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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의회의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을 거부하며 12명의 야당 시의원과 홀로 맞선 한 여성 시의원의 모습이 탈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2시 울산시의회 제189회 제1차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울산시의회 의원 19명 중 찬성 12명, 반대 3명, 기권 4명의 표결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이 가결됐습니다.

이 결의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많은 국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현실적인 어려움, 국가 및 지역경제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신고리 5·6호기는 예정대로 건설되어야 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건설 중단 시 120만 울산시민의 염원을 담아 총력 대응하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19일 울산시의회에서 진행된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 찬반투표 모습. 노란색은 투표에 참여한 의원, 흰색은 불참한 의원으로 결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었다.
 19일 울산시의회에서 진행된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 찬반투표 모습. 노란색은 투표에 참여한 의원, 흰색은 불참한 의원으로 결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었다.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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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울산시의회가 채택한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의안을 한 시의원이 모니터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19일 울산시의회가 채택한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의안을 한 시의원이 모니터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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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40여 개 울산지역 사회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이 결의안이 120만 울산시민의 염원을 담은 것도 사실이 아니거니와 건설 중단 시 발생되는 매몰 비용 또한 과장되고 부풀려진 것이기에 이번 결의안 채택에 대해 크게 분노했고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화제의 주인공은 결의안을 가결시키기 위해 똘똘 뭉친 11명의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과 결의안을 발의한 1명의 바른정당 소속 시의원 등 12명의 보수정당 의원에 맞서 끝까지 결의안 채택을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인 더불어민주당 최유경 울산시 의원입니다.

울산시의회 22명의 시의원 중 유일하게 여당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최유경 의원. 울산시의회는 최 의원 외에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20명, 바른정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 최유경 울산시의원 울산시의회 22명의 시의원 중 유일하게 여당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최유경 의원. 울산시의회는 최 의원 외에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20명, 바른정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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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본회의는 시작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정회가 선포돼 중단됐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과 '원전해체센터 유치 결의안'의 채택을 위해 이날 출석한 18명의 야당 의원들이 최 의원만을 본회의장에 덩그러니 남겨 두고 50분간이나 자리를 비워 버렸기 때문입니다.

자리에 꿋꿋이 앉아 자신이 발표해야 할 결의안 반대 의견서를 다듬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필요한 자료를 찾는 최 의원의 모습을 목격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의 채택을 반대하기 위해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점검하고 있는 최유경 의원. 야당의원들이 결의안 상정 방법을 찾기 위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간 뒤 최유경 의원만 홀로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의 채택을 반대하기 위해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점검하고 있는 최유경 의원. 야당의원들이 결의안 상정 방법을 찾기 위해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간 뒤 최유경 의원만 홀로 본회의장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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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이 혼자 남게 된 이유를 뒤늦게나마 알아보니 이날 야당 의원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과 함께 '원전해체센터 유치 결의안'도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이었습니다. 이 원전해체센터 유치 결의안은 정부의 탈핵정책에 대응하는 울산시의 중요한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 달리 원전해체센터 유치 결의안은 이날 자유한국당 소속의 한 시의원 1명이 발의를 한데다,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서는 출석 의원 전원이 찬성해야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신고리 5·6호기와 원전해체센터는 병립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최 의원의 반대에 부딪혀 상정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야당 의원들은 최 의원이 알지 못하는 다른 장소에 모여 상정방법을 모색한 끝에 긴급 상임위원회를 열어 결의안을 심사, 의결하는 방법으로 결국 본회의에 상정한 것입니다.

