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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월요일 낮 일본민속 수업이 있었습니다. 관혼상제에 대해서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서 써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기를 낳으면 삼신상(사진 왼쪽)과 삼신단지(사진 오른쪽)를 차려놓았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사진은 2008년 8월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실에서 찍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기를 낳으면 삼신상(사진 왼쪽)과 삼신단지(사진 오른쪽)를 차려놓았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사진은 2008년 8월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실에서 찍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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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혼상제는 사람이 태어나서 살다가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죽으면 장례식을 치르고, 죽은 다음 올려지는 제사의식을 말합니다. 프랑스 반 겐넵은 통과의례라는 말을 썼습니다. 관혼상제에는 출생의례가 빠져있지만 통과의례라고 하면 사람이 태어나서 살다가, 죽고, 죽은 다음 제사까지 모두 아우르는 말입니다.

일본 학생들이 통과의례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례는 장례식이었습니다. 까닭은 같이 지내던 가족과 마지막 얼굴을 보고 헤어지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하나 장례식이라고 말한 학생 가운데 자신이 장례식에 참가한 적이 있고, 그 기억이 오랫동안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장례식은 문화나 민족에 따라서 여러 가지 다른 모습이나 독특한 색깔을 지닙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살다가 죽으면 장례식을 치릅니다. 장례식은 이승의 몸과 헤어져 조상신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이고 절차입니다. 조상신으로 새롭게 태어난 선조는 후손들의 기억과 의식 속에서 저승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조상신이 됩니다. 이 조상신을 섬기면서 종교가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선택한 통과의례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아서 그래프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학생들이 선택한 통과의례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모아서 그래프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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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장례식을 마치고 주검을 화장합니다. 화장이 끝나고 불에 탄 뼈가 나오면 가족들이 둘러 앉아서 젓가락으로 뼈를 뼈항아리에 담는 의식을 엽니다. 이것을 고츠아게(骨上げ)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 식탁에서 젓가락으로 먹거리를 다른 사람에게 건내주지 않습니다. 엄숙하게 치러지는 장례식의 고츠아게가 연상되기 때문입니다.

어느 민족이나 장례식은 가장 보수적이고, 바꾸기 어렵다고 합니다. 죽은 다음, 저승의 세계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상 누구도 저승에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러워하고, 전해내려오는 대로 따르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태어나면 삼신할머니 덕이라고 생각하여 출산의례로 삼신상을 차려놓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한 달 정도 지난 뒤 신사에 가서 무사히 자라고, 병이 들지 않도록 신에게 기원을 합니다. 이것을 오미야마이리(お宮参り)라고 합니다.

          일본 신사에서 열린 아기의 오미야마이리 출산의례에 참가한 쌍둥이 아기와 시치고산을 마치고 찍은 가족 사진입니다.
 일본 신사에서 열린 아기의 오미야마이리 출산의례에 참가한 쌍둥이 아기와 시치고산을 마치고 찍은 가족 사진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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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다섯 살, 일곱 살이 되면 시치고산(753)이라고 하여 전통옷을 입고 신사에 가서 무사 성장을 감사하고, 앞으로의 무병 장수를 기원합니다. 해마다 11월 23일 신사에서 열립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관례가 있었지만 성인식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아마도 남자들의 병역제도가 있기 때문에 병역의무로 군에 갔다고 오면 성인식을 마친 것으로 여깁니다.

일본 사람들은 해마다 정월 두번째 월요일은 성인의 날입니다. 20세가 된 청년들은 각 지역이나 학교에서는 여는 성인식에 참가합니다.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이 모여서 성인식을 하고, 지역 단체에서 마련해 주는 파티에 참가합니다.

          기모노를 입고 성인식에 참가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기모노를 입고 꾸미는 것을 모두 합해서 후리소데(振袖)라고 합니다. 대부분 전문 회사에서 빌려입으며 거의 한 해 전부터 예약을 하고, 가족 사진은 미리 날을 정해서 찍기도 합니다. 남자들은 대부분 서양식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맵니다.
 기모노를 입고 성인식에 참가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기모노를 입고 꾸미는 것을 모두 합해서 후리소데(振袖)라고 합니다. 대부분 전문 회사에서 빌려입으며 거의 한 해 전부터 예약을 하고, 가족 사진은 미리 날을 정해서 찍기도 합니다. 남자들은 대부분 서양식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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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식에 참가하는 젊은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활을 하거나 회사 생활을 하다가 성인식을 합니다. 이 때 모여서 여러 동창회를 열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옛 이야기를 하면서 그리움을 달래기도 합니다. 민족이나 지역에 따라서 성인식을 성대하게 열거나 독특한 의식을 치르기도 합니다.

장례식에 이어서 두번째로 관심이 있는 의식은 결혼식이었습니다. 특별히 여대생들은 자기 일생에 가장 아름답게 꾸미고, 치장하는 때가 결혼식이라고 하면서 중요시 하였습니다. 또한 결혼식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평생을 같이 살기로 약속하는 귀중한 시간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오래 전 60세 환갑은 축하할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의료 기술의 발달이나 영양 상태가 좋아져 60세는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환갑을 언급한 학생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환갑은 간지 해 이름이 출생한 해와 같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환갑 때 빨간색 모자나 옷을 꾸며서 입습니다. 이것은 태어난 해와 같은 해이니 아기와 같이 빨간색 옷으로 꾸며 입으며 행복을 기원합니다.

제사 의식은 신이 된 조상신을 섬기는 의식입니다. 일본에서는 호지(法事)라고 합니다. 특별히 가족이 죽은 뒤 7일, 49일, 1주기, 3주기, 7주기, 13주기, 33주기를 소중히 여겨 가족이나 친척이 모이고, 집 가까이에 있는 절의 스님을 모셔서 독경을 합니다. 대개 33주기까지 제사를 지냅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서나 사람이 낳고, 자라고, 죽고, 죽은 뒤 제사의식까지 여러 가지 통과의례를 엽니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이 자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면서 새로운 의무와 권리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환갑잔치는 하지 않지만 빨강으로 꾸민 여러 가지 것들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환갑잔치는 하지 않지만 빨강으로 꾸민 여러 가지 것들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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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A. 반 겐넵, 전경수 옮김, 통과의례, 을유문화사, 1995.02.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관혼상제, #통과의례, #젓가락, #장례식, #기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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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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