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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 놀다보면 아이가 미끄럼틀을 장악하고 비켜주지 않을 때가 있다. 양보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건 아이에게 아직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 이해하고 기다려줘야겠다 생각했다. 아이에게 세상의 중심은 오직 자기 자신일 테니까. 

하지만 친구와 같이 사탕을 나눠먹기 싫다며 자기 혼자만 먹겠다 울어대고 욕심을 부리는 걸 보니 다잡었던 마음이 또 흔들린다.

보통 아이들이 다들 그런다고들 하지만 또래 친구들이 양보도 하고 먹을 것도 아이에게 나눠주면서 잘 지내는 걸 보면 내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그런 감정들을 잘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속상한 감정들을 이해하지 못하니 멋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주위 지인들이나 선생님께서도 아이가 친구를 때리고 장난감을 뺏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상대방이 속상하고 아플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해서이기 때문이라고들 했다.

1. 아이가 나아질 때까지 참고 기다리기

아이에게 친구를 때리거나 양보하지 않으면 다른 친구가 어떤 기분을 느낄지 말로 설명해주는 것이 먼저이지만, 내가 차분하게 이야기해줄 때까지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손을 휘두르면서 내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했다.

아이가 문제행동을 했기에 육아프로그램에서처럼 손과 발을 제압하는 훈육을 했지만, 내 아이에게는 역효과였다. 그래서 아이를 부모 뜻대로 하는 걸 포기하고 묵묵히 기다려줘 보란 말에, 잘못을 해도 화내지 않고 말로만 타일러 보는 방법도 써봤다.  

팔랑귀 엄마라 어떤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무조건 들어주기도 혼내기도 적절치 못하게 해서 아이도 나도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사실 난 기초적인 수면습관교육부터 흔들린 엉망진창 초보엄마였다. 갓난아기일 때부터 숙면을 잘 취하지 못하고, 내 배 위에 올라서야 잠이 들곤 했다. 이후 아무리 종일 놀아도 새벽 2, 3시에나 잠들었다. 억지로 재우려 불을 끄면 일어나선 꽁지발을 세워 다시 불을 켜니, 어둡게 환경을 만들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유치원에 가면서부터 사라졌다. 이젠 9시쯤이나 늦어도 11시면 스스로 자겠다고 누웠다. 지난 4년 동안 아이는 일찍 자야 키가 큰다는 말에 걱정도 되었지만, 자는 시간에 관계없이 충분히 자기만 하면 괜찮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늦게 자면 키가 안 큰다고 어른들이 걱정하셨지만 새벽에 자도 오전 11시까지는 숙면을 취하니 다행히 아이의 키는 늘 평균에 딱 맞았다. 이제는 일찍 자는데다 충분히 숙면을 취하고 아침에 기분좋게 일어나는 걸 보니 신기하고 기쁘다.

교육기관에 가지 않고 엄마와만 있어서, 아이의 에너지 발산이 더 필요했나 보다. 아무리 산책을 하고 반나절을 놀이터에서 놀아도 아이에게는 부족했던 것이다. 그저 기다리면 되는 거였던 것 같다.

2. 당부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놀고 오길 응원하기

유치원에 간지 2주동안 아이는 아침에 깨자마자 걱정으로 낑낑거렸다. 집에 있고 싶다며 울면서 옷을 입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아이를 보면, 이렇게 싫어하는데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맞나 고민이 들 정도였다.

버스를 타고 20분 남짓 가는 동안에도 훌쩍거렸다고 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그런데 할머니와 내가 언어를 바꾸면서부터 아이가 유치원에 가는 걸 즐거워했다.

"절대 친구 때리거나 괴롭히면 안 돼."

이런 당부로 시작했던 하루를 바꿔보았다.

"오늘도 유치원에서 신나게 놀고 와.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지내."

당부보다는 즐겁게 놀고 오란 말들로 하루를 시작하니 아이의 불안도 사라져갔다.

3. 구체적으로 칭찬하기

아이를 기다려주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해야 하지만, 다짐들이 흔들릴 때가 많다. 그러는 내 자신에게 주문을 외우듯 아이를 좋게 생각하려고 칭찬을 내뱉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칭찬해주면 아이가 반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가 대단해."
"하나도 안 대단한대."

장난을 치는 거긴 하지만 아이 스스로 자기가 칭찬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았다.

