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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에 SentCulture의 문화나눔 답사가 있었다. 많은 답사팀이 있지만, 이 팀은 탈북민들과 함께 하는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벌써 7회째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답사이다. 특이하게도 이 답사에 참여하면 북한 음식을 간식으로 맛볼 수 있다. 참여하는 탈북민들이 준비해서 오시는데 모두 손수 만들어 오신단다.

오전 9시 40분 구파발역 1번 출구는 나들이객들이 줄을 길게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계획은 북한산 둘레길인 '내시묘역길- 마실길- 진관사'였는데 25명이라는 대부대가 버스를 탈 방법이 없어서 현장에서 코스를 변경하여 '진관사-마실길-내시묘역길'로 방향을 잡았다.

다행히 진관사에 가는 버스는 여유가 있어서 한 차로 이동을 할 수 있었다. 7211번 버스를 타고 하나고등학교에서 내려 은평 한옥마을을 지나 진관사로 이동하였다. 한옥마을에는 한옥 편의점과 한옥 커피전문점이 있었다. 낯선 광경이지만 묘한 어울림도 있었다. 느낌은 다 같은 모양인지 낯섦과 어울림을 모두 한 장씩 카메라에 담으며 이동하였다.

진관사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서 흩날리는 낙엽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씩 찍으며 깊어가는 가을을 즐겼다. 같이 온 아이들은 넘치는 에너지를 뛰어다니며 발산을 하였지만 바라보는 나는 내심 걱정스러웠다. 저렇게 뛰다가 마지막에 지쳐서 업어달라고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기우였다.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뛰어다녔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숲에서 일용할 간식으로 하나되는 답사였다.
▲ 마실길 입구 은행나무 군락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숲에서 일용할 간식으로 하나되는 답사였다.
ⓒ 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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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들을 처음엔 어찌 대하여야 할지 몰랐는데 같이 걸으며 북한에 대한 궁금증들을 물어보고 답을 들으며 걷다 보니 우리와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우리는 반공교육을 받은 세대이다. 어려서 반공 포스터를 그릴 때는 북한 군인의 얼굴을 늑대로 그렸었고 잔인하고 포악한 사람들이라는 교육을 받았다. 당연히 북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색하고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만남이 지속해서 이루어지면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어색함이 쉽게 극복될 것이다.

진관사는 아직 단풍이 많이 들지는 않았지만, 서울 시내에 있는 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주말이면 진관사의 단풍은 절정을 이룰 것 같다. 이곳에 아이들의 웃음이 넘쳐났다. 답사팀의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니며 까르르 웃는 소리이다. 이 아이들 덕분에 답사팀에는 할아버지 미소와 아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있어야 웃을 일이 있다는 어르신들의 말을 실감하였다.

진관사를 벗어나 마실길 입구로 접어들자 답사팀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은행나무 군락지가 노오랗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나무와 함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초반 기다림이라는 짜증이 한 방에 멀리 떠나가는 순간이었다. 진관사를 둘러보고 나왔을 뿐인데 이미 시간은 12시를 향하고 있었고 약간의 출출함도 있었다. 나무아래 놓인 평상에서 탈북민들이 준비해 온 쉼 떡과 송편을 먹기로 하였다.

우리나라의 기정 떡을 북한에서는 쉼떡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바람떡을 북한에서는 송편이라 부른다. 손수 만들어 온 떡이 꿀맛이다.
▲ 탈북민들이 준비해 온 간식 우리나라의 기정 떡을 북한에서는 쉼떡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바람떡을 북한에서는 송편이라 부른다. 손수 만들어 온 떡이 꿀맛이다.
ⓒ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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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으로 먹은 쉼떡, 우리는 기정떡이라 부른다.
▲ 쉼떡 간식으로 먹은 쉼떡, 우리는 기정떡이라 부른다.
ⓒ 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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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쉼 떡은 우리가 기정 떡이라 부르는 떡이었고 송편은 바람 떡이었다. 통일이 되려면 일상생활의 용어들부터 통일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고 많은 이름 중에 왜 하필이면 쉼 떡이라 부르는지 궁금하여 물었다. 조금은 황당한 얼굴로 원래 쉼 떡이었단다. 내력을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떡은 정말 맛있었다. 깨를 물들여 예쁘게 장식을 하였는데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졌다.

새벽부터 맛있게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말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서울 시청에 근무 하시는 박세중 선생님은 배낭에서 집에서 담근 오미자차와 사과를 한 보따리 꺼내 놓으셨다. 무거운 차와 사과를 답사팀과 나누기 위해 메고 오신 것이다. 자신들이 가진 것으로 나누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참 정겹다.

옆에서 떡을 먹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최서진양에게 이번 답사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물었다.

"새터민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고 진관사와 진관사 수륙제에 대해 배워서 좋았어요. 숲에서 친구들이랑 뛰어놀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다음에도 또 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서진양의 친구인 손유현양은 "북한사람들도 우리랑 같은 음식을 먹는 게 신기해요"라고  했다.

'어쩌면 지금도 우리의 교육은 옛날 받았던 반공교육과 별 차이가 없는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만큼 우리는 통일에 대한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런 모임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소소하지만 이런 모임들이 많아지면 통일도 한걸음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도란도란 간식을 먹으며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탈북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입이 열려야 마음이 열린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간식을 먹은 후 다시 답사길에 올랐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가 이미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답사하며 느낀 점은 이정표가 참 잘되어 있다는 것이다. 눈에 쉽게 잘 보이도록 설치되어 있었고, 어디로 가야 하나 망설여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이정표가 있었다. 화장실이 난감했던 지점에는 이동식 화장실이 있었다. 요즘은 이동식 화장실도 참 깨끗하고 세련되게 만들어져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코스였다.

동네 산책을 나온 듯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마실길에 아름다운 담장벽화를 만났다.
▲ 마실길 담장벽화 동네 산책을 나온 듯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마실길에 아름다운 담장벽화를 만났다.
ⓒ 배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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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마실 나온 것처럼 편안하게 걷던 마실길에서 내시묘역길로 접어들었다. 원래는 사유지인데 둘레길 조성을 위해 사유지를 개방하신 분이 계셨다. 사유지를 개방해 주신 덕분에 아름다운 길을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서 참 감사하였다. 소문 없이 선행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시는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아직은 살만하고 희망이 있는 것이다.

2시간 동안 9천 보를 걸었다. 아이들의 웃음과 나누려는 마음이 함께한 행복한 답사였다. 남한의 주민과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북한의 주민, 그리고 떠오르는 신세대와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끄는 기성세대가 함께한 문화 나눔이었다. 작은 만남들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 보람 있는 답사였다. 이번 답사를 준비하고 진행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답사를 마치고 북한산둘레길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다같이 한 컷
▲ 단체사진 답사를 마치고 북한산둘레길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다같이 한 컷
ⓒ 배현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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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대간의 문화나눔, #남과 북의 문화나눔, #북한산 둘레길, #내시묘역길과 마실길, #SENT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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