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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진
▲ 비행기에서 항공사진
ⓒ 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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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다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5시 30분.

더 잘까 하다가 세수하고 머리 감고 나선다. 겨울이라 아직 어둡고 차갑다. 직장 동료들과 남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와이프는 공항까지 태워주겠다고 했지만 함께 가지 못하고 혼자 떠남에 미안해 괜찮다고 말한다.

의정부 시청에서 공항버스를 타니 인천공항가는 사람이 많다. 리무진 버스라 자리가 편해서 좋다. 전철 타고 가면 2시간 정도 걸리는데 공항버스를 타고 가면 1시간 정도다. 시내를 벗어나 송추에서 외곽고속도로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간다. 3층 j카운터에 앉아 좀 기다리니 우리 동료 여행팀이 도착한다. 반갑다.

열대의 나라 태국 방콕이다. 

오전에는 호텔 야외수영장에서 휴식 시간을 보냈다. 야자가 열려있는 야자수가 수영장을 둘러싸고 있고 보드라운 열대의 바람이 솔솔 불어와 맨살에 묻은 수분을 증발시킨다. 비키니를 입은 서양미녀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것도 좋다. 한두바퀴 헤엄치고 기력 소진한 채 선베드에 누워있으면 '릴랙스'라는 영단어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이것이 휴식이야 하면서.

방콕의 호텔에는 옥상에 야자수 드리워진 야외 수영장
▲ 호텔야외수영장 방콕의 호텔에는 옥상에 야자수 드리워진 야외 수영장
ⓒ 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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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 대한 편견, 한꺼번에 사라졌다

점심도 먹고 쇼핑도 할겸 방콕시내에서 가장 큰 마트라는 빅씨 마트에 간다. 여기서 태국요리의 풍미를 맛보고 아내에게 선물할  쫄바지를 150바트에 하나 산다. 마네킹이 입고 있는 샘플 쫄바지가 예뻐서이다.

옆에 있던 윤형과 박형은 아내에게 선물할 100바트짜리 호피무늬 원피스를 사면서 아내에게는 1000바트짜리라고 해야지 하면서 서로 즐거워 한다. 태국돈 100바트는 우리돈 3500원 정도다.  

마른 과일 코너에서 맛있고 품질 좋다는 마른 망고를 사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한다. 히잡을 둘러쓴 어려보이는 캐셔가 계산을 한다. 천 바트짜리 한장과 20바트짜리 4장을 주니 한 동안 받은 돈과 계산된 금액을 보며 확인하더니 20바트 한 장을 돌려주고 나머지에서 계산을 하고 3바트를 동전으로 돌려준다. 

두 손을 모으고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의미의 태국말을 한다. 그리고 다음 손님을 맞아 계산하고 계산이 다 끝나면 다시 그 손님에게 두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아. 감동적이다. 계산하는 시간과 손님에게 감사하다며 손 모으고 고개 숙이며 인사하는 시간이 거의 비슷하다. 계산 액수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상관없이 차분하고 공손히 두 손 모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한참 캐셔를 바라보았다. 히잡쓴 여인을. 테러나 일으키는 이슬람인들을 TV로 많이 보아서인지 이슬람교에 대해 폭력적이고 비상식적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는데 이런 생각이 일시에 사라졌다. 

친절한 캐셔 직원
▲ 친절한 캐셔 직원 친절한 캐셔 직원
ⓒ 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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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일하는 버스 차장, 왜 저렇게 미소를 짓고 있을까

마트에서 나온 우리는 차오프라우강에서 배를 타고 식사하며 방콕 야경을 보기 위해 선착장으로 간다. 태국 교통수단은 툭툭이, 송태우, 버스, 전철, 배 등 여러 가지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간다. 버스요금도 버스에 따라 5바트 짜리, 10바트 짜리 등이 있다. 이번에는 7바트 짜리다. 

버스 차체는 우리나라 70년대 풍 버스로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고 에어컨이 없으며 사이드에만 낡은 의자가 있다. 김형은 우리나라 70년대 버스도 이보다는 좋았다며 품질평을 한다. 운전사와 남자차장이 있다. 운전사는 운전하고 차장은 손님들에게서 돈을 받는다.

예전 우리나라 차장은 들어오는 입구에서 돈을 받았다. 여기는 손님들을 다 태우고 난 다음에 차를 출발시키고 손님들을 찾아가 요금을 받는다. 다음 정거장에서 차가 정차하니 차장이 문밖으로 나가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부축하며 차에 올라와 빈자리에 앉힌다.

그리고 운전사에게 운전하라는 신호의 말을 외친다. 그리고 자기 위치에 가서 즐거운 표정으로 손님들로부터 받은 돈을 챙기고 있다. 얼굴엔 미소가 만연한 채.

버스 차장이라는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불평이 없어 보인다. 옆에 앉은 이형도 이 장면을 보더니 차장이 참 일을 즐겁게 하는 것 같다며 나에게 말한다. 왜일까. 태국 사람들은 주 종교가 불교라 무소유가 몸에 배어서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 것일까.

운전사에게 돌아가는 돈이 적다고 차장을 없애던 우리나라의 90년대 생각이 난다. 우리나라 시골에는 여전히 나이 드신 노인들이 많아도 저렇게 버스에 친절히 태워줄 차장이 없다.

늦게 결혼하여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돈가방을 소매치기 당한 동료가 있다. 스마트폰을 잃고 돈도 잃어 동행들에게 사진 찍어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한다. 동행이 없었으면 신혼여행 사진 한 장 못찍을 뻔했다는 이야기다.

