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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 아침, 아이를 등원시키고 출근하려는데 아랫집 남자가 올라왔다. 층간소음 때문에 인터폰을 그리 해대더니 이제 메모까지 써서 올라온 것이었다. 포스트잇만 붙이고 가려고 했었나 본데, 문 열다가 마주친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층간 소음에 고통받는 아래층입니다. 뒤꿈치 쿵쿵 소리, 가구(의자) 끄는 소리 등 주의 부탁드립니다.'

메모를 읽자마자 어이가 없었다. 아랫집 남자는 "자신이 눈수술을 해서 요즘 집에 있는데 우리집 때문에 약을 먹을 지경이라며 지진이 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우리도 해명(?)하기 시작했다.

"우리집은 낮 시간에 거의 사람이 없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나는 사무실에 나간다. 친정집이 2분 거리에 있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후에 우리집보다는 친정집에 아이가 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날은 아침 9시반부터 밤 9시까지 집에 아무도 없다. 그리고 우리집은 식탁을 쓰지 않는다."

그리고 "예민하셔서"라고 말하니 절대 그렇지 않다며 할머니네 아랫집에서도 항의하지 않냐고 있지도 않은 말을 지어서 한다.

물론 그 전날 아이의 친구가 놀러오기는 했는데, 한 달에 한 두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고 길어봤자 한 시간을 넘지 않는다. 아랫집 또한 우리집과 또래인 '6살 남자 아이'가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층간 소음이란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으로 작용한다. 이 사건 이후 우리집 식구들은 습관적으로 발꿈치를 들고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이날 저녁 아이에게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해 물으니 아이는 "엄마를 해칠 것 같아서 무서웠다"고 말했다. 층간 소음을 이유로 윗집이 직접 찾아가거나 초인종을 누르거나 현관문을 두드리는 등의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랫집이 우리집에 남긴 4월 19일의 메모(왼쪽)과 4월 25일의 메모(오른쪽). 25일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16시간 넘게 집이 비어있었다.
▲ 아랫집이 우리집에 남긴 메모들 아랫집이 우리집에 남긴 4월 19일의 메모(왼쪽)과 4월 25일의 메모(오른쪽). 25일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16시간 넘게 집이 비어있었다.
ⓒ 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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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은 윗집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주일도 되지 않은 4월 25일 밤 10시쯤 집에 들어오니 또 메모가 붙어 있었던 것이었다.

'제발 쿵쿵 발꿈치 찍고 다니지 말아주세요. 아래층은 지진난 거 같아요.'

이날 우리집 식구들은 아침 6시 반, 고창으로 떠나는 버스를 탔다. 아이와 함께 목장구경을 했고, 서울에 다시 도착한 시각은 밤 8시가 넘었었다. 아무리 밤 10시에 윗집이 청소기를 돌려도, 아랫집 남자가 새벽 한 시에 큰 목소리로 통화를 해도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반응했던 나로서는 이 메모는 참을 수 없었다.

경비실에 인터폰을 해서 불쾌감을 표했고 아랫집에 전달이 되었다. 그리고 아랫집 남자가 "윗집에 할머니들이 낮시간에 오시기도 하는데 그거 아니냐"며 오히려 경비 아저씨에게 역성을 내는 소리가 우리집까지 들렸다.

인터폰을 끊는 소리가 나자마자, 경비실에 인터폰 해 중간에서 죄송하게 되었다며 지금 아랫집 남자가 한 말을 그대로 읊은 후, "이날 하루종일 여행간다고 해서 아무도 오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비아저씨는 아랫집 남자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는 나의 목소리에 오히려 당황해했다.

