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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작품
▲ 의왕시 양봉학교의 꽃 양봉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작품
ⓒ 강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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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의왕 청계산을 가다 도심을 빠져나가는 길목에 이르면, 하우스로 지어진 학교를 볼 수 있다. 바로 의왕시 도시 양봉학교다. 몇 년 전부터 도심에서 벌을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퍼진뒤로, 도시 양봉이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아졌다. 사실상 이웃만 잘 만난다면 벌 키우는 데 어떤 제한도 받지 않는다.

" 벌의 먹이는 세 가지입니다. 꿀, 꽃가루, 물."

청계산으로 올라가는 하나 밖에 없는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나타난다. '제철따라'를 검색해도 된다.
▲ 의왕시 도시 양봉학교 청계산으로 올라가는 하나 밖에 없는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나타난다. '제철따라'를 검색해도 된다.
ⓒ 강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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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이 한창인 5월 19일. 보라색 티를 맞춰 입은 사람들이 벌들의 세계를 탐방하러 의왕에 왔다. 청계산 자락에서 벌을 치며, 3년전 처음으로 양봉학교를 연 류재홍 교장 선생님께서 손님들을 맞이해주셨다. 누군가가 질문했다.

"선생님, 벌도 잠을 자나요? "
"일벌은 잠을 안 잡니다. 밤에는 알들을 돌봅니다. 일벌은 두 세달 밖에 못삽니다. "

사람들은 모두 탄식했다. 일만 하다 죽다니.

벌통을 넘나드는 꿀벌들
▲ 꿀벌의 비행 벌통을 넘나드는 꿀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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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이 하는 일이 대체 뭡니까?"
"알을 낳습니다. 알을 못낳는 여왕벌은 쫒겨납니다.

똑같은 여왕벌에게 태어나지만 수정된 알은 일벌 혹은 여왕벌이 되고, 수정이 안 된 벌은 수벌이 된다. 일벌도 알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여왕벌은 하루에 2~3천 개를 낳는다. 그래서 여왕이다.

벌집의 육각 구멍하나에 벌 한마리씩 태어난다. 소초 하나에 3500개 정도의 벌집(소방)이 있다.
▲ 벌통에 넣는 틀인 소초에 채워진 꿀 벌집의 육각 구멍하나에 벌 한마리씩 태어난다. 소초 하나에 3500개 정도의 벌집(소방)이 있다.
ⓒ 강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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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릿빛 피부의 양봉학교 교장 선생님은 백과사전보다 자세하게 계속해서 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태어난 알들은 모두 소방(육각모양구멍)에 들어가 보살핌을 받습니다. 그러나 3일 간격으로 먹는 먹이가 달라져요. 어떤 녀석은 로얄제리를 계속 먹지만, 어떤 녀석은 나중에 꿀과 화분을 먹게 됩니다. 로열제리를 먹고 큰 녀석이 바로 여왕벌이 되는 것이죠. 알을 가장 많이 낳는 벌이에요. 그렇게 5년 정도를 살며 알을 못낳으면 다른 여왕이 추대됩니다."

직접 꺼내온 소초 안의 꿀들을 숟가락으로 떠먹어 볼 수 있었다. 벌들이 모아온
꽃가루는 비타민을 채워주는 건강식품이다. 밀랍으로 만든 양초도 보인다.
▲ 체험단에게 선보인 꿀과 식용꽃가루 직접 꺼내온 소초 안의 꿀들을 숟가락으로 떠먹어 볼 수 있었다. 벌들이 모아온 꽃가루는 비타민을 채워주는 건강식품이다. 밀랍으로 만든 양초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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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은 입춘에 활동을 시작해 입동에 활동을 멈춥니다. 때마다 피는 꽃들이 다르니 꿀이름도 꽃따라 갑니다. 그 중 감로꿀은 장마철에 나무 진액의 꿀을 모은 것입니다."

"입동이 지나 벌은 꼭 겨울잠을 잡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듬해 그 벌군락은 사라집니다." 

"주변에 먹이가 많다면 분봉을 해줍니다. 벌들 스스로도 하지만, 사람이 해주기도 하죠. 벌들이 확실히 장성합니다. "

여왕벌이 위층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칸막이를 해놨다.
▲ 열어본 벌통 1층 여왕벌이 위층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칸막이를 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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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이 다치거나, 알을 안낳거나, 페로몬이 약해지면 일벌들이 새로운 여왕을 옹립합니다. 벌들도 투표를 하려나요?"

보랏빛 옷을 입은 손님들은 사람 사는 것과 벌 사는게 참으로 닮았다며 웃었다. 들으면 들을 수록 궁금증은 늘어만 갔다.

"죽은 벌들을 어떻게 처리하지요?"
"벌들은 나가서 죽습니다. 집안에서 죽으면 치우기도 힘들고, 천적들이 몰려올 테니까요."

벌통안 소초 사이에 넣어놓는 격리판에도 집을 지은 벌들
▲ 격리판에도 지어진 벌집 벌통안 소초 사이에 넣어놓는 격리판에도 집을 지은 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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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선생님은 직접 벌통을 보여주고, 꿀 채집하는 것도 보여주기 위해 뒷뜰로 올라가셨다.

