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이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정책을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호평했다.
 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이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정책을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호평했다.
ⓒ 신상호

관련사진보기


정말 의외였다. 그동안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오래 몸담은 사람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칭찬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김헌동 전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은 역대 정부의 주택 정책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정책을 가장 잘한 것이라고 엄지를 세웠다.

지난 4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전 본부장은 2시간 동안 지친 기색 없이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말은 직설적이었고, 손짓은 컸다. 긴 시간 동안 '보금자리' 주택 예찬론을 폈다.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아닌 보금자리라는 정책에 대한 '긍정'이었다.

"없는 물건(아파트)을 돈 주고 사는 나라 우리나라밖에 없다"

일단 그는 우리나라의 주택 시장이 비정상적이라고 짚었다. 나오지도 않은 물건을 사는 지금의 분양 제도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제도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어떤 나라도 '없는 집'을 팔진 않는다.

"강북은 25평이 5억 원, 강남은 10억 원 되는 아파트를 직접 보지도 않고 사요. 물물교환할 때도 물건을 주고받는데, 아파트를 합반떼기(견본주택) 지은 거 보고 확정 가격으로 사요. 그런 나라가 없어요."

현재 6억 원을 넘어선 서울 아파트 가격은 '거품'이라고 단언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도 3.3㎡당 1000만 원이면 공급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아파트를 먼저 지은 다음에 분양한 후 분양제와 함께 토지는 빌리고, 건물만 사는 토지임대부 방식을 하면 된다고 했다. 여기에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아파트 거품은 빠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후분양제와 토지임대부 방식을 설명하면서 그는 '보금자리 주택'에 대한 극찬을 쏟아냈다.

이명박 정부때 내놓은 보금자리 주택은 지난 2009년 서울 강남과 서초 등에 공급된 반값 아파트 정책이다. 건물만 입주자에게 분양하고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면서 40년간 빌려주는 방식이다. 당시 서초지구 보금자리 주택은 전용 84㎡의 분양가가 2억460만 원, 토지 임대료는 월 45만2000원이었다.

"20년 집 없는 서민 설움, 이명박이 소원 이뤄준 것"

"이명박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아파트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이야. 이명박 때 보금자리 주택, 건물만 평당 500만 원에 분양했어요. 22평 짜리를 1억1000만 원 정도에 분양했는데 그걸 분양받은 사람은 30년, 25년 무주택자들. 정부를 믿고 매달 10만 원씩 25년 이상 저축한 사람이 참고 기다렸는데, 그 소원을 이루게 해준 거예요"

당시 보금자리 주택은 사전 예약제도로 운영했다. 일단 분양 신청을 한 뒤, 1년 뒤 가격이나 조건 등이 맞지 않으면 소비자가 취소할 수 있는 제도다. 계약금을 걸어 놓고, 취소하려면 분양가의 10%를 물어야 하는 현재 분양제도보다 소비자에게 훨씬 유리한 제도다.

"사전 예약했다가 1년 후 분양가를 정하고, 그때 살지 말지 정해요. 1년 후 물건 만드는 걸 보고 불건 값이 정해지면 나중에라도 안 산다고 취소할 수 있어요. (보금자리 주택은) 2009년에 사전 예약해서 평당 1050만 원에 예고했다가 2010년에 평당 950만 원으로 깎아서 분양했어요."

보금자리 주택의 공급은 주변 집값까지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강남에 평당 900만 원짜리 아파트가 있는데, 소비자들이 다른 지역 아파트를 살 수 있겠냐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용인에 평당 1700만 원, 왕십리에 평당 1700만 원 분양했는데, 그 아파트들이 어떻게 됐겠어요. 강남에 평당 900만 원짜리 나오는데, 왕십리 1700만 원짜리가 분양이 안 되면서 뉴타운이 다 죽어버렸어요. 리먼 브러더스 사태 때문에 아파트 시장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거와는 전혀 상관 없는 얘기예요."

분양원가 공개를 소개할 때 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야기를 꺼냈다. 오 전 시장이 분양원가 공개를 최초로 했고, 그 뒤를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분양원가 공개를 전면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분양원가 공개, 오세훈 전 시장이 처음 시작, 지금도 서울시는 후분양"

보금자리 주택은 공급 당시 반값 아파트로 인기를 끌었다. 보금자리 주택을 청약하는 모습.
 보금자리 주택은 공급 당시 반값 아파트로 인기를 끌었다. 보금자리 주택을 청약하는 모습.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분양원가를 다 공개해야 해요.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분양 원가 공개를 했어요. 그때 강서구 발산이 건축비 370만 원, 땅값 200만 원 해서 평당 570만 원, 송파구 장지가 건축비 380만 원, 땅값 400만 원해서 평당 780만 원에 분양했어요. 오세훈이 분양원가를 공개하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3일 후 분양원가 공개를 했어요. 그래서 주택법이 개정됐던 겁니다. 서울시는 지금도 후분양을 해."


