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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스마트폰이 자꾸 꺼지는 증세를 보였다. 사진을 몇 장 찍으면 제 맘대로 휙 나가 버리곤 했다. 배터리가 너무 빨리 소진되었다. 그동안 휴대폰을 몇 번 사보았지만 이것은 중고 폰을 산 것이 아닌가 싶었다. 구매한 지 몇 개월 지나면서부터 새 것에서 나타나지 않아야 할 증상들을 보이곤 했었다. 이유 없이 꺼졌다가 재부팅되기도 했다.

그럭저럭 2년을 넘겼다. 약정기간이 지나니 기계값이 없어져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었다. 그 맛에 좀 달래면서 몇개월을 더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젠 참을성이 임계점에 달했다.
 
애초에는, 최근에 나온 S* 이나 V* 같은 제품들을 사버릴 생각을 했다. 스마트폰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보다 돈을 더 주고라도 좋은 것을 쓰자 생각했다.  동네에서 두 곳을 알아봐도 기계 값으로 백만여 원을 주어야 할 것 같았다.

북클럽 회원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서 스마트폰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많이 주고 사는 건 너무 비싼 것 아닌가하는 의견도 주었다. 폰 값은 주식시세처럼 늘 변하는 거라 다 다르더라고 좀 더 알아보라고 했다. 그런가 싶어 마음이 흔들렸다. 바가지를 쓰는 것이 확실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았다. 폰 광고 블로그가 많았다. 폰을 사러갔다가 불쾌했던 경험들도 많이 올라와 있었다. 휴대폰 사는 일이 나에게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최근에 나온 관련 기사도 보았다. 요즘 많이 팔린 기종에 대한 설명과 비교표도 있었다. 기사가 객관적인지도 알기 어렵지만 그래도 광고성 블로그 보다야 나을 것 같았다. 그 중 두 가지 폰을 보기로 결정했다.

우리 동네 중심상가쪽에 폰 가게가 많다. 그 중 가장 안정되어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메모해 간 제품이 있는지 물었다. 그것은 S통신사 전용이라 없단다. 나머지 하나 A*은 있었다. 이 제품에 대해 물어보니 프리미엄제품은 아니지만 중간레벨 중 가장 나은 제품이라고 했다. 작년에 출시되었다. 대리점에서 권하는 제품이 아니라서 아는 사람들만 찾는다고 했다. 이윤이 별로 남지 않는 기종이라고. 그래서인지 직원은(알고 보니 대표였다) 불친절하진 않았지만 '고갱님'을 대하듯 하진 않았다. 그럴 리도 없지만, 사실 너무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편치는 않다. 그래도 그는 차분하게 처리하고 묻는 것을 상세히 안내해 주었다. 내가 백만 원 넘는 최신 폰을 샀다면 좀 더 친절한 대우를 받았을지는 모르겠다.

지원금 공제를 받고 사용하던 기계도 보상을 받았다. 결국, 폰 값은 '0원'이 되었다. 요금은 180일 동안 처음 약정된 금액으로 사용하다가 그 후에는 원하는 요금제로 변경이 가능하였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정기간 동안 고장 안나고 신경 안 쓰이게 하면 된다.
 
휴대폰을 새것으로 바꿀 때마다 내가 선택한 제품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모르는 채 산다. 물건을 모르면 비싼 것을 사라는 말이 있지만, 그 돈 다 주고 사는 것이 바가지 쓰는 거라는 찜찜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해서일까. 소비자는 뭔가 가려져있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 사람은 알지 못할 때 가장 불안하다. 불확실성이 주는 심리적 불편함은 고통이다.
 
휴대폰시장은 우리나라 산업에서 거대 시장이다. 소비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투명한 체계가 되어야 한다. 이제 누구라도 스마트폰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이 두고 사는 것이 휴대폰일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배터리라도 나가면 불안감이 밀려와 견딜 수가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는데도 말이다. 이 참에 '휴대폰 없이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 길들여 진 것이다. 그것 없으면 아무 일도 못하는 것처럼. 통화는 당연하고 검색하고 메모하고 블로깅하고 사진도 찍는다. 나름 스마트폰은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휴대폰을 구입할 때마다 뭔가 개운치가 않다.


태그:#스마트폰구입, #휴대폰, #갤럭시, #약정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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