"옛날엔 나무 속을 비워 벌통을 만들었죠. 지금은 이렇게 빈박스 같은 벌통에 소초라는 틀을 넣어주면 벌들이 그 곳에 집을 짓습니다. 이때 벌통나무에서 냄새가 나면 안돼요. 벌들의 페로몬 소통을 방해하니까요. 그래서 옛날엔 벌통 나무를 삶아서 냄새를 없애줬습니다."

"벌들에게도 물이 꼭 필요해요. 도심에선 물 있는 곳을 보기가 힘들죠."

육각형 모양의 소방에 알하나씩 넣고 그 안에서 벌이 큰다.
▲ 벌집은 2층 집이다. 육각형 모양의 소방에 알하나씩 넣고 그 안에서 벌이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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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강의하면서 남자분들께 욕을 많이 먹어요. 수벌은 하는 일이 없다고 하거든요."

육각모양의 벌집 구멍 하나하나에서 알들이 보살핌을 받아 21일이 지나면 일벌이 태어난다. 여왕벌은 16일만에 나오고, 수벌은 24일이 지나면 나온다.

"제가 양봉학교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벌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고 좀 놀랐습니다."

꿀을 짜내기 전에 소초에 붙은 밀랍을 제거하고 있다.
▲ 밀랍을 칼로 제거하는 모습 꿀을 짜내기 전에 소초에 붙은 밀랍을 제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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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벌통을 열고 꿀을 모으는 것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바로 의왕시 도시 양봉학교의 첫 수료생들이셨다. 3년 전 시작해서 여기 청계산 자락에 같이 벌통을 놓고 양봉학교 친구들과 어울리며 관리를 하고 계셨다. 그 분들의 말씀에 의하면 교장 선생님은 10년 전 이 곳에 혼자 하우스를 지어놓고 벌을 치기 시작하셨다고 전했다.

"저도 사실 처음부터 뭘 알고 시작한 건 아닙니다. 누가 한번 해보라고 기회를 주길레 벌통을 잡아봤는데 생각보다 쉽고 재밌었던 거죠. 그래서 시작했어요."

꺼내온 소초들을 체밀기 안에 세워놓고 돌리면 꿀이 빠져 밑으로 모인다.
▲ 돌아가는 체밀기 꺼내온 소초들을 체밀기 안에 세워놓고 돌리면 꿀이 빠져 밑으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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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홍 교장 선생님은 보랏빛 옷을 입고 온 분들에게 기어코 여왕벌을 보여주셨다. 확실히 여왕벌의 빛깔은 다른 일벌들과 달랐고, 그녀가 지나갈 때 다른 벌들이 비켜주는 것을 보니 여왕이 맞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직장 은퇴 후 양봉을 배우기 시작한 강신재 선생님
▲ 체험을 도와주신 의왕 양봉학교 1기 학생 직장 은퇴 후 양봉을 배우기 시작한 강신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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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을 열고 닫는 일을 함께 도와주신 강신재 선생님은 일을 하시다 갑작스레 퇴직을 맞고, 여기서 양봉을 배우셨다고 했다. 여기서 벌을 치고 있는 교장 선생님을 무척 자랑하셨다.

"식구들 다 두고 혼자 하우스를 지어놓고선 벌치는데 매진했어. 여기 하우스 세 동을 혼자서 다 지으셨지. 처음엔 무료 강좌를 열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오기만 했지 실속들이 없더라고. 그래서 수강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뜻이 있는 사람은 돈을 내서라도 찾아왔지. 그게 우리야."

무서워했던 벌들과 친해졌다는 김성숙 선생님
▲ 양봉 체험을 도와주는 의왕시 양봉학교 1기 학생 무서워했던 벌들과 친해졌다는 김성숙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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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소초에서 꺼낸 벌집에서 꿀을 짜내는 체밀 과정을 보여주신 김성숙씨도 의왕 도시양봉학교의 1기 졸업생이셨다.

"난 벌 엄청 무서워했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양봉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청계산을 가다가 마침 여기 양봉학교 간판을 봤어요. 얼른 가봤죠. 그렇게 시작했어요. 벌 전혀 안무서워요."

따복공동체지원단은 도시 양봉을 꿈꾸는 시민들을 위해 양봉학교를 소개하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 이날 함께 팸투어를 했던 참가자들 따복공동체지원단은 도시 양봉을 꿈꾸는 시민들을 위해 양봉학교를 소개하고자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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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벌들은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도심에서 다시 벌을 날릴 생각을 했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 경기도 따복지원단 고경아 본부장은 우리에게 이런 당부를 전했다.

"꿀맛도 보시고, 사람다운 삶이 무엇인지, 공존, 환경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무엇인지도 얻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잘 듣고 잘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따복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태그:#의왕시 양봉학교, #따복공동체, #도시양봉, #따복, #벌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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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은 필연적으로 무섭거나 치욕적인 일들을 겪는다. 그 경험은 겹겹이 쌓여 그가 위대한 인간으로 자라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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