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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A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원어민교사 성폭력 사건 의혹이 경찰에 신고 됐지만 10여일 동안 피해자 조사 등 기본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 "넌 노란, 난 하얀" 인종비하·성희롱 원어민교사 논란).

이에 대해 경찰은 "신고된 내용만으론 성폭력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없어 수사대상으로 볼 수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원어민 교사는 학교에 출근을 강행했고 피해학생들과 완벽한 격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은 원어민교사와 마주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아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7일 청주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은 학생총회를 열고 모 원어민 교사의 복직에 대한 입장문을 작성해 학교장에게 제출했다. 당시 학생들이 작성한 입장문에는 원어민교사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성희롱 발언,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신체접족이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학생들은 구체적인 사례로 원어민 교사가 프랑스식 인사법을 가르친다며 뺨에 키스를 하거나 얼굴을 부비는 행위를 했다고 적시했다. 또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여러 차례 교실 복도에서 팔짱을 끼는 행위를 했다고 적었다. 학생들은 언어적인 성희롱 행위에 대해서도 적었다. 이에 따르면 원어민 교사는 치아교정기를 착용한 학생에게 "치아교정기가 키스 할 때 느낌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학교장과의 면담을 통해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며 수업거부 의사를 밝히자 학교는 두 가지 조치를 취했다.

A학교측에 따르면 사건 인지 후 하루 뒤인 지난달 18일 전화를 통해 충북지방경찰청 성폭력전담 수사팀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 19일에는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이런 사실을 학부모에게 알렸다. A학교는 25일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진척되지 않았다. 이를 이상히 여긴 학부모들이 29일 A학교를 방문했고 이 과정에서 학교가 별도로 흥덕경찰서에 수사의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고 학부모 B씨는 "경찰에 신고했다는 학교의 설명을 듣고 경찰 연락을 기다렸지만 29일까지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29일, 학교측에 알아본 결과 '경찰이 수사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해 다시 정식으로 수사의뢰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A고 관계자가 전화로 신고한 것은 맞다"며 "신고된 내용은 인사법 수업도중 얼굴에 뺨을 비볐다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고된 내용이 성추행으로 보기 어려워 수사대상으로 삼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 "일부 학부형들은 조사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도 않았다"며 "현재 언론에 보도된 내용의 일부만 신고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고 관계자는 "18일 신고를 받고 경찰수사관이 학교를 방문했다. 이때 학생들이 작성한 입장문 전부를 보여줬다"며 "경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학교와 경찰간 책임 떠넘기기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피해학생에 대한 기본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익명의 한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수사 대상 여부를 판단하기 이전에 피해자를 만나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라며 "이를 하지 않고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기본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권은숙 '온갖문제연구실' 연구실장도 "이번 사건은 학교, 학생, 교사와 학생이라는 특수한 성격이 복합돼 있는 사안으로 직장내 성폭력처럼 성인들의 잣대로 볼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스트레스를 호소할 정도로 신체화현상(스트레스를 받아 몸에서 반응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교사와 학생이라는 권위적 종속관계에서 이뤄진 사안인 만큼 적극적으로 조사가 이뤄져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폭력 사건에서 중요한 원칙 중 중 하나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시키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해당 교사와 직접 얼굴을 마주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A고의 일부 학생은 이번 사건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하며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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