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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목포에 있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수륙재 풍경. 물과 육지로 대변되는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들을 천도하는 불교의식으로 해남 미황사가 주관했다.
 지난 10일 목포에 있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수륙재 풍경. 물과 육지로 대변되는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들을 천도하는 불교의식으로 해남 미황사가 주관했다.
ⓒ 박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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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가운데 사나운 바람 갑자기 불어 닥치면/ 배를 지키기는커녕 앉은 채로 그만 죽고 맙니다/ 천 길 높은 흰 파도에 실려 시신은 어디로 떠가는지 알 수 없고/ 만경창파에 흔들리는 외로운 혼백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하물며 맑은 날 배가 뒤집히는 모습을 눈 뜨고도 당해야 했던 억울함을 당한 세월호의 혼백들과/ 삼년 넘어서도 가족 품에 돌아오지 못한 아홉 명의 미수습자들의 혼백은 더욱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바다에서 죽은 아들과 딸을 생각하며 통곡하는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을/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습니다/ 바닷가 벼랑에 서서 아들을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어찌 차마 듣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

이귀영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이 지난 5월 10일 수륙재에서 울먹이며 읽은 '바다시왕님께 올리는 글'이다. 내용은 270년 전 해남 미황사에서 수륙재를 지낼 때 연담유일선사가 지은 글을 금강스님이 고쳤다.

지난 10일 오후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수륙재 풍경. 수륙재에 참가한 불교 신도들이 제단에 차를 올리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수륙재 풍경. 수륙재에 참가한 불교 신도들이 제단에 차를 올리고 있다.
ⓒ 박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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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수륙재에서 스님이 의식을 행하고 있다. 미황사가 주관한 이날 수륙재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고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목적을 두고 마련됐다.
 지난 10일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수륙재에서 스님이 의식을 행하고 있다. 미황사가 주관한 이날 수륙재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고 유족의 아픔을 치유하는데 목적을 두고 마련됐다.
ⓒ 박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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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맞닿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수륙재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과 새 내각 지명으로 흥분돼 있던 지난 10일 오후 열렸다. 주관은 해남 달마산 미황사(주지 금강스님)가 했다. 수륙재(水陸齋)는 물과 육지로 대변되는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들을 천도하는 불교의식이다.

수륙재가 절집이 아닌, 목포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것은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바닷속 영혼을 구원하는 부처, 괘불(掛佛)'전과 관련이 있다. 법당 밖에 거는 의식용 불교 그림인 미황사의 괘불이 세월호의 아픔을 달래주러 목포로 온 것이었다.

그 일환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고 원한을 풀어 극락왕생하고, 유족들도 아픔을 치유하길 비는 수륙재를 열었다. 수륙재에는 진도 팽목항을 지켰던 향적사 주지 법일스님과 쌍계사 주지 법오스님을 비롯 미황사 응진당에서 미수습자를 위한 기도를 3년 동안 행하고 있는 만우스님 등 불교계 인사와 시민 등이 참여했다.

지난 10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수륙재 풍경. 스님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며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수륙재 풍경. 스님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며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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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수륙재 풍경. 스님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고 있는 가운데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신도가 제단에 차를 올리고 있다.
 지난 10일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수륙재 풍경. 스님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고 있는 가운데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신도가 제단에 차를 올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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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륙재는 미황사와 오랜 인연을 지니고 있다. 수륙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큰 전란을 겪은 조선시대에 전란으로 희생된 이들을 달래는 불교의식으로 활발하게 이뤄졌다. 괘불은 이 천도의식인 수륙재와 영산재 그리고 기우제, 풍어제 등에 사용됐다. 미황사에서는 수륙재를 지냈다.

미황사는 정유재란 때 불에 타 전소됐다. 절집에서 멀지 않는 울돌목에서 명량해전까지 펼쳐지면서 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달마산 아래에 사는 사람들이 일본군에 의해 학살도 당했다. 미황사는 정유재란 직후에 복원을 하고, 그때부터 바다와 육지에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극락으로 이끄는 수륙재를 지냈다.

미황사는 진도 앞바다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 자리한 탓에 3년 전 세월호 참사도 목격을 했다. 세월호 원혼들의 한을 푸는 마음을 모아 목포에서 수륙재를 봉행한 것도 이런 연유였다.

