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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떡국은 탱글한 알굴과 초록빛의 감미로운 매생이가 입맛을 유혹한다.
 매생이떡국은 탱글한 알굴과 초록빛의 감미로운 매생이가 입맛을 유혹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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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면 우리는 떡국을 먹는다. 새해 첫날 떡국을 먹어야만 비로소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여겨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설을 앞두고 남도의 특별한 떡국을 찾아가봤다.

맛의 고장 전라도에서 즐겨먹는 설날 떡국은 닭장떡국과 석화떡국, 매생이떡국이 있다. 대부분 닭장떡국을 먹지만 오늘 소개할 음식은 매생이떡국이다. 겨울바다의 귀족 찰매생이와 떡국 떡의 환상적인 맛을 경험해보라. 그런데 떡국과 매생이, 과연 잘 어울릴까. 

떡국은 설날에 먹는 음식이다.
 떡국은 설날에 먹는 음식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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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매생이는 여인네의 쪽진 머리를 닮았다. 남해안 청정바다의 녹색 해조류인 매생이는 굴과 함께 떡국을 끓여먹으면 별미다. 정일근 시인은 <매생이>라는 시에서 "다시 장가든다면 목포와 해남 사이쯤 매생이국 끓일 줄 아는 어머니를 둔, 매생이처럼 달고 향기로운 여자와 살고 싶다"고 했다.

아름다운 미항 강진 마량포구다. 겨울 갯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미항건어물 가게에 잠시 들러 재래돌김과 멸치를 샀다. 품질이 좋아 한 눈에 반한 탓이다. 이어 돌아본 마량 어판장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활어나 어패류보다는 초록의 매생이가 오늘따라 시선을 붙든다. 이곳에서 찰매생이도 한 박스 챙겼다.

저두수산 할머니가 매생이 두 제기를 양손에 들어 보여준다.
 저두수산 할머니가 매생이 두 제기를 양손에 들어 보여준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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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인 매생이는 강진읍장에서도 볼 수 있었다. 가격을 물었더니 저두수산 박신자 할머니(70)가 매생이 두 제기를 양손에 들어 보여준다. 매생이 한 제기의 가격은 3500원이라고 했다.

"찰매생이 한 제기에 3500원이에요. 매생이국은 석화를 자글자글 끓이다가 매생이를 넣으면 돼요."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매생이를 '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다.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했다.

매생이떡국이 먹고픈데 딱히 갈 곳이 없다. 순간 지난 번에 애호박찌개를 참 맛있게 먹었던 '시골집'이 문득 떠올랐다. 그곳에 가서 부탁을 해볼까. 다행스럽게도 시골집은 식재료만 준비되면 어떤 음식이든 만사 오케이다.

"뭐든 다 끓여줘요, 식재료만 가져오면."

올 설날에는 매생이떡국을 끓여 먹어야겠다

손맛 빼어난 강진 시골집 아짐의 매생이떡국이다.
 손맛 빼어난 강진 시골집 아짐의 매생이떡국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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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생이떡국을 부탁하고 주방 안을 살짝 들여다봤다. 이는 매생이떡국을 어찌 끓이는지 사뭇 궁금했기 때문이다. 프라이팬에 물을 붓고 대파와 다시마 등으로 국물을 낸다. 물이 끓어오르자 떡국과 굴 매생이를 차례로 넣는다.

시골집 주인아주머니(52)에게 매생이떡국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물었다.

"물을 붓고 마른 다시마, 다진 마늘, 대파로 육수를 내요. 물이 팔팔 끓으면 떡국 떡을 넣어요. 떡이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굴을 넣고 마지막에 매생이를 넣어요. 소금 간을 해서 얼른 꺼내야 돼요."

 “매생이가 부드럽고 맛있어요”라며 매생이떡국 한 그릇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비워낸다.
 “매생이가 부드럽고 맛있어요”라며 매생이떡국 한 그릇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비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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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도 정갈하고 맛있다.
 반찬도 정갈하고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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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동생은 "매생이가 부드럽고 맛있다"라며 떡국 한 그릇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비워낸다. 오랜만에 먹어본 매생이떡국의 맛은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우리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반찬도 정갈하고 맛있다. 양념을 뿌려낸 꼬막반찬, 바다향이 가득한 파래김치, 된장과 고추장에 식초를 약간 넣고 조물조물 무쳐낸 오도독한 톳나물, 봄 향기가 살풋 느껴지는 냉이나물이 입맛을 거든다.

올 설날에는 매생이떡국을 먹어야겠다. 탱글한 알굴과 초록빛의 감미로운 매생이가 입맛을 유혹한다. 촘촘하고 부드러운 매생이를 듬뿍 넣어 끓여낸 매생이떡국이 정말 좋다. 맛있는 음식은 이렇듯 우리들의 마음을 늘 행복하게 해준다.

강진읍에 있는 시골집이다.
 강진읍에 있는 시골집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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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매생이떡국, #시골집, #저두수산, #미항건어물,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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