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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은 지난 9월 4일 조선중앙TV 중대보도를 통해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였다"고 발표했다.

이번 6차 핵실험은 지난해 9월 9일 진행된 5차 핵실험 이후 약 1년여 만이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처음이다.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권수립일인 9월 9일을 전후로 6차 핵실험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그리고 지진 규모로 예상되는 폭발력의 규모를 볼 때 국제사회에서 여러 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이전과 크게 다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미국 정부는 3일(현지시간) 긴급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해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된 대북 압박 계획을 논의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긴급하게 소집되었지만 회의 직후 언론을 통해 발표된 내용에는 크게 새로운 것이 없었으며, 실제로 새로운 내용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도 없었을 것이다.

한국 정부 역시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으며,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로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남한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최고로 강한 응징을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 이후 러시아 푸틴 대통령,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연이은 전화 통화를 진행하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화 통화를 진행한 러시아와 독일 양국의 정상들은 모두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에 함께 하지만, 공히 군사적 긴장 고조를 피하고 평화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또한 같은날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의 통화에서 한미일 3국의 공조를 통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추진키로 했다. 그리고 이어 진행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탄도미사일 중량 제한과 사드 임시배치 완료 등에 대한 내용에 합의했다. 결국 남한 정부가 강구한 강력한 응징 방안은 전화 통화를 통한 국제사회에 대한 협조 요청이었다. 다시 말해서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북한을 응징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뜻이다.

중국은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가?

유엔 안보리는 또 개최될 것이고, 또 다시 역대 최고 수위의 대북제재를 내용으로 하는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북제재 최후의 카드라고 하는 원유공급 중단을 결의안에 포함 시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원유공급 중단은 누가 하는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90%를 중국에서 수출하고 있다. 대북제재를 위한 원유공급 중단은 중국에서 북한으로 연결되어 있는 송유관을 중국이 스스로 잠그지 않는 이상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 그리고 중국이 현 시점에서 대북 송유관을 완전히 잠글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일각에서는 핵실험 당일이 중국이 그동안 공들여온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개최일이기에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체면이 떨어 진 것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예상하면서 원유공급 중단이라는 대북제재안에 동의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큰 변화와 행동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중국 역시 외교부 성명을 통해 반대와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국내 인터넷과 언론 기사에서는 북한 규탄 관련 기사들은 모두 사라졌다. 브릭스 정상회의를 통해서 중국은 그동안 영토문제로 분쟁을 이어왔던 인도와의 관계 정상화를 가져 왔으며, 회원국들 간의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약속했다. 이미 시진핑의 분노는 가라 앉았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이미 30여년 동안 지속되어 온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직·간접적 대화 당사자로 참여했던 중국은 북한의 핵문제는 북한과 미국 간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핵 고도화는 분명히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북한이 미국의 대(对)북 적대시 정책에 대한 자신들의 생존의 카드로 핵 보유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북한의 입장과 함께 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북한만큼이나 북한의 붕괴를 원하고 있지 않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핵실험이 달갑지는 않지만 미국이 북한 정권을 무력으로 붕괴 시키고 북한 지역에 주둔하면서 중국과 국경을 맞대는 모습은 더욱 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역내 패권경쟁에 매우 민감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30년 묵은 아프지 않은 만성질환인 북한의 핵문제 보다 갑자기 발병한 급성질환인 사드가 더욱 더 심각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발동은 가능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는 당선 이전부터 유명했다. 이번 북한 6차 핵실험 직후에도 그 유명세는 변함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거래하는 어떤 나라와도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발동 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 방면 참모진이나 전문가들과의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2016년 미국의 대(对)중국 무역거래량은 약 5781억 달러(수출 1156억 달러, 수입 4625억 달러) 규모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전면적으로 중국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한다는 것은 트럼프 자신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설령 이와 같은 상황이 온다면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때문에 중국이 참여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에서 나오고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 이야기는 더욱 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허한 주장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갈 것인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에서 나오고 있는 이런 조치는 지난 30여년간 반복 되었던 모습들로 전혀 새로울 것이 없으며, 실제적 의미가 없는 조치들이다. 그 동안 변한 것은 북한의 핵개발 능력의 고도화뿐이다. 즉, 이런 조치들로는 이전과 크게 다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군사적 옵션은 없다

미국 정부의 긴급 군사안보회의 직후 매티스 국방장관은 "우리는 많은 군사적 옵션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응은 효과적이면서 압도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많은 군사 옵션이 실제로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실행이 된다면 한반도는 전면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중국의 참전까지 진행된다면, 이것은 3차 대전으로 확전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6차 핵실험 직후 공개한 사진들을 보면 ICBM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의 소형화가 실현 단계에 근접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것은 북한이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괌을 넘어서서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 카드를 사용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다시 핵미사일이 폭발하는 전쟁이 발발하는 것은 인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다.

미국은 이미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나리오 가운데 군사적 옵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미국에게 남은 시나리오는 많지 않을 것이며, 최종 선택의 시간이 다가 오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히지 않는 이상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은 계속 될 것이며, 북한의 핵개발 수준은 점점 더 고도화 되어 갈 것이다.

4일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의 과도한 미사일 사용과 핵 위협은 그들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30여년간 같은 주장을 해오고 있다. 그것은 미국 스스로가 누구보다 더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은 전쟁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미국의 대(对)북 적대시 정책 철회, 대(对)북제재 해제,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다.

결국 북한의 핵개발 레이스를 멈추게 할 수 있는 해법은 미국이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태그:#북한 6차 핵실험, #미국, #중국, #북미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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