육아는 너무 어렵다. 육아서적과 관련 TV프로를 보며 공부하고, 예전에 일할 때 전문가 선생님들을 만나보았던 기억을 되살려보지만,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까칠한 성향의 내 아이에게는 이 육아 이론들이 잘 먹히지 않았다.

나 또한 아이를 이해하는 공감능력이 부족했다. 정해놓은 이론에 내 아이를 끼워 맞추려했다. 자유로운 영혼인 우리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질 못했다.

육아를 하며 나 자신에게 분노하고 또 후회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아이는 유치원생이 되었다. 가족들이 도와주고는 있지만, 주양육자는 나이기에 혼자 외로울 때가 참 많아서 내가 눈물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눈물샘이 고장난 것마냥 울기도 했다.

아무리 백번을 말해도 안 들을 때면 속이 터져나가고, 힘이 들어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버리는데 유치원 선생님의 전화에 힘이 났다. 얼마 전 친구를 때렸다는 말을 전해 듣곤 심란했는데, 이번 주는 아이가 친구들을 때리지 않고, 질서도 잘 지키고 훌륭했다고 하셨다. 친구들 앞에서 칭찬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친구들한테도 오늘 아이가 어땠냐고 물어보니 처음에는 친구들을 불편하게 했지만 오늘은 진짜 착해졌다고 말해줬어요."

말썽쟁이 우리 아이가 친구들을 그동안 얼마나 괴롭혔으면 착해졌단 말이 나올까 죄송스럽기도 했지만, 달라졌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선생님께 주말에 아이를 많이 혼냈다고 고해성사같이 고백을 하니, 선생님은 혼을 내기보다는 칭찬을 해줘야한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냥 영혼 없는 칭찬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한다고 하셨다.

"아이에게 칭찬이 효과가 큰 것 같아요. 그냥 멋졌다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칭찬을 해주시면 아이는 그걸 알고 그런 쪽으로 행동을 하려고 해요. 예를 들면 이렇게 말해주세요. 오늘 몸으로 하는 행동보다는 말로 많이 하려고 노력도 하고, 밥 먹을 때 손 무릎하고 기다려주었지. 그래서 선생님도 다른 친구들도 행복하고 기분이 좋았대. 오늘 기분이 어땠어?라고 물어봐주세요."

선생님이 아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칭찬해주시니, 친구들의 시선도 많이 바뀌고 편견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하셨다. 세심하게 아이가 어떤 행동을 잘했는지 칭찬을 해주어야겠다.

아직까지도 행동이 먼저 나가긴 하지만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계속 해나가야지. 왜 친구를 때렸냐며 언성을 높이고 다그치기 것은 화를 내는 것이지 훈육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 장난감을 가지고 싶을 때는, 뺏는 게 아니야. 친구야 네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 멋져보여서 나도 가지고 놀고 싶다고 이야기해줘."

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고 유치원 학기 초에는 남자친구들이 많이 그런다고들 한다. 몸이 먼저 나가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말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

나의 '첫'사랑이자 무엇보다 소중한 내 자식을 믿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처음으로 엄마 품에서 떨어져 유치원에 가게 되어 많이 힘들 것이다. 엄마없이 오로지 아이 혼자 겪어내야 하기에 얼마나 무서울지 안다. 

하지만 옆에 없더라도 엄마가 사라진 게 아니라고 아이에게 계속 말해줘야 한다. 엄마가 자길 안 데리러 오면 어쩌지란 생각에 불안하겠지만 돌아오면 엄마가 짠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걸 서서히 알아가겠지.

문제 행동이 쉽게 고쳐지지 않아서 어떻게 알려주면 좋을지 여전히 매번 좌절하곤 한다.
그래도 선생님께서 아이가 잘못을 하기도 하지만, 칭찬받을 만한 일도 많이 한다고 알려주신 게 도움이 됐다.

선생님의 별 것 아닌 그 말 한마디가 정말 힘이 되었다. 누군가 응원한다는 건 별거 아닌 말이지만 큰 힘이 된다는 걸 알았다.

육아에 지친 엄마 자신도 응원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응원이 필요한 건 아이일 것이다. 엄마는 하루하루 아이와 같이 쑥쑥 자라고 있다. 나도 '엄마'라는 역할을 처음 맡았고, 아이도 '첫'세상에 발을 내딛었으니.

이제 막 출발점에 서있을 뿐이다. 시작도 하지 못하고 벌써 지치면 안 된다고 불안함을 달래며 힘을 내본다.

'우리 서로를 응원하자! 힘내자, 아가야!' 


태그:#유치원, #사회성, #공감, #육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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