본회의 시작에 앞서 원전해체센터 유치 촉구 결의안에 찬성할 것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소속 여성시의원의 요구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최유경 의원(왼쪽) 모습
 본회의 시작에 앞서 원전해체센터 유치 촉구 결의안에 찬성할 것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소속 여성시의원의 요구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최유경 의원(왼쪽) 모습
ⓒ 최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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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의안 심사결과를 보고하는 중 방청석에서 고성 섞인 항의가 이어지자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 김일현 위원장(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방청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경찰에게 퇴장시킬 것을 큰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 김일현 울산시의원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의안 심사결과를 보고하는 중 방청석에서 고성 섞인 항의가 이어지자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 김일현 위원장(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방청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경찰에게 퇴장시킬 것을 큰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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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안 가결은 다수결로 결정됩니다. 결의안 설명과정에서 방청석에 앉았던 시민들의 거센 항의가 있었지만 결국 문제의 결의안 2건은 모두 야당 의원들이 원하는 대로 본회의에서 가결됐습니다. 물론 비밀투표다 보니 최 의원 외에도 누군지 확인되지 않은 2명의 야당 의원도 반대를 눌렀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결의안을 모두 공개적으로 반대한 의원은 최 의원이 유일했습니다. 최 의원은 이의 의견 여부를 묻는 의장의 진행에 손을 번쩍 들어 이의가 있음을 알렸고, 본회의장 앞으로 나가 자신이 직접 작성한 결의안 반대 이유를 큰 목소리로 읽어내려 갔습니다.

"시의회 차원에서 결의문을 채택하려면, 결의문 제안 이유가 타당해야 하고 그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시의회 구성원의 수적인 우위로 시민의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됩니다."

울산시의회 시의원 중 현 정부의 탈핵정책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다수인 상황을 지적한 것입니다. 자신을 소외시키고 대화조차 나누려 하지 않는 수많은 이들 시의원 앞에서도 목소리는 주눅 들지 않고 또렷했고 힘찼습니다.

이어 "다시 말하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정상적인 추진을 120만 울산시민의 염원이라고 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민단체가 여러 번의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울산시민 60% 이상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반대 의견을 표했고, 심지어 울산시의회 원전특별위원회가 추진한 의식조사에서도 울산시민 69.5%가 원전의 불안을 호소했는데 이를 120만 울산시민의 염원이라는 말로 둔갑시켜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최유경 의원이 신고리5,6호기 건설중단 결의안 채택을 반대하는 반대 결의안 제안이유서를 읽어내려가고 있는 모습.
 최유경 의원이 신고리5,6호기 건설중단 결의안 채택을 반대하는 반대 결의안 제안이유서를 읽어내려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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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은 "울산시의회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모를 리 없는데도 애써 무시하고 120만 울산 시민의 염원을 담아 신고리 5·6호기를 계속 짓자고 결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최 의원은 신고리 5·6호기를 유치했다가 도리어 고통 받고 있는 울주군 서생면 지역 주민들의 삶을 치유하고, 세간에 떠도는 왜곡되고 호도된 원전건설사업 매몰 비용도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원전 지역의 불안한 활성단층 문제를 제기하고 신재생에너지 도입 등 대안도 제시했습니다.

이날 방청석에서는 고군분투하는 최 의원은 모습에 많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울산시의회 로비에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참여자들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최유경 의원의 발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울산시의회 로비에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참여자들이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최유경 의원의 발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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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문제는 당분간 문재인 정부의 탈핵 로드맵이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사이 시민사회 내에서도 대립양상은 이어질 것이고 울산시의회 다수의 의원들은 계속해 건설중단 반대를 주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유경 의원의 싸움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유경 의원이 본회의 시작 전 울산시의회 사무국 직원에게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이 가결되더라도 자신의 이름은 절대 넣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최유경 의원이 본회의 시작 전 울산시의회 사무국 직원에게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결의안이 가결되더라도 자신의 이름은 절대 넣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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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유경 의원은 1965년 3월에 태어났습니다. 경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대구에서 중·고교, 대학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울산에서 자녀들이 다닌 학교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울산광역시당 여성위원장 맡기도 했습니다. 2014년 7월부터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울산시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뉴스행동에 동시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그:#최유경, #울산시의회, #신고리5,6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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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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