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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26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것도 4년째 제자리 걸음에 멈춰 있다. 10년 전(2007)에는 11위를 기록해 국가경쟁력 10위 권 내를 내다보았으나, 그 후로 현상유지는커녕 지금 26위로 떨어졌다. 중국은 10년 전에 36위였으나, 지금은 27위로 우리 코 밑에 와 있다.

우리나라는 GDP 1조4천억 달러로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지만,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8천 달러로, 3만 달러의 벽을 11년째나 넘지 못하고 있다. 홍석현은 이를 두고 '중진국 함정'이랬다. 그는 저서 <한반도 평화 만들기>(2017)에서 이렇게 말한다.

'중진국 함정은 무섭습니다.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오랜 세월이 가면 중진국도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후진국으로 전락합니다. 아버지보다 못사는 자식세대가 출현합니다. 청년층은 자포자기로 절망적 삶을 맞게 됩니다. 우리사회의 3대 부조리, 즉 불공정, 불균등, 불확실은 불신, 불만, 불안을 낳고 이런 절망을 더 깊게 만들 것입니다(홍석현, 2017, 262쪽).'

지금 우리나라는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후진국으로 다시 전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SBS 뉴스(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2017년 9월 27일)에 의하면, 20년 뒤 우리나라에서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120만 개나 시라진다니, 젊은이들의 직업 환경에 '천지개벽'이 예고된다. 미래가 퍽 불안하다.

어찌할 건가? 미래는 만드는 자의 것이다. 이래경은 <다른 백년을 꿈꾸자>(2017)에서 한국사회의 대변혁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가 이끄는 '다른 백년'은 한국사회와 세계의 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그는 '다른 백년'이라는 싱크 탱크를 통해 동학농민혁명 이후 100년이 넘게 우리가 미루어온 역사적 과제를 총체적으로 성찰한다. 그는 동학의 '사인여천'(事人如天) 정신이 21세기 동서양이 만나는 동도서기(東道西器)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래경은 경제총량 지표로서 GDP 개념을 폐기하고, 사회개발지수를 중심으로 한 발전종합지수(TDI, Total Development Index)의 도입을 주장한다. 그가 제기하는 '발전종합지수'(TDI)는 사회개발지수 + 경제후생지수 + 지속가능지수 + 제도평가지수의 총합에서 주관적․심리적 행복지수까지 조사하고 참조할 것을 권고한다. 이것은 계량적 발전모형에서 질성적 발전모형에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이만열이 최근 펴낸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은 우리에게 신선한 희망의 빛을 선사한다.
 이만열이 최근 펴낸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은 우리에게 신선한 희망의 빛을 선사한다.
ⓒ 레드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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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대전환의 기로에 선 우리들에게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은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2017)에서 한국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감으로써,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했다.

저자 이만열은 미국에서 태어나 중국과 일본의 문화사를 전공한 뒤 대만과 일본에서 십여 년간 연구와 강의를 하고, 9년째 서울에 살면서 국제적인 균형감각으로 '세계 속의 한국'을 매우 신선한 안목으로 제기하고 있다.

그는 이 시대를 주도하는 서구적 세계 질서의 이동에 주목하면서 '서양도 알고 한국을 아는 지식인'의 입장에서 미래 한국이 나아갈 길을 제기한다. 특히, 그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미래의 유용한 자산이 우리나라의 과거 문화유산 속에 풍부히 내축 되어 있음에 주목한다. 말하자면, 우리 스스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지혜로 미래를 열어갈 것을 권고한다.

오늘 우리에게 절박한 과제인 안보문제에 대해 그는 단지 군사․정치적 개념 망에 머물지 말고 문명사적 시각에서 기술과 환경, 나아가 기후변화의 위협에 따른 문제로 넓혀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의 주장을 따라가 보자. 이 책의 들머리 <촛불 시민에게 전하는 메시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투표장에서 우리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초인을 뽑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런 초인은 절대, 어떤 경우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생활 속에서 우리가 선출한 정치인들의 활동을 관찰하고 감시해 보자. 열정적인 풀뿌리 운동이 정치인을 움직이고 세상을 나아가게 한다. 당신을 이끌어 줄 리더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거울을 보라. 그 안에 당신을 찾던 사람이 있다. "차분하게 준비하라!(Don't get mad; organized!)"'

