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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볼일도 있고 해서 모처럼 아내와 함께 서울 나들이를 했습니다. 온 김에 직장에 다니는 딸한테 들렀습니다. 딸이 객지에서 혼자 생활하는지라 아내는 딸 집에 오면 이것저것 찬거리를 챙겨옵니다.

"아빠 보쌈 먹으러 가요"

딸아이는 불쑥 들어선 우리를 무척 반가워합니다. 아내는 어질러진 방을 보고 잔소리와 함께 청소하느라 부산을 떱니다.

우리 찾아간 음식점. 돼지고기 수육과 굴 배추겉절이가 푸짐하게 나왔습니다. 밑반찬은 소박하지만, 착한 가격이었습니다.
 우리 찾아간 음식점. 돼지고기 수육과 굴 배추겉절이가 푸짐하게 나왔습니다. 밑반찬은 소박하지만, 착한 가격이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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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한바탕 청소를 끝낸 딸은 고마운 마음에서 말을 꺼냅니다.

"엄마, 아빠 모시고 제가 맛난 거 사드릴게 나가요!"
"나가서 뭘 먹어? 내 가져온 밑반찬으로 따뜻하게 밥 해 먹지?"

아내는 가져온 보따리를 풀어 주방으로 나갑니다.

"엄만, 모처럼 아빠도 오셨는데, 제가 한턱 쏜다는데, 왜 그러실까?"

딸아이는 엄마 손을 잡아끕니다. 아내도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뭘 맛난 것을 사려고 그럴까?"
"깔끔하고, 싸면서 맛난 음식점 한 군데 봐둔 데 있으니까, 따라오시기나 하셔?"

우리는 딸아이를 따라나섰습니다.

"아빠 요즘 굴이 제철이죠?"
"그렇지. 굴 요리집 가게?"
"굴 요리집까지는 아니고, 돼지고기 보쌈집."
"돼지고기 보쌈집에 웬 굴이야? 굴밥이 나오나?"
"굴 겉절이하고 보쌈인데, 아무튼 맛있어요!"

돼지고기 수육을 먹으러 가는 것 같습니다. 은근히 기대됩니다. 굴이 들어간 겉절이도 대충 그려집니다.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우리가 찾아간 음식점입니다. 그리 크지 않지만, 주위에선 꽤 유명한 집이었습니다.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우리가 찾아간 음식점입니다. 그리 크지 않지만, 주위에선 꽤 유명한 집이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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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집에서 멀지 않은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음식점에 도착합니다. 음식점은 칼국수와 함께 보쌈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입니다.

김, 굴 겉절이, 돼지고기 수육의 만남

메뉴판을 보더니만 아내가 딸아이 눈치를 살핍니다.

"우리 칼국수나 먹자?"
"엄만, 여기 보쌈이 얼마나 맛있는데! 보쌈 큰 거 하나에 칼국수 하나, 됐지?"

양이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는 했어도, 아내와 나는 딸이 시키는 대로 고개만 끄덕입니다.

밑반찬으로 나온 게 아주 단순합니다. 배추김치, 새우젓, 접시 하나에 담긴 풋고추, 당근, 마늘 그리고 쌈장이 전부입니다.

돼지고기 수육이 부드럽고 연하였습니다. 느낌이 막 삶아나온 것 같았습니다.
 돼지고기 수육이 부드럽고 연하였습니다. 느낌이 막 삶아나온 것 같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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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문한 돼지고기 수육이 나왔습니다. 고기에 기름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뒤따라 나온 배추겉절이가 접시 가득 수북합니다.

"상추 같은 야채는 없나 봐?"
"아빠, 여긴 야채 대신 김으로 싸 먹어!"
"야채값이 비싸서 그런 건가?"
"아냐, 김 싸 먹는 맛이 괜찮아! 김은 무한 리필이고."

색깔부터 침이 돌게 한 굴 겉절이. 굴이 많이 들어있고, 배와 생밤이 섞여있습니다. 짜지 않아 좋았습니다.
 색깔부터 침이 돌게 한 굴 겉절이. 굴이 많이 들어있고, 배와 생밤이 섞여있습니다. 짜지 않아 좋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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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겉절이 색깔부터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겉절이에 생굴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있습니다. 굵직굵직 썬 배에다 생밤도 섞여 있습니다. 빨간 겉절이에 참깨가 술술 뿌려져 한눈에 봐도 맛깔스럽습니다.

"아빠, 내가 먹는 시범을 보일게요."

보쌈을 야채와 싸지 않고 김에 싸먹는 맛이 색달랐습니다. 김에 싸서 수육, 겉절이, 마늘과 함께 먹는데, 괜찮았습니다.
 보쌈을 야채와 싸지 않고 김에 싸먹는 맛이 색달랐습니다. 김에 싸서 수육, 겉절이, 마늘과 함께 먹는데, 괜찮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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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앞 접시에 마른 김을 깔고 새우젓을 찍어 돼지고기 수육을 얹습니다. 그다음 겉절이, 그리고 굴을 찾아 올려놓습니다. 마지막으로 마늘 한 쪽을 올려 김을 말아 입에 쏙 넣습니다. 녀석, 참 맛있게도 먹습니다.

나도 따라서 해보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비계가 좀 들어있는 돼지고기가 촉촉하고 연합니다. 굴김치는 달콤하고 시원합니다. 주로 고기를 야채에 싸서 먹었는데, 마른 김을 싸 먹는 보쌈이 입에 착 감깁니다. 

돼지고기 수육에 바다의 굴과 김이 만나 배추의 단맛과 어우러져 감칠맛이 더해졌습니다.

굴은 요즘이 제철입니다. 굴에는 '바다의 우유'라고 불릴 만큼 각종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무기질, 비타민 등도 골고루 함유되어 완전식품에 가깝다고 합니다.

우리 찾은 음식점은 배추겉절이에 섬유소가 적은 굴을 넣어 영양적으로 보완하여 궁합을 맞춘 것 같습니다.

착한 가격에 맛난 음식

나는 입맛이 그리 까다롭지가 않습니다.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잘 먹는 편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고기를 먹을 때는 불에 굽는 고기보다 수육이나 탕으로 끓인 음식을 좋아합니다.

고기는 구워야 제맛이라지만 구울 때 타는 냄새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불에 탄 고기는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부터 될 수 있으면 굽는 것보다는 수육을 먹습니다.

오랜만에 딸 덕분에 좋아하는 수육을 맛나게 먹은 것 같습니다. 돼지고기 수육에 굴 배추겉절이가 내 입맛에 딱 맞습니다.

따로 시킨 칼국수. 국물이 개운하였습니다.
 따로 시킨 칼국수. 국물이 개운하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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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맛을 따로 시킨 칼국수로 마무리하니 속이 든든합니다. 따뜻한 칼국수 국물이 개운합니다.

아내와 딸아이도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잘도 먹습니다. 고기 한 점, 김치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웁니다. 칼국수 그릇도 깨끗합니다.

밑반찬 가지 수를 줄이고, 겨울철 비싼 야채 대신 제철인 김을 이용한 메뉴로 가격을 낮춘 것 같았습니다.
 밑반찬 가지 수를 줄이고, 겨울철 비싼 야채 대신 제철인 김을 이용한 메뉴로 가격을 낮춘 것 같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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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자기가 셈을 치릅니다. 딸아이는 달게 먹는 우리를 보고 기분이 매우 좋은가 봅니다.

"엄마, 막걸리 한 병까지 1인당 13000원, 착한 가격이지? 그리고 아빠, 여기 오길 참 잘했죠?"


태그:#굴 겉절이, #보쌈, #돼지고기 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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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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