미얀마나 라오스 베트남 등으로 여행한 동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소매치기 당하거나 도단 당했다는 이야기는 없고 한결같이 사람들이 착하다고 이야기한다. 무엇이 잘사는 것인지, 무엇이 잘 사는 나라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방콕의 버스
▲ 방콕의 시내도로 방콕의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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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야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묵은 다음 유명하다는 농눅빌리지에 간다. 농눅빌리지는 농눅이라는 분이 조성한 열대 수목원이다. 14년전 아내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갔던 곳을 이제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한다. 어떻게 얼마나 변했을까 생각도 해보고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도 해볼겸 다시 찾아 본다. 

먼저 열대의 숲길을 지나 공연장에 들어간다. 태국 전통 예술을 보여준다. 무에타이, 북춤, 민속무용 등이 끝나니 출구로 나가 동물쇼장으로 이동한다. 전에 왔을 때에는 코끼리쇼, 원숭이쇼, 호랑이쇼 등을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는 코끼리 쇼만 보여준다.

코끼리가 축구하고, 자전거 타고 볼링도 한다. 인간도 하기 힘든 것을 코끼리에게 하도록 한다. 코끼리에게 이런 기능을 가르치기 위해 엄청난 코끼리 학대가 이루어진다고 어느 방송사에서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런 동물 학대의 결과, 훈련의 결과를 이곳 농눅빌리지에서 보고 있다. 괜히 코끼리에게 미안하고 공범이란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잘한다고 박수를 치다니, 이런 모순은 무엇인가.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달려가고만 있었던 거야."

광화문 촛불 6차집회때 열창했던 한영애의 노래가사가 생각난다.

이런 동물학대에 기초한 쇼를 보지 말아야 한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자연히 없어질 것이다.

코끼리 자전거 타기
▲ 코끼리 자전거 타기 코끼리 자전거 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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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연금생활자, 추운 겨울을 여기서 보내다

산호섬에서의 해수욕을 즐기고 파타야 시내의 워킹스트리트를 지난다. 이 워킹스트리트는 밤에 보아야 좋다고 여행공부를 많이 한 전형이 말한다. 태국음식은 많이 먹어보지 못했지만 벌써 동료들은 한국음식이 먹고 싶단다. 한식고기부페집에서 삼겹살로 저녁을 먹었다.

패키지 여행 때는 우리나라 삼겹살처럼 생삼겹살에 숯불로 잘 먹었다. 여기는 우리나라 대패삼겹살처럼 냉동처리가 되어 있고 상추도 없다. 그렇지만 해수욕을 하고 온 뒤라 시장이 반찬이어서 국내서 먹던 삼겹살맛을 능가한다.

저녁을 먹고 동료들은 대부분 워킹스트리트로 시티투어를 한다. 이곳에는 라이브 성인쇼도 있고 술 마시며 볼 수 있는 라이브 무에타이 등도 있다. 나와 윤형만 피곤하다며 숙소를 찾아 파타야 해변길을 따라 걸어간다.

젊은 현지여인 한두 명이 10여 미터 간격으로 떨어져 이야기하며 또는 스마트폰하며 서 있다. 지나가는 행인들 중 서양노인 남자와 현지 젊은 여인이 짝이 되어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띤다.

벤치에 앉아 있던 서양노인과 현지인 젊은 여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더니 여인이 노인에게 짧게 입맞춤을 하고 노인의 손을 잡고 일어나 걸어간다. 서양의 연금 생활자들이 추운 겨울 유럽에서는 보내기 힘드니 따뜻한 태국 파타야에 와서 한두달 겨울을 즐기고 가는것 같다고 윤형은 말한다. 

서양달러에 비해 물가가 너무 싸니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만원 이상이어야 하는 호텔숙박비도 여기서는 4만원 정도다. 달러나 유로화는 더 저렴할 것이다.

야자수 드리워진 파타야 해변길이다.
▲ 파타야 해변길 야자수 드리워진 파타야 해변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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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수도는 쿠알라룸푸르이다. 쿠알라룸푸르라는 지명은 두 개의 강이 만난다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보면 양수리와 비슷하다. 이곳의 명물은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하나씩 짓고 연결다리를 프랑스가 만들었다.

야경이 멋있다 하여 방콕에서 비행기타고 쿠알라룸푸르에 갔다. 다시 전철을 타고 시내에 도착했다. 높게 뻗은 두 기둥과 사이의 다리 그리고 푸른 조명이 주변 빌딩과 어우러져 감탄을 선사한다. 이것은 건축물이 예술품으로 승화되는 순간이며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의 아우라다.

모나리자의 진품이 선사하는 아우라를 느끼러 파리에 가듯, 우리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의 아우라를 느끼고자 서울에서 이곳까지 왔다.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트윈타워
▲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트윈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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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동료들과의 자유 여행은 추운 겨울에 남국에서 따뜻하게 보내는 의미 만으로도 족하다. 인터넷으로 표를 예약하고 현지에서 유심침을 구매하면 인터넷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유심칩은 한국에서 구입하면 해외택배비가 붙어 가격이 비싸지만 태국에서 구매하면 한국돈 1500원이면 1주일정도 인터넷을 마음껏 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구글맵을 실행시켜 원하는 장소를 로드맵으로 잘 알려주기에 찾아가기 쉽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 파타야의 워킹스트리트, 쿠알라룸푸르의 바투케이브 등이 유명하다.

덧붙이는 글 | 2017년 1월 17일 부터 24일까지 방콕, 파타야, 쿠알라룸푸르 여행을 하고 동남아 사람들의 친절을 온몸으로 느끼고 돌아왔다.



태그:#무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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