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재인 새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시작으로 적폐 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지명되면서 수능 절대평가 전환, 내신 절대평가, 고교 체제 단순화 등의 교육혁신 공약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공약이 수능 절대평가다. 현재는 영어와 한국사 영역만 절대평가로 치르고 있는데,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지금의 중학교 3학년생들이 수능을 보는 2021년부터는 전 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곤 내정자는 문 대통령 당선 직후인 지난달 11일 EBS와 인터뷰에서 "절대평가 5등급제, 더 나아가 수능을 자격고사화해 달라는 요구가 있다"면서 "9등급 체계의 수능 절대평가를 2021학년도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고, 또한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빌딩에서 열린 초청 강연회에서도 "이미 수시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이 정착되고 있기 때문에 수능이 갖고 있는 부작용을 줄일 필요가 있어 2021학년도 수능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내정자는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후, 13일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공제회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공약과 정책을 실제로 집행하려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해야 하지 않겠냐"면서도 그러나 예정대로 진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청문회 때까지 논의가 되고 의견이 모아진 부분은 청문회에서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1학년도 수능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뀔 것"
▲ 지난 5월, 강연하는 김상곤 전 교육감 ? "2021학년도 수능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뀔 것"
ⓒ 김형태

관련사진보기


수능 절대평가, 현실 외면한 이상적 정책이다?

수능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변별력이 떨어져 수능 중심의 정시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고, 정시 운영이 불가능할 경우 대학은 대학별고사를 강화해 사교육이 팽창할 것이고,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어 입시 결과가 불평등하고 불공정해질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수능 절대평가에 대해 우려와 반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국민인수위원회가 개설한 '광화문1번가' 누리집에는 김상곤 내정자 지명 후 수능 절대평가 공약을 재고해 달라거나 반대한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변별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내신 중요도가 높아진다고 하더라고요. 학생부종합전형이 깜깜이라고 비판받는 상황인데, 당연히 내신 공정성도 우려됩니다. 차라리 정시를 강화해 다 같이 수능으로 상대평가하는 게 더 공정한 것 같아요."('광화문1번가' 육아/교육 카테고리 ID-'우리모두')

중3 학부모라고 밝힌 한 시민도 "수능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수능 부담은 감소하겠지만 3년 내내 내신 경쟁에 매달려야 해 다른 학업부담이 증가할 것이고, 학생 평가는 비교과영역과 선생님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이뤄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불공정해진다"며 수능 절대평가 추진을 재고해달라고 요구했다.

한 학부모도 "수능 절대평가는 현실을 외면한 이상적 정책이다. 수시는 금수저들의 놀이터고, 돈과 사교육이면 모든 스펙 안되는 게 없다"며 "외국처럼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수시는 절대로 개천서 용이 나올 수 없다. 1등급 몰빵을 위해 다른 아이들은 들러리를 설 수밖에 없고, 수행평가 하느라 아이들 죽어나고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일부 언론들도 교육적 관점보다는 대학 입장에서, 대입 선발이라는 관점에서 수능 절대평가 도입에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들 역시 변별력 문제, 학생 부담 가중, 사교육 확대 가능성, 대학별 고사의 부활 가능성 등을 이유를 들고 있다.

모든 교육활동이 수능 준비에 매몰되는 것이 문제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학교 교육 정상화 및 과도한 점수 경쟁 완화를 위해 수능 절대평가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도 이를 공약으로 채택할 정도로 중요한 교육개혁 과제라는 것이다. 앨빈 토플러도 한국 학생들이 미래에 불필요한 공부에 하루 15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시행되는 2021학년도 수능은 교육과정의 취지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절대평가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와 목표는 경쟁적 지식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체험과 탐구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데 있다.

찬성 이유로 ‘경쟁 완화’가 제일 많았고 ‘사고력 중심의 수업’과 ‘사교육 감소’가 그 뒤를 이었다.
▲ 응답자의 약 2/3가 수능 절대 평가제를 지지 찬성 이유로 ‘경쟁 완화’가 제일 많았고 ‘사고력 중심의 수업’과 ‘사교육 감소’가 그 뒤를 이었다.
ⓒ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관련사진보기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가 지난 4월 전국 고교 교사 7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수능 절대평가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6%라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응답자의 약 2/3가 수능 절대 평가제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찬성 이유로 '경쟁 완화'가 제일 많았고 '사고력 중심의 수업'과 '사교육 감소'가 그 뒤를 이었다. 참고로 33%의 반대 의견 중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수능의 변별력 약화였다.

참교육연구소 이현 소장은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병폐는 모든 교육활동이 국가표준화 입시 시험인 수능 준비에 매몰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연 뒤 "이로 인해 주입식 수업과 암기-문제풀이 중심의 학습 등 낡은 교수-학습 방법이 지속되면서 교실에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수능의 강한 영향력으로부터 학교 교육을 해방시키는 것이 교육 개혁의 출발이고, 수능 절대평가는 그 시작"이라며 "절대평가가 의미를 지니려면 5단계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 나아가 수능시험을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대표는 "고등학교 교실이 수능시험 문제 풀이를 위한 공간이 되어버린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수능 과목 중심의 교육과정 운영에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촉구하는 연대운동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별력의 가치보다 절대평가로 인한 공교육 정상화의 가치가 우선해야 한다”
▲ 발언하는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2국장 “변별력의 가치보다 절대평가로 인한 공교육 정상화의 가치가 우선해야 한다”
ⓒ 김형태