지난 10일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수륙재 풍경. 스님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며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다.
 지난 10일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린 수륙재 풍경. 스님들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며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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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륙재에 쓰인 미황사의 괘불도 걸작이다. 미황사 괘불이 만들어진 건 지금으로부터 290년 전인 1727년(영조 3년). 당시의 화승 7명이 함께 제작을 했다. 높이 12m, 너비 5m로 장대하다. 석가모니를 중심으로 좌우에 미황사의 창건설화와 연관된 바다의 용왕과 용녀가 공양을 올리는 모습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무늬와 화려한 채색으로 장엄하면서도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미황사 괘불은 바다에서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는 당시 사람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미황사 괘불을 친견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기우제 때에는 반드시 비가 내렸다고도 한다.

지난 10일 수륙재를 연 해남 미황사 전경. 단청이 모두 벗겨진 민낯 그대로 아름다우면서도 소박한 절집이다.
 지난 10일 수륙재를 연 해남 미황사 전경. 단청이 모두 벗겨진 민낯 그대로 아름다우면서도 소박한 절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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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가을에 열리는 미황사 괘불재. 지역사람들이 모여 한 해 농사에 감사하고 서로 음식을 나누며 화합하는 축제마당으로 열리고 있다.
 해마다 가을에 열리는 미황사 괘불재. 지역사람들이 모여 한 해 농사에 감사하고 서로 음식을 나누며 화합하는 축제마당으로 열리고 있다.
ⓒ 해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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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는 749년 신라 경덕왕 8년, 해남포구에 도착한 돌배(石船)에 탄 사람들이 전해준 인도 경전과 불상을 갖고 의조화상이 창건했다는 남방전래 설화가 전해오는 절집이다. 정유재란 때 불에 탄 절집을 다시 지을 때도 스님들이 탄 배가 침몰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인 사실과 지리적인 요인을 고려해 바다와 육지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영혼을 극락으로 이끌기 위한 염원을 담아 제작한 것이 미황사 괘불이다. 보물 제1342호로 지정돼 있다. 미황사는 해마다 가을에 지역사람들이 모여 한 해 농사에 감사하고 서로 음식을 나누며 화합하는 불교 축제의 하나로 괘불재를 열고 있다.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열리고 있는 '바닷속 영혼을 구원하는 부처, 괘불'전은 오는 6월 4일까지 계속된다. 전시가 시작된 지난 5월 2일부터 수륙재가 열린 10일까지는 진품을 내걸었다. 수륙재가 끝난 뒤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미황사로 모셔가고, 11일부터는 모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미황사는 대웅보전 주춧돌에 희미하게 새겨진 거북이 문양. 흡사 숨바꼭질이라도 하려는 듯, 눈에 잘 띄지 않게 새겨져 있다.
 미황사는 대웅보전 주춧돌에 희미하게 새겨진 거북이 문양. 흡사 숨바꼭질이라도 하려는 듯, 눈에 잘 띄지 않게 새겨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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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부도에 새겨진 물고기 문양. 무심코 보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이 문양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황사 부도에 새겨진 물고기 문양. 무심코 보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이 문양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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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륙재를 회향한 해남 미황사는 따로 보정하지 않은 민낯 그대로 아름다운 절집이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달마산이 품고 있다. 대웅보전은 단청이 모두 벗겨져 소박하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전각의 고색창연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보물 제947호로 지정돼 있다. 화려한 단청이 실린 응진전도 보물(제1183호)로 지정돼 있다.

미황사는 대웅보전 주춧돌과 부도에 희미하게 새겨진 토끼, 거북이, 물고기 등 갖가지 동물문양을 찾아보는 재미도 선사하는 절집이다. 동물문양은 무심코 보면 알아볼 수 없는 자리에, 흡사 숨바꼭질이라도 하듯이 새겨져 있다. 조각도 앙증맞고 해학적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미황사는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한 절집이다. 다른 절집과 달리, 1년 열두 달 산사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간도 하룻밤에서부터 장기 체험까지 다양하다. 이래저래 매력적인 절집이다.

미황사 부도밭 전경. 부도에 새겨진 동물문양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미황사 부도밭 전경. 부도에 새겨진 동물문양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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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수륙재, #세월호, #미황사 괘불,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미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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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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