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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9일 충남 예산에서 열린 제23회 충남장애인체육대회 풋살 경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혼성으로 참여했다. 하루 동안 장애인 선수들과 몸을 부딪치며 직접 체험한 경기와 그 속에서 느꼈던 순간순간의 감동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홍성군 장애인 선수들은 풋살경기에 참석하고 매년 우승했던 계룡시를 꺾고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 기자말

9일 충남 예산에서 제23회 충남장애인체육대회가 열렸다. 풋살경기가 열리는 예산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 예산군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9일 충남 예산에서 제23회 충남장애인체육대회가 열렸다. 풋살경기가 열리는 예산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 예산군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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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충남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한 홍성군 장애인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9일 충남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한 홍성군 장애인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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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하늘이 맑고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가슴 뛰는 감동체전, 함께 뛰는 행복체전!' 슬로건과 함께 제23회 충남장애인체육대회가 열렸다. 8일 성화가 가야산에서 채화되고, 9일 오전 장애인 풋살 경기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개막했다. 이번 제23회 충남장애인체육대회는 10일까지 2일간 충남 예산에서 개최된다.

필자는 이번 충남장애인체육대회에 홍성군 대표로 장애인들과 함께 비장애인 몫으로 참여하게 됐다. 대회에 참가한 필자의 소감을 여러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 결론부터 소개하자면 필자가 참가한 홍성군 장애인 선수들이 풋살 경기에서 우승했다.

9일 오전 10시 뜨거운 햇볕과 함께 힘차게 개막한 장애인체육대회의 풋살경기는 개막식이 열렸던 예산종합운동장 옆 보조구장에 열렸다. 충남 15개 시군에서 참여한 선수들과 함께 보조구장 4면에서는 이미 풋살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장애인체육대회의 풋살경기는 어울림1(정신MD), 어울림2(청각DB), 어울림3(지체OPEN)으로 구분된다. 필자가 함께 한 경기는 어울림 1로 장애인 4명과 비장애인 2명 등 총 6명이 한팀이 되며, 비장애인 1명은 반드시 골키퍼가 돼야 한다. 평소 홍성에서 축구클럽활동을 하면서 골대를 지켰던 필자는 당연히 골키퍼를 맡았다.

제23회 충남장애인체육대회 풋살경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혼성경기에 참가한 필자의 아이디 카드다.
 제23회 충남장애인체육대회 풋살경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혼성경기에 참가한 필자의 아이디 카드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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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를 포함한 홍성군 장애인 풋살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필자를 포함한 홍성군 장애인 풋살 선수들이 경기에 앞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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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필자는 경기에 참가하기 전에 과연 장애인들과 풋살경기가 잘될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필자의 우려는 경기가 시작하고 나서 1분 만에 잘못된 생각임을 알게 됐다. 그런 걱정을 누구에게 들킨 것처럼 장애인 선수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을 했다.

운동에 집중하는 모습과 서로 격려하고 부딪쳐서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오히려 비장애인으로 나선 필자보다 열심히 뛰어다녔다. 또한, 장애인들과 서로 교감하고 스킨십을 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했다. 비록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어 말이 어눌하고 몸이 불편하지만, 장애인들의 열정만큼은 누구도 따라 올 수 없었다.

그렇게 천안시와 치열한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첫 경기를 이기고 기뻐하는 장애인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내가 장애인들에게 가졌던 편견은 어느새 사라지고 이미 필자는 이들과 한마음이 되었다.

이어 벌어진 준결승에서는 이미 기세가 오른 홍성군팀을 막을 수 없었다. 더욱 단단해진 장애인 선수들의 팀워크에 그저 비장애인인 필자는 숟가락만 얹을 정도였다. 그런데 유독 우리 장애인 팀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출전을 하다 보니, 대개의 경우 비장애인 중에 축구를 잘하는 사람으로 출전시켜 골을 넣는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참가한 홍성군팀은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이 더 골을 많이 넣어서 이긴다는 것이다.

9일 충남 예산에서 열린 제23회 충남장애인체육대회가 열렸다. 풋살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관중석에서 자신의 팀을 위해 응원하며 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9일 충남 예산에서 열린 제23회 충남장애인체육대회가 열렸다. 풋살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관중석에서 자신의 팀을 위해 응원하며 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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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상대 팀들은 이게 무슨 일이냐는 듯이 당황스러워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이에 장애인 선수들이 더 신이 나서 파죽지세로 개최지인 예산팀을 이기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에 진출하자 필자가 속한 홍성군팀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이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다. 승패보다는 충남 15개 시,군 장애인들이 모여 친목과 운동을 즐기는 체육대회이지만 막상 결승에 진출하니 너도나도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역시 경기는 이겨야 제맛인 것이다.

결승에 진출한 홍성군팀은 더욱더 자신감이 충만했다. 오히려 장애인들이 필자를 포함한 비장애인에게 작전지시를 내리면서 파이팅을 외쳐주고 독려해줬다. 경기를 진행하면서 진한 스킨십이 생겨서가 아닌가 한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보다 몸이 조금 불편할 뿐, 생각하는 것은 비장애인들보다 더 좋았다.

9일 열린 충남장애인체육대회에서 홍성군 장애인 선수단이 우승을 하고 난 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9일 열린 충남장애인체육대회에서 홍성군 장애인 선수단이 우승을 하고 난 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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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결승전은 시작되었고, 결승전 상대는 매년 우승을 했던 계룡시팀이었다. 그러나 홍성군팀은 이미 우승을 한다는 각오와 눈빛으로 철저하게 임했으나 경기가 시작되고 1분 만에 계룡시팀에게 한 골을 내주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성군팀은 전혀 기죽지 않고 서로 파이팅으로 격려하면서 곧바로 골을 넣고 뒤이어 또다시 득점해 역전을 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홍성군팀은 상대팀이 비장애인이 골을 넣은 것과는 반대로 장애인이 두 골을 연달아 성공시킨 것이다. 이어 다시 상대방에 한 골을 헌납하고 전반을 2:2 동점으로 마쳤다.

전반전을 마치고 상대방에게 2골을 내준 필자에게 "괜찮다"며 위로를 해주는 우리 팀 장애인 선수의 말을 듣고 필자는 눈물이 나는 것을 꾹 참았다. 그렇게 후반전이 시작되고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후반전 15분 동안 우리 장애인 선수들의 열정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매년 우승했던 계룡시팀을 이기고 결국은 5:3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차지하고 우리 홍성군 장애인 선수들은 모두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전반전을 마치고 골을 막지 못해 자책하던 필자에게 다가와 파이팅을 외쳐줬던 장애인 선수는 다시 필자에게 다가와 "정말 수고 많았다"며 진심으로 포옹을 해줬다.

9일 열린 충남장애인체육대회 풋살경기가 끝난후  시상식에 참여한 선수들이 함께 모여 기념촬영를 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필자가 참가한 홍성군 장애인 선수단이 우승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9일 열린 충남장애인체육대회 풋살경기가 끝난후 시상식에 참여한 선수들이 함께 모여 기념촬영를 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필자가 참가한 홍성군 장애인 선수단이 우승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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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필자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감동적인 순간들을 오늘 하루 장애인들과 한 몸이 되어 함께 한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며 소통하고 몸을 부딪치며 모두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인식개선이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경기장에서 우승 뒤풀이를 마치고 나오는 필자에게, 함께 경기했던 장애인 선수가 외쳤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수고했슈~~~"
"오늘 너무 좋았슈~~~ 기분 짱이유~~~ 내년에도 또 함께 허유~~~"


태그:#충남장애인체육대회, #홍성군장애인선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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