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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27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전대 출마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27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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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의 책임은 제가 가장 큽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당이, 제가 부족한 점을 보완할지 고민을 많이 했던 지난 석 달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와는 별개'로 당이 존폐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패배 후 약 3개월 만에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마찬가지로 대선에 패배한 정치인은 상당 기간 자숙한다는 관례를 깬 행보다. 6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안 전 대표는 그 이유를 위와 같이 설명했다. 한 마디로 '당이 위기'이기 때문에 출마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담겨 있는 것처럼 여기에는 대선 패배의 책임과 현재 당의 위기 원인을 '별개'로 보는 인식이 깔려있다.

안 전 대표의 이번 전당대회 출마를 향한 비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가 사퇴해 치러지는 전당대회이기 때문에, 역시 대선 패배의 큰 책임이 있는 후보의 출마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 패배의 책임과 현재의 당 위기의 원인이 분리돼 있는 안 대표의 관점에서 보면 그 같은 비판은 옳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것이 당 내외의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가 출마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 "당의 생존을 위해 내가 나서야겠다"

안 전 대표는 이 같은 인식을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내 몸만 편하자고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게 옳은가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민했던 지점은 '나의 미래'와 '당의 생존'이었다"라며 "결국 나의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고민 지점에는 다수의 반대자들이 이야기하는 '대선 패배의 책임'이라는 요인이 담겨 있지 않은 것이다.

안 전 대표가 말하는 '당의 생존'은 자신이 나서야만 지금처럼 당이 비난받는 상황과 낮은 지지율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그래야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현재 당의 위기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고서는 갖기 어려운 인식이다. 안 전 대표가 자신의 출마를 반대하는 대다수 사람들이 차기 대선 준비에 악영향을 염려해 반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나를 정말 염려하는 많은 분들이 '지금은 나설 때 아니다. 오히려 추후 대선 준비를 위해 보약을 먹을 때'라고 많이 말한다"라며 "그렇지만 당이 소멸하면 무슨 소용 있나. 그래서 난 내 미래보다 당의 생존을 위해 내가 나서야겠다, 독배라도 마시겠다고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반성과 성찰의 시간으로 인식되는 대선 패배 후 자숙 기간을 안 전 대표는 '차기 대선을 위해 보약을 먹는 시간'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안 전 대표의 태도는 다분히 의도됐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애써 부정하고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만 자신의 결단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그가 "고민 지점은 '대선 패배의 책임'과 '당의 생존'"이라고 말했다면 출마 명분은 사라진다. "대선 패배의 책임보다 당의 생존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차기 대선을 생각하지 않고 당 대표에 출마해 독배를 마시겠다'는 주장은 안 전 대표가 '상당한 이익을 포기하고 당을 위해 출마한다'는 인식을 만들기 위한 프레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선 패배'는 자주 언급해서는 안 될 말이다.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음에도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유를 재차 묻는 질문이 나왔을 때도 그는 "지금 상황이 엄중하다, 그래서 내 미래보다 당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졌다"라고만 답했다.

'정계은퇴'까지 거론됐지만 "몸을 던지겠다"

검찰이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 7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긴급 비상대책위-의원총회 연석회의에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박지원 전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검찰이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 관련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난 7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긴급 비상대책위-의원총회 연석회의에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박지원 전 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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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의도된 것이 아니라면 인지부조화에 따른 행태로 볼 수 있다. 인지부조화란 두 가지 이상의 반대되는 믿음, 생각, 가치를 동시에 지닐 때, 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과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개인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편한 경험 등을 말한다. 인지부조화를 겪을 때 공격적, 합리화, 퇴행, 고착, 체념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 패배와 현재 국민의당이 처한 어려움은 결코 떼어낼 수 없다. 지난달 10일 대선평가 토론회에서는 패배의 원인으로는 "후보의 상품성, 즉 후보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안 전 대표 자체가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또 국민의당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 전 대표가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관련 기사 : 국민의당 토론회에서 나온 "안철수 정계은퇴").

실제로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단설 유치원 신설 자제' 발언이나 '갑철수, MB아바타'와 같은 말은 모두 안 전 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두 발언이 나왔을 때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민의당 일각에서 호남 표심이 '안찍홍(안철수를 찍으면 홍준표가 당선된다)' 때문에 당시 문재인 후보 쪽으로 흘러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그 역시 안 전 대표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안 전 대표는 또 지난 대선 결과를 놓고 "전 세대, 전 지역에 걸쳐 고루 득표했다. 제3당 후보가 그런 득표한 예는 찾기 힘들 것"이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것은 사실이고 제 3후보의 의미를 찾자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것만 봐서는 안 된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2위와의 득표 차도 역대 최다였다. 심지어 안 전 대표가 문 후보를 제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그의 해석에 수많은 물음표 따라붙을 수도...

안 전 대표가 자주 강조하는 지점은 또 있다. 그는 이날 간담회뿐 아니라 앞서 여러 자리에서 "5년 전 대선 때 국민들이 나를 불러냈다. 왜 나처럼 정치와 인연이 없던, 벤처 기업가이자 교수를 불러냈을까 많이 고민했다"라며 "그 결과 국민들이 기득권 양당체제에 실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다당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역시 충분히 가능한 해석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약진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 역시 한 쪽의 해석이다. 국민이 다당제를 위해 안 전 대표를 불러낸 것이라면 왜 대선에서는 그를 택하지 않았을까. 또 한국 정당 역사에 자민련, 자유선진당 등 상당수 의석을 차지했던 제3정당은 왜 사라졌을까. 그리고 제3당과 다당제를 강조하는 정치인이 왜 국민이 실망했다고 판단한 양당체제의 한 축에 들어갔을까. 그 외에도 안 전 대표의 해석 뒤에는 수많은 물음표가 따라붙을 수 있다.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당에 가장 큰 충격을 안긴 '문준용씨 제보 자료 조작 사건' 역시 안 전 대표가 자유로울 수 없다. 자료를 조작한 이유미씨는 안 전 대표를 통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가 어떤 동기로 자료를 조작했고, 그것이 어디까지 보고가 됐고, 어느 선에서 공개가 결정됐는지, 또 검찰 수사 등과는 '별개로' 대선 후보였던 안 후보에게 무한 책임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안 전 대표도 사과를 한 것이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후보 자신이 아닌 '안찍홍'에서 찾는 것, 전체 민심의 방향을 보지 않고 유리한 사실만 강조하는 것, 다당제 주장과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는 것, 지지율 하락에 자신의 책임을 무시하는 것 모두 인지부조화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러한 인지부조화에 따른 행태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수차례 반복돼 왔던 일이다. 비단 안 전 대표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대중은 그것을 '구태정치'라고 부른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27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전대 출마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27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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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안철수, #문재인, #국민의당, #홍준표,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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