'촛불 시민', 우리들에게 그가 조용히 일러주는 말이다. 그는 오늘 한국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북한도, 경기 침체도, 특정 정치인의 일탈적 행태도 아니란다.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은 문화적 데카당스(Decadence, 퇴락)의 확산이라는 게다.

퇴락하는 문화 속에서 음식, 술, 성적 쾌락, 휴가와 스포츠에 탐닉하는 단기적 만족을 인생의 목표인양 착각하는 걸 경고한다. 특히, '염치'의 상실에 따른 한국 전통문화의 쇠퇴를 그는 아쉬워한다. 백범 김구 선생이 문화강국을 염원했듯이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 녹아 있는 높은 윤리적 문화의 재현을 당부한다. 그는 우리에게 '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지만, 통일 자체보다 통일방식이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1215년 입헌정부를 만들어 낸 영국의 건설적인 마그나카르타(대헌장)처럼 한국 또한 고도로 혁신된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내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가령 기후변화, 고령화, 민주주의 훼손과 같은 광범한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개혁을 이뤄내 그 성과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다.'

그는 한반도 통일이 성공하려면, 이런 역사적인 과제를 한국인 스스로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는 게다. 그는 우리에게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습관적 정치'라 했다. 여기 '습관'은 일상적 문화양식이다. 그는 한국이 겪는 문제는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는 게다. 문화는 정책으로 바뀌기보다 개인의 일상적 습관을 바꿈으로써 서서히 변화한다. 하여 간디는 "세상이 바뀌길 원한다면 자신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저자는 <한국에 의한, 한국을 위한 지정학>에서 '6대 주기의 종언을 맞이한 한국'에 주목한다. 한국이 직면하는 가장 짧은 역사적 주기는 5년간의 대통령임기다. 보수 리더십의 10년 주기가 이제 종식을 고했다. 이보다 더 거대한 주기(1960-2017)는 한국의 경제구조와 특히 관련된다.

네 번째  거대주기(1945-2017)는 국제 정치 환경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팍스아메리카나가 그 끝을 향하고 있다는 게다. 한국은 글로벌 스탠더드인 미국의 지지가 마치 해가 동에서 뜨고 서에서 지는 것처럼 자연스럽다고 여겼지만, 이제 역사적으로 미국은 경제적 민족주의(미국 우선주의)에 급급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다.

다섯 번째 역사주기는 세계경제와 보편적 문화규범이었던 서양문화 우세 현상이 쇠퇴하고 있다는 게다. 이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19세기 이전까지 차지했던 글로벌 경제 비중을 회복했다고 본다. 이런 지정학적 대전환에 편승해 향후 10년 동안 서양 중심의 축이 동아시아 쪽으로 이행할 것으로 진단한다.

마지막 주기는 우리 사회의 예측 불가능한 기술발전과 진화다. 우리는 4차 사업혁명을 목격하겠지만, 그것이 일으키는 거대한 파장은 한눈에 포착하기 어렵다는 게다. 목하 한국의 혼란은 동시에 진행 중인 '6대 주기의 종언'으로 자연스럽고 영원할 것으로 보였던 규범들이 본질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여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보다 거대한 변화의 산물이란 걸 깨쳐, 그에 지혜롭게 대응하지 않으면 혼란은 가중 될 뿐이다. 

그는 한국은 스스로 미래를 여는 규칙을 만들어 내야 할 때라면서, "한국인들은 자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향해 군비의 60% 이상을 기후변화에 써야 한다"고 요구하잖다. 한국이 직면한 진짜 안보위협은 '기후변화'이며, 이 의제에 관한 계획을 주도함으로써 한국이 주변국들로부터 상생하는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게다. 그는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보다 시급한 것은 없다"면서 "핵무기보다 더 위협적인 북한의 사막화"를 우려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동북아에서 군비확장 경쟁위험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인류는 잠재적으로 더 큰 재앙을 초래할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그 '위협'이란 무리한 벌목과 토양의 오용, 무책임한 농사 관행으로 나타난 북한 토양의 사막화와 반사막화 지대다. ...(중략) 북한의 사막화 위기는 아시아 전역에 걸쳐 만연한 징후다. 이미 중국은 총면적의 27%에 이르는 262만 핵타르의 토지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사막화됐다. 이제 중국발 황사는 근접나라들의 생태계와 사람들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현실적인 재앙이다.'