또 일주일이 지났다. 5월 2일 밤 11시 40분, 인터폰이 울렸다. 애가 깰까 조심히 받았다. 아랫집에서 우리집이 시끄럽다며 항의를 했다는 것이다. 아이는 10시에 잠들었고, 나는 컴퓨터 방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텔레비전도 켜있지 않았는데, 무엇이 시끄럽다는 것이냐며 다른 집 아닌지 확인하시라고 하고 끊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밤 12시 50분, 계단 문소리가 나서 현관문 렌즈로 보니 누군가 우리층에 다녀갔다. 경비아저씨인지 아랫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집에서 나는 소음이 아닌지 확인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집에서 하루종일 우리집 소음을 체크하고 있는 아랫집 남자, 그리고 그는 어떠한 소음이던 그 원인을 우리집이라고 기정사실화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괴롭히고 있다.

사실 대체 우리집은 언제까지 가해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이 집에 산지 4년이 다 되어 간다. 처음 2년간은 아이가 더 어려서 더 많이 쿵쾅거렸는데도 아랫집 사람들은 늘 아이를 귀여워 하셨다. 늘 미안해했고, 늘 고마워했다.

하지만 아랫집은 이사 오자마자 안면을 트기도 전에 인터폰을 해왔다. 우리집에서 동네 직장맘 모임을 했을 때, 아랫집 여자가 우리집에 올라와 동네 엄마 4~5명이 있는 상황에서 "소음 때문에 집에 있을 수 없어 나가기로 했다"며 역성를 내며 사라졌다. 그날 이후 그 모임은 한번도 우리집에서 열리지 않게 되었다.

그 후 우리집에서 가족 모임을 한 날이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아랫집 여자가 직장맘 모임과 관련되어 있는 공공기관에 전화하여 항의까지 하였고, 내게까지 그 이야기가 들어왔다. 기관에서 사실 확인을 하였고 모임이 없었다고 전했다.

그 다음날 아침, 서로의 아이를 등원하며 마주친 아랫집 여자에게 나는 "어제 남편분과 11시반에 큰 소리로 대화를 하시던데"라며 아랫집 대화가 우리집에도 들린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그 이후로 직장맘 모임을 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아랫집 여자는 사과했지만 나는 억울한 마음이 더 컸다.

물론 나도 아랫집 아이가 우는 소리, 화장실에서 목욕하며 노래를 부르는 소리, 부부의 대화, 아이와 부모가 하는 말소리, 화내는 소리, 심지어 아랫집 여자의 알 수 없는 대성통곡까지(이날 난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 여러번 고민을 하였다) 들으며 2년을 보냈다.

우연히 지역 인터넷 카페를 통해 아랫집 여자가 아이 양육 관련 단체 대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안 뒤로 층간 소음의 주범을 우리집으로 콕 찝어 이야기하는 아랫집에 더 분노했지만, 아랫집에게, 혹은 아랫집 아이에게 나는 한 번도 무어라 하지 않았다.

집에 있다보면, 의자끄는 소리, 쿵쿵 거리는 소리, 주방기구를 쓰는 소리, 청소기 돌리는 소리, 강아지 짖는 소리 등 정말 여러 소리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여러 집의 아주 다양한 소리가 복합적으로 층간 소음을 만들기 때문에, 층간 소음을 한 아이, 한 사람의 개인 탓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한 번도 아랫집과 윗집의 무수한 소리에 연락하지 않았을 뿐이지 소음이 없다는 건 아니다.

그렇다. 이글은 순전히 윗집의 입장이다. 그리고 늘 윗집인 우리집도 노력을 한다. 아랫집이 인터폰을 하지 않아도 아이의 말소리나 장난감 가지고 노는 소리가 커지면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한다"고 주의를 준다. 내가 설거지를 조금 크게 하기라도 한다면 아이가 먼저 나서서 "엄마, 아랫집에서 인터폰 와"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우리집도 주의하고, 인터폰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다.

제발 이 세상의 모든 아랫집이 윗집도 늘 조심하며 사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랄 뿐이다. 1층에 살지 않는 이상, 아파트에 사는 모든 사람은 윗집 사람이 된다는 사실도. 그리고 아랫집의 아랫집 사람이 층간 소음을 항의하지 않는 것은 소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을 하지 않을 뿐이라는 사실도.



태그:#층간소음, #육아, #아파트, #윗집, #아랫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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