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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반대 주민 김춘화씨가 비닐 천막 농성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씨의 눈시울이 붉어져있다.
 지난 1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반대 주민 김춘화씨가 비닐 천막 농성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씨의 눈시울이 붉어져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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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지난달 27일 진선미 의원실에 전달한 문서.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지난달 27일 진선미 의원실에 전달한 문서.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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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 답답했으면 서울까지 올라갔겠어요."

지난 달 27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반대 주민 김미화·김춘화·이은주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 진선미 의원실을 찾았다. 주민들은 차비를 아끼려 서울까지 4~5시간을 직접 운전했다고 했다.

"마을 경로회관이 폐쇄돼 송전탑 반대 측 할머니들이 비닐 천막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 더운 날에 에어컨도 없이..."

한 시간 정도 진행된 의원실 보좌진과의 면담에서 주민들은 "2012년 한전과 경찰이 깡패용역 50명을 투입해 할머니들을 위협했을 때 진선미 의원이 용역들에게 접근금지명령을 내려줬다"며 고마움을 전한 뒤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이 폐쇄된 경로회관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월 삼평1리에는 새로운 복지회관이 세워졌지만 송전탑을 반대해온 이병옥(79)·이억조(81)·이외생(82)·조봉연(82)·최계향(78)·최남이(81) 여섯 할머니는 기존 경로회관에서의 이사를 거부했다. 새 복지회관이 송전탑 건설 주체인 한국전력공사(한전) 측 마을발전기금 5억원으로 지어졌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기존 회관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거듭된 요청에도 이장을 비롯한 다수 찬성 측 주민들이 경로회관 폐쇄를 결정하자 반대 측 할머니들은 5개월째 비닐 천막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다 최근 지속된 폭염으로 할머니들이 천막 생활에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주민들이 직접 국회까지 찾은 것이었다. 삼평1리를 둘러싼 송전탑 8기는 이미 지난 2014년 건설 완료됐지만 마을 공동체의 파괴는 3년여가 지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관련기사] "우리도 자존심 있다" 5억원짜리 마을회관 한사코 싫다는 할머니들

송전탑 건설 후 무너진 공동체, 방치된 마을..."정치가 해야 할 일?"

지난 1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반대 주민 이은주씨가 경로회관에서 인터뷰 중이다. 김씨는 인터뷰 중 눈물을 보였다.
 지난 1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반대 주민 이은주씨가 경로회관에서 인터뷰 중이다. 김씨는 인터뷰 중 눈물을 보였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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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반대 주민 김미화씨가 경로회관에 앉아 말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반대 주민 김미화씨가 경로회관에 앉아 말을 하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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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북)면이고 (청도)군이고 (경상북)도고... 저희가 지금까지 안 다녀본 데가 없습니다. 근데 다들 동네 일이니 동네에서 알아서 하라고만 하고..."(이은주씨)

주민들에게 진선미 의원실 방문 이유를 물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죠. 진선미 의원이 우리 지역구 의원도 아니지만... 2012년 행정안전위원회(현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 때 진 의원이 청도 송전탑 문제를 질의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어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미비한 저희 청도 송전탑 문제에 대해 정치인들 중 가장 진정성이 있으시다고 느꼈습니다."(김미화씨)

삼평1리가 속한 청도군의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은 이만희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국회에 들르고도 이만희 의원실엔 방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고 거기 찾아가서 뭘 합니까? 그 당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서 송전탑 다 밀어붙인 거 아니에요? 그전에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최경환 의원 지역 사무실에도 정말 많이 찾아갔었어요. 그렇게 해봤자 반응도 없고 안되니까 이제 아예 그쪽은 찾아가지도 않는 거고..."(김춘화씨)

