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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앞에는 정의의 여신 디케의 동상이 있다. 두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검을 든 그 형상은 법 집행의 공정성과 엄정함을 상징한다. 하지만 우리 검찰의 모습은 디케의 후손이라 말하기에 무리가 있다. 검찰은 그간 법 앞에 누가 서 있는가 두 눈을 빤히 뜨고 지켜봐왔다. 그 상대에 따라 저울추를 흔들어 대거나 무뎌진 칼날을 사용하기 일쑤였다. 검찰을 신뢰한다는 국민의 비율이 20%를 넘지 않는다. '권력의 시녀'라는 말은 검찰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됐다.

검찰이 정의의 여신 디케의 후손이 되지 못한 이유는 정치권이 검찰을 지배하는 구조 때문이다. 검찰총장의 임명 권한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으며, 검찰 내부의 문화는 위계적이다. 검찰 상부는 대통령의 지배를 받고, 평검사들은 검찰 상부의 지배를 받는다. 상부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채동욱 전 총장이나 윤석열 검사처럼 인사조치를 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그간 정권의 이해, 상부의 이해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며 '권력의 시녀'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인사권자에 아부하며 출세가도를 닦아왔다.

공수처 설치, 검찰 개혁의 만병통치약 아니다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을 '디케의 후손'으로 되돌려 놓자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이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파견 검사 제한을 통해 검찰개혁을 이루겠다고 공표했다. 지난 대선 대통령이 공약했던 것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다. 현재 우리 국민 다수도 검찰개혁을 위한 공수처 설치에 동의한다. 그러나 공수처 설치가 과연 검찰 개혁을 위한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검의 실패에서 공수처의 실패가 엿보이는 이유는 왜일까.

공수처 설치가 검찰개혁을 무난히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건 1999년 검찰의 한계를 극복하자며 도입된 '특별검사제'의 사례를 보면 예상 가능하다. 특검은 검찰이 중립성을 지킬 수 없을 때 국회가 합의해 임시특검법을 만들고 대한변협이 특별검사를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는 제도다. 수사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도입됐지만 특검 임명 과정과 특검법 제정 과정에서 정치권의 다툼이 반복됐다. 정치적 타협이 일어나기 일쑤였고, 이 때문에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무용론이 제기돼왔다. 공수처라고 다를까.

인사권자에게 충성하는 검찰, 인사권을 국민에게 줘야

현재 국회에 발의된 공수처 설치법안 3가지를 들여다보면, 3가지 법안 모두가 공수처장 임명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공수처장을 추천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지만 대통령이 처장을 임명한다는 점에서 공수처장 역시 검찰총장처럼 권력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크다. 또한 박범계 의원 안에 따르면 국회의원 10분의 1의 연서 때, 노회찬 의원안에 따르면 4분의 1의 연서 때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공수처의 수사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검찰이 그랬고, 특검이 그러했다.

검찰을 개혁하려면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인사권과 통제권을 박탈해야 한다.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권력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검찰이 아닌 국민의 종복인 검찰로 거듭날 수 있다. 참여연대 역시 정부에 공수처 검사들을 국민이 임명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럴 바에 검찰총장과 검사장급 검사를 국민이 임명토록 하는 게 낫다. 인사권을 국민이 쥐게 되면 검찰은 그간 그러했듯이 인사권자에 충성할 것이다. 검찰개혁은 외부기관이 아닌 검찰 그 자체에 대한 개혁에서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미국 대배심제, 일본 검찰심사회 본뜬 제도 필요

한편으로 우리 검찰은 수사권, 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독점권, 기소재량권 등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들 권한 행사도 국민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일찍이 대배심제도를 도입해 시민들이 검사의 기소절차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놓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검찰심사회 제도를 통해 시민들이 검사의 공소권에 대한 통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검찰권의 민주적 정당성,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해주고 있다. 우리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검찰 개혁은 기타 다른 기구를 통한 견제가 아닌 검찰 자체를 개혁할 때 이루어지며, 그 개혁의 핵심은 검찰을 휘둘러온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하는 것이다. 국민이 검찰의 방향추를 잡는 것이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시민의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검찰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시민이 적합한 법지식과 경륜을 가진 검찰총장과 검사장급 검사를 선출하고 그들의 권한을 통제하는 것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우리 헌법의 취지에도 맞다. 권력의 시녀가 되어버린 검찰을 정의의 여신 디케의 후손으로 되돌리기 위해검찰을 국민의 통제권 아래 두는 방식의 개혁이 필요하다.



태그:#검찰개혁, #공수처 한계, #대배심제, #검찰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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