그는 "몇 년 만에 오니 (주총이) 왜이리 이상하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주민등록증을 제시했는데도 입구에서 입장을 막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80대 노인네가 행패를 부리겠나, 방해를 하겠나"라며 "칭찬할 것은 칭찬하고 보완할 점이 있으면 하고, KB금융의 번영을 위해 발언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차분하게 이렇게 말했다.

"주총 잘하는 기업의 주가가 올라가는 것입니다. 날치기 주총, 옛날엔 많이 했죠. (이렇게 하면) 주주들이 실망합니다. 의장께서는 오늘 반대 발언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박수부대, 이런 사람들 말에 귀 기울이지 말고, 쓴 소리 하는 반대파의 말을 귀담아 들으시길 바랍니다."

이 같은 발언들을 포함한 여러 의견들이 오간 뒤 윤 회장의 연임 안건은 가결됐고, 연이어 허 행장 선임 안건도 가결됐다. 하지만 노조 쪽에서 제시한,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일부에선 주주제안서 등 자료를 배포하고 표를 집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1시간 가량 주총이 정회됐다.

윤 회장 "노조와 대화하고 소통하겠다" 노조 "대화 없었다...방해만 안 되길"

다시 주총이 속개되고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박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한 주주는 "주주제안이라고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이사들과 역차별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총) 시간도 많이 지났다"며 "밥 먹어야 하는데, 배고프다. 빠른 진행을 부탁한다"고 언급했다.

결국 이날 주총에서 노조 쪽이 주주제안으로 올린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이어 노조는 이사회에 회장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건을 현장에서 철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반대의견을 냈는데 이를 존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내에는 여러 위원회가 있는데 이 중에서도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위원회에만 회장의 참여를 배제하는 식으로 안건을 수정하겠다는 것이 노조 쪽 계획이다. 노조는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안건을 제시할 예정이다.

주총이 끝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와의 마찰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윤 회장은 "노사문제는 부부관계와 같아 때론 싸우고, 때론 다투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여러 부분에서 조금 잡음이 나오지만, 앞으로도 똑같이,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에 대해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주총을 앞두고 (윤 회장은) 노조와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 아예 대화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주 각 계열사의 노사관계에 방해만 되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기존 문제들에 대해선 경찰 고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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