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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아 너희들 맘대로 피어라!
 봄꽃아 너희들 맘대로 피어라!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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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어라, 너희들 맘대로

산에도
동네에도
꽃 피네 꽃이 피네

우리들의 봄꽃들은
저만치 혼자서 피지 않고
우르르 몰려서 피어 있네.

우르르 몰려다니는 깡패 말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태극기 말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투기꾼 말고
우르르 몰려 피는 꽃들아 봄꽃들아

피어라
피어라
너희들 맘대로 피어서
우리 동네 꽃동네로 만들어라!

피 흘리지 않은 우리들의 혁명
 피 흘리지 않은 우리들의 혁명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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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 박근혜 없는 봄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革命)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김수영 시인의 '푸른 하늘을' 중에서)

시인님, 시를 고쳐야겠어요
4.19혁명은 피의 냄새가 섞였고
실패한 혁명은 고독하고 말았지만
보아요, 저 푸른 하늘 푸른 봄 좀 보아요!

우리들이 만든 봄 좀 보세요.
우리들이 만든 나라 좀 보세요.
피 흘림도 없이 불러온 우리들의 봄!
청와대에서 쫓겨난 그녀만 고독한 봄!

아, 우리가 만든 박근혜 없는 봄!

이제는 그만 속자. 속고서 가슴 치지 말자!
 이제는 그만 속자. 속고서 가슴 치지 말자!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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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 번째도 속아?

이젠 좀 쉬어야겠네.
촛불 가방을 내려놓겠네.
빼앗긴 토요일을 찾아야겠네.

토요일이면 아들놈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 온탕 냉탕 오가면서
아이처럼 웃어도 보고 밀린 때도 벗겨내고
아들의 고민도 들어보고 서로 등도 밀어주고

마트에 가서 장도 보고
시식코너에서 얻어도 먹고
아들이 좋아하는 고기도 사고
아내가 좋아하는 만두도 사고

이제 토요일엔 산에 가야겠네.
이제 토요일엔 꽃을 봐야겠네.
정자에 앉아 하늘 좀 봐야겠네.
백수처럼 느릿느릿 걸어야겠네.

그렇게,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고
그렇게, 빼앗긴 토요일을 되찾았다고
그렇게, 예전처럼 세상모르고 살았다가는
도둑 같은 저놈들이 우리들의 혁명을 가로챌 거예요.
지난번에 한 말처럼 죽 쑤어서 개 주었다고 탄식할지도 몰라요.

한 번 속았으니
두 번은 안 속는다고
큰소리쳤다가 세 번째도 속는다면?

헐, 괜히 놀렸네~^^
 헐, 괜히 놀렸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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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헐, 괜히 놀렸네~^^

인왕산 둘레길 오르다가
조선 시대에 지어진 황학정에서
궁사들을 보다가 찍은 사진인데요.

살랑살랑 봄바람이
과녁을 못 맞추는 궁사들에게
폼만 잡고 빈 화살만 날린다고
그것도 못 맞춰, 그것도 못 맞춰
놀리기에 저도 마음속으로 놀렸어요.

- 그것도 못 맞춰~^^
- 그것도 못 맞춰~^^

그러자, 바람이 시비를 걸었어요.
너도 쏴봐! 쏴봐! 넌 맞출 수 있어?

- 헐, 괜히 놀렸네~^^

우리가 권력이다!
 우리가 권력이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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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로운 봄

작년에도 봄이 왔고
재작년에도 봄이 왔었지만
올해 봄은 그 봄이 아닙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봄이 아니라
오고 또 오는 봄이 아니라 새로운 봄
새로운 권력을 만드는 우리들의 뜨거운 봄

헌법 조문에만 있는 권력이 아니라 진짜인 권력!
사문화된 헌법이 아니라 우리들이 행하는 헌법!
말로만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진짜로 민주공화국!
우리가 뽑아야 할 새로운 정부 새로운 민주주의!

바람이 나세!
바람이 나세!
신바람 나세!
새로운 나라 만드는 바람!

- 우리가 권력이다!
- 우리는 헌법이다!


태그:#포토에세이, #시인, #새로운 봄, #권력,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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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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