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28일 충남 천안에 소재한 산란장에서 처음 발병한 조류인플루엔자는 반년동안 끈질기게 버티며 막대한 피해를 남긴 채 지난 1일 드디어 평시방역 전환으로 사실상 종식선언을 하며 마무리됐다.

그러나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조류인플루엔자가 전북 군산을 기점으로 제주, 부산, 경기, 경남, 울산으로 확산되며 한숨 돌리던 방역당국을 다시한번 긴장시키고 있다.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며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조류인플루엔자 확진 농장은 전국적으로 계속해서 늘어나며 정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열과 습도에 약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특성상 일반적으로 겨울에 발생하는데 반해 여름에 발병한 이번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학계에서는 변종 바이러스가 토착화되어 사실상 동남아국가와 같은 조류인플루엔자 상시발생국으로 진행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조류인플루엔자는 겨울철 중국 및 그 부근의 철새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전문가들은 예전에 유입되어 지금까지의 방역활동에도 저항하며 잠복해 있던 조류인플루엔자가 순환감염을 통해 여름에 재발했을 것으로 보고 장기화 가능성에 따른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중 고온 다습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국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상시 발생하는 것 또한 순환감염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시행해왔던 방역체계로는 순환감염 대응에는 역부족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며, 대응방식의 전면적인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변이로 토착화됐을 경우 전적으로 살처분에 의존한 방역체계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상시발생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백신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바이러스 무증상 잠복 가능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연중발생을 유발할 수 있고 인체감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여전히 소극적이고 조심스러운 입장이다.그리고 바이러스 변이가 심해 최적의 백신 개발이 어렵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은 최후의 수단으로 비상시 긴급 투입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황이 달리진 만큼 조류인플루엔자도 구제역과 마찬가지로 백신정책과 살처분 방침으로 방역방향을 투트랙으로 설정하고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구제역의 경우 정부는 2011년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백신접종을 미루다 최악의 구제역사태를 불러온 계기로 백신정책을 도입했다. 이후 조금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그 역할을 톡톡히 하며 비교적 성공적으로 연착륙하여 방역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이다.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로 인해 해마다 반복되지만 그때그때 땜질처방에 그치며 사태를 키워온 정부로서는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악순환 고리를 끊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하는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농식품부가 추진하는 지난 4월에 마련한 가축전염병 보안 대책과 기존의 조류인플루엔자 매뉴얼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는 과정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정부 합동으로 마련한 종합 대책은 조류인플루엔자 연례적 발생을 막기 위한 예방 및 농가중심의 방역활동 강화를 비롯해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접종 타당성 여부 6월내 결론과 같은 방역과 관련된 전반적인 방안이다.

조류인플루엔자는 가금류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이기 때문에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의 동남아국가와 같이 토착화 된다면 우리나라도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발생과 사회적인 혼란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작년 중국을 비롯해 홍콩, 캐나다, 말레이시아등지에서 모두 918명의 조류인플루엔자 감염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359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현재와 달리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지금보다 더 강력해지며 조류에서 인체로 쉽게 직접감염이 일어나고 사람 대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형태로 바이러스가 변이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여 대재앙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유전자변형이 수시로 나타나고 언제 어떠한 경로로 확산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경계해야 하며 모니터링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번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를 계기로 상시 방역체계를 구축하여 평상시 가축전염병을 차단할 수 있는 방역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