실제 청도군의 지난 17·18·19대 지역구 국회의원은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주민들은 정치가 할 일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각북)면은 면대로, (청도)군은 군대로, (경상북)도는 도대로, 다 손 놓고 있습니다. 우리가 찾아갔을 때 한 군데라도 나서줬으면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다닐 일이 뭐 있겠습니까? (송전탑 건설은)국가가, 정부가 행한 일인데 문제가 생기고 나선 시골 동네 일이니 동네에만 맡겨놓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주민들은 아직도 이렇게 나뉘어져서 힘들어 하고 있는데... 정치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이은주씨)

삼평1리 주민들에 응답한 진 의원 "이제라도 정부가 사과해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 10월 4일 오후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질의하는 진선미 의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 10월 4일 오후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사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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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의원실 방문 이후 진선미 의원 측에서 지난달 28일 경상북도 측에 보낸 공문.
 청도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의원실 방문 이후 진선미 의원 측에서 지난달 28일 경상북도 측에 보낸 공문.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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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국회를 다녀간 다음날인 28일, 진선미 의원 측은 경상북도에 공문을 보냈다. 다음은 해당 공문의 일부다.

"2. 최근 청도군 삼평1리에서 마을회관 신설 및 경로회관(삼평리 270-1) 사용을 두고 갈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송전탑 찬성 주민들을 주축으로 한전의 지원금으로 건립한 새 마을회관을 반대 측 주민들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을이장이 경로회관에 임의로 자물쇠를 설치해 반대 측 주민들은 경로회관 조차 사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로한 주민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고 있어 주민들의 건강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3. 경로회관은 삼평1리 경로회 소유의 재산으로, 주민 일부가 임의적으로 사용을 제한할 수는 없습니다.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이 위험한 상황인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 경상북도와 청도군에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부탁드립니다."

진 의원 측은 공문을 통해 경상북도와 청도군의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후 진 의원은 지난 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9대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위원으로서 한전 측의 불법용역경비 배치, 폭력적인 행정대집행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만나게 됐다"며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아 늘 죄송스런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잊지 않고 저를 다시 찾아주신 주민들께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진 의원은 이어 "폭력적으로 반대 주민들을 밀쳐내며 결국 송전탑은 세워졌고 한전은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주민들을 분열시켰다. 송전탑을 다 지은 한전은 떠났지만 상처와 갈등은 여전히 주민들의 몫"이라며 "이제라도 정부가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다시 주민들의 삶을 복원해나가는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송전탑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지난 10년간 어떻게 국민의 삶을 짓밟았는지 보여주는 한 상징"이라고도 했다.

인터뷰 내용을 그날 저녁 전해 들은 이은주씨는 "정말 의지할 데가 없었는데 이렇게 바로 답이 와서 고맙다. 여기 할머니들이 바랐던 게 그리 큰 게 아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미화씨도 "절박함 속에 다시금 찾아간 거였는데...감사할 따름"이라고 말을 흐렸다. 할머니들도 소식을 듣고는 연신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2일, 경상북도 측에서 진선미 의원실에 보내온 답변서 중 일부.

"마을에서 총회를 거쳐 (구)경로회관 폐쇄 결정 후 여러 차례 철탑반대 주민들에게 설득과 면담(군수, 면장)하였으나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행정기관에서 어느 한 쪽의 의견을 수렴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철탑반대쪽 주민들의 불편이 있더라도 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로 상호화합 차원에서 (신)경로 회관 이용을 유도하여 예전과 같은 정이 넘치는 마을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지속적으로 중재 역할을 하겠습니다."

경상북도 측은 "행정기관에서 어느 한 쪽의 의견을 수렴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답변서 내용을 들은 조봉연 할머니는 "그래서 지금 이 경로회관을 써도 된다는 거요, 안 된다는 거요?"하고 되물었다. 주민들은 말이 없었다. 할머니들은 다시 근심에 찬 모습이었다.

지난 1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이 마을 경로회관에 모여 있다.
 지난 1일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1리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이 마을 경로회관에 모여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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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측이 지난 2일 진선미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
 경상북도 측이 지난 2일 진선미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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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진선미, #청도, #송전타, #삼평리,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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