관련사진보기


변별력 가치보다 절대평가로 인한 공교육 정상화의 가치가 우선

지난 13일 오후, 수능 절대평가에 대한 일부의 우려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과 더불어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올바른 담론 형성을 위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좋은교사운동, 전국진학지도협의회 등 4개 단체들은 '2021학년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는 주제로 공동토론회를 열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2국장은 "변별력의 가치보다 절대평가로 인한 공교육 정상화의 가치가 우선해야 한다"고 운을 뗀 뒤, "개혁에 있어서 과도기적 혼란이 필연적이라면 이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미래를 논의하는 숙고의 과정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8학년도부터 한국사와 영어는 9등급 절대평가를 시행하는데 이를 다른 영역으로 확대해 공통국어·공통수학·통합사회·통합과학에도 9등급을 도입한다면 6개 교과에 9등급, 최대 54등급이 나오게 된다"며 "여기에 사회와 과학에 선택과목을 하나씩 추가하면 8개 과목에 9등급 절대평가 도입으로 최대 72등급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전 과목을 1등급 받은 학생과 다른 학생들 간 차이 구간이 65가지가 나오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리면 얼마든지 절대평가만으로도 변별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태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정책위원은 "이번에 교육개혁을 못하면 우리나라는 3류국가로 전락한다"며 수능의 절대평가와 내신 절대평가는 함께 가야 할 동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절대평가제가 도입되면 대학의 학생 선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이 말은 수능이나 내신은 대학이 학생 선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점수를 기준으로 한 줄로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숨어 있다. 이런 요구는 비난 받아 마땅한 비교육적 관점"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런 관행이 사라진 지 오래임에도,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점수로 줄 세우기가 약해지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었고 한 세기가 넘도록 지속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과잉 공부와 과잉변별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가? 고교 교육과정의 질 높은 배움을 견인할 수 있는가?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려낼 수 있는가?"를 생각하자고 역설했다. 수능 중심의 현재 입시가 초래하는 문제는 평균 95점을 받고 있는 성적 높은 학생이 남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아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과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학습의 심화와 발전이 아닌 정답을 맞히고 덜 틀리기 위해 불필요하고 질 낮은 공부에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적어도 현재 상위 30% 학생에게는 국영수 공부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신호를 주어야 한다"며 "우리는 합격의 기준을 너무 높게 잡아서 교사의 에너지, 학생의 시간, 부모의 사교육비를 불필요한 공부에 과잉 투자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위권 학생을 더 세밀하게 변별하기 위한 현행 체제는 다수의 정상적이며 공교육에 충실한 학생을 열등생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정책위원장은 "앞으로 시행될 수능은 과잉공부와 과잉변별의 문제를 극복하고, 고교 교육과정의 질 높은 배움을 견인할 수 있는가로 방향을 잡아야"하고 또한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에 필요한 역랑-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의사소통능력, 협업 능력-을 길러내야 한다는 방향성 속에 등장한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려낼 수 있는 수능체제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 절대평가와 자격고사화 통해 창의적 인재 육성해야

최승후 문산고 교사(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는 "내년에는 국어 절대평가를, 그 다음에는 수학을 넣는 등 전면적 도입이 아닌 단계적 도입이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며 "동일한 시험에서 영역별 평가 방식이 서로 다른 것은 모순이고, 그렇다고 상대평가로 회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사는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고, 영어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되는데, 국어, 수학, 사탐, 과탐 영역은 상대평가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수능 점수의 신화에서 탈피해야 학교 교육이 수능에 종속되지 않는다. EBS 교재 문제 풀이나 하는 죽은 교육에서 벗어나,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질문과 발표가 일상화된 살아있는 수업이 구현될 것"이라며 "고교 교육이 수능 상대평가에 종속되어 한 문제라도 더 맞도록 무한 경쟁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비교육적"이라고 비판했다.

수능의 평가 방식이 고등학생으로서 이수해야 할 학력 성취 수준을 진단하는 '절대평가'에 목표를 둘 때, 고교는 수능 시험에 짓눌리지 않고 정상적인 다양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 교사는 덧붙여 "그동안 수능 시험 개편 때마다 명분으로 내걸었던 사교육비 경감, 공교육 정상화 등의 효과는 미미했다"며 "2021 수능 체제만큼은 이론에 밝은 교수님과 연구원·행정가뿐만 아니라 현장의 진학 전문가들과 소통해 수립했으면 좋겠다"는 뼈있는 말도 했다.

국회 교문위 소속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수능 제도는 학교현장에서 배우는 다양한 사회·과학 과목 중 수능 시험 위주로만 선택하고 이수하게 함으로써 지식 편중과 인문 사회적 소양 부족이라는 문제를 야기시켰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증가되는 학습량으로 '수포자'를 양산하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학습내용을 핵심개념 중심으로 대폭 감축하고, 절대평가를 통해 자격고사화하여 학교 현장에서 입시위주의 줄 세우기 교육이 아닌 창의적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하면 과잉 공부와 과잉변별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가? 고교 교육과정의 질 높은 배움을 견인할 수 있는가?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려낼 수 있는가?”
▲ 발언하는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 “어떻게 하면 과잉 공부와 과잉변별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가? 고교 교육과정의 질 높은 배움을 견인할 수 있는가?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려낼 수 있는가?”
ⓒ 김형태

관련사진보기


한편, 교육부는 이르면 7월 중이나 늦어도 8월까지 2021학년도 수능 평가방식 전환 여부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수능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관련 기사] 문재인의 '고교 혁명', 넘어야 할 몇 가지 산

덧붙이는 글 | 이와 유사한 글을 '교육희망'에도 보냅니다.



태그:#수능 절대평가, #김상곤 교육감, # 교육부 장관 내정자,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