미국과 한국은 이제 한반도의 진정한 위협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한다. 한반도의 생태계 복구는 한반도의 정치적 통일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더 이상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그는 '한국인의 잠재력, 선조들의 문화에서 찾자'고 제안한다. 한국은 선진국 그룹과 개발도상국 그룹, 중국 중심의 대륙국 그룹과 미국 중심의 해양국 그룹의 중간자적(경계적 교두보) 위치에 자리해, 국제사회에 역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지정학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데에 주목한다. 저자는 우리가 '한국인이 된다'는 걸 이렇게 적시한다.

과거 문화의 스펙트럼에서 현재의 난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면 그 과정에서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이 된다'는 건 문화와 역사라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 더 나은 미래를 열어 갈 요소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갖게 될 역사의식, 목적의식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온전히 변혁시킬 수 있다. 현재를 위해, 무엇보다 청년들을 위해 고구려, 고려, 조선의 문화를 재해석해야 한다.

21세기에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어떻게 재해석할 것이며,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세계 속에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더 큰 한국을 그리는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다. 그는 지금 한국에 필요한 건 혁신보다 더 큰 한국을 만들고자하는 용기의 발현이란다. 과연 우리에게 그 꿈을 실현할 '용기'가 있는가? 그것은 전적으로 당대를 사는 우리 자신의 몫이다.

이 책의 말미에 저자는 "미래에 한국은 무엇을 수출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그는 한국인이 과거에 조선․자동차․스마트폰․가전제품 등에서 수출 기회를 포착한 성공적인 경험에 주목한다. 하지만 이제 한국인은 산업발전 기획, 디자인, 제조, 마케팅, 판매를 위한 복합적이자 통합적인 체제를 구축하여 그것을 패키지로 수출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다.

예를 들어, 제멋대로 뻗어가는 도시를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킨다면 향후 15년 내에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게다. 도시 재건 프로젝트 시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로 그는 '6대 주기의 종언을 맞이한 한국'의 역사적 전환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에 의하면, 산업도시를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기술 자체가 상품이다. 이를테면, 한국은 강력한 기술, 행정, 문화 노하우의 결합으로 인도에 있는 어느 도시를 신속하게 생태도시로 탈바꿈 시킬 수도 있다는 게다. 문제는 우리에게 이런 걸 실현시킬 상상력과 용기가 발현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을 제기했다. 근데 그가 제기한 담론이 과연 한국인만 몰랐던 것일까? 그의 제안이 퍽 신선하고 창발적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쟁과 분단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대의 지구지역학(Glocalogy)으로 한국학과 한국의 위상정립을 나름 고민해 왔다. 

필자는 이 책을 읽고 21세기에 후천개벽 세상을 열기위한 동학의 가르침을 한반도에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를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그 실마리는 홍석현의 <한반도 평화 만들기>(2017)와 이래경의 <다른 백년을 꿈꾸자>(2017)에서 차고 넘치게 제기된다. 하여 이만열이 제기한 <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2017)은 홍석현과 이래경의 담론에 비추어 상보적으로 재해석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게다.

홍석현의 <한반도 평화 만들기>, 이래경의 <다른 백년을 꿈꾸자>
 홍석현의 <한반도 평화 만들기>, 이래경의 <다른 백년을 꿈꾸자>
ⓒ 나남/ 책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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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 몰랐던 더 큰 대한민국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음, 레드우드(2017)


태그:#더 큰 대한민국, #이만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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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둥이로 태어나 지금은 명예교수로 그냥 읽고 쓰기와 산책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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