그러면서 후분양제에 대한 호평을 이어갔다.

"요새 가계대출 많다고 하는데, 만약 지금 아파트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앞으로 3년간 가계대출(집단대출)이 없겠죠. 분양권 거래가 없으니 분양권 단속할 필요도 없죠. 재벌들(건설사 등)이 후분양 하는데 돈 부족할 거 같아요? 자금 조달 가능하죠. 후분양을 하면 건설사들이 집을 잘 지으려고 경쟁을 할 거예요. 재벌 오너도 기업 이미지 떨어진다고 잘 지으라고 압박할 거고... 여러 가지 효과가 있어요"

토지임대부 방식과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도입. 지금 일시에 도입하게 되면 개혁이 아니라 혁명으로 불릴 일이다. 건설사와 시행사 등 부동산 재벌들의 저항도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런 저항을 딛고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땅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이 질문에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개발 가능한 땅은 많다"고 했다.

"강남에 서울시가 가진 서울 의료원 부지가 있어요. 용산 미군 기지 이전하면 미군들이 쓰던 땅 많아요. 불광역에 가면 혁신파크라고 그 부지가 2만 평 됩니다. 땅이 없는 게 아니에요. 작년에 집쿱이라고 협동조합을 하면서, 서울의료원 부지를 빌려달라고 했어요. 토지임대부로 70층 짜리 아파트를 지어서 평당 500만 원에 분양하겠다고... 타워팰리스가 평당 5000만 원 하는데, 우리가 강남에 그런 아파트를 지으면, (강남) 아파트 가격 어떻게 되겠어요."

문재인 정부 부동산 개혁 위해서는 "관료들부터 정리해야"

주택보급률이 70%였던 시대에도 집값을 안정시켰는데, 보급률이 100%를 넘어갔으면 얼마든지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혁명을 꿈꾸는 그는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관료들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개혁 의지가 있고, 국토부장관이 개혁을 하려면 지난 10년 간 주택정책 문제가 뭐였는지, '이명박근혜'가 뭘 잘못했는지 그거부터 밝혀야 하잖아요. 집값 뛰게 한 관료들 바꿔치기해야 하는데, 그 사람을 그대로 데리고 써. 제일 먼저 할 일은 그 사람(관료)들부터 바꿔야 돼."

그는 정부의 8.2 대책에도 냉담한 평가를 내렸다. 강남 투기꾼들에 대한 규제는 했지만, 부동산으로 돈버는 재벌 건설사들에 대한 규제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강남 땅부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는데, 중요한 건 아파트값을 올리는 주체가 건설업자고 재벌이라고 봐요. 아파트 분양의 70%를 재벌이 해. 재벌들이 이번 대책으로 직격탄 맞은 게 뭐예요? 후분양제 하란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어요."

"내집마련 포기한 서민, 다시 꿈꿀 수 있도록 해야"

지금이 집값을 잡기 위한 가장 좋은 기회라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를 몰아낸 촛불들이 문재인 정부의 든든한 지지자로 있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이라는 꿈을 부활시켜 달라는 바람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장의 촛불을 등에 업고 당선한 거예요. 지금 국토부장관도 자기가 개혁하겠다고 했고. 집은 서민의 꿈이고 희망이었는데, 노무현 정부 이후 그 서민들이 집 사겠다는 꿈과 희망을 버렸어요. 집 사기를 포기했다고. 그러면서 가정을 꾸리기를 포기했어요. 집 하나 있으면 3~4명이 사는데 1인 가구가 늘고 '방'만 필요해진 거죠. 가정이 꾸려지지 않은 나라가 무슨 나라예요. 애들이 태어날 기회를 박탈당하고, 대가 끊기면서 선진국이 됐다는 나라 있어요?"

인터뷰를 마칠 무렵 김 전 본부장은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동거를 하는 남녀에게 15평 정도의 주택을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가 얘기했던 토지임대부 방식을 적용해 1채당 7500만 원 수준으로 맞춘다면, 재정적으로 아예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 얘기였다. '김헌동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도 '신혼부부 무상 주택 공급'이 훨씬 현실성 있게 들린다.

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이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정책을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호평했다.
 김헌동 전 경실련 본부장이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정책을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호평했다.
ⓒ 신상호

관련사진보기




태그:#김헌동, #보금자리, #부동산
댓글7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