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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지나가는 강아지 위해 물그릇 내놓는 사람들"에서 이어집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특별한 이야기 만들기, 지난 8월 뜻을 모으다

지나가는 길 우연히 마주친 꽃 하나, 땅에 떨어진 꽃 잎 하나를 가만히 올려봅니다. 이름 알지 못해도 나를 감탄하게 하는 꽃 잎, 자연이 준 너무도 아름다운 선물이네요. 늉이도 함께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이 녀석이 웃는 걸 보면 왜 이유없이 행복해질까요? ^^
▲ 그대 꽃처럼 나를 웃음짓게 하네. 지나가는 길 우연히 마주친 꽃 하나, 땅에 떨어진 꽃 잎 하나를 가만히 올려봅니다. 이름 알지 못해도 나를 감탄하게 하는 꽃 잎, 자연이 준 너무도 아름다운 선물이네요. 늉이도 함께 웃음을 지어보입니다. 이 녀석이 웃는 걸 보면 왜 이유없이 행복해질까요? ^^
ⓒ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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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 건조한 겨울은 이 곳 송도 바닷 바람이 머금은 수분에 잠시 자리를 내어준 듯 해요. 참 포근한 오후입니다. 송도 신도시의 한적한 한 지역 카페, 테이블 위에는 따뜻한 커피 두 잔이 아직은 모락 모락 김을 냅니다. 제법 긴 시간동안 하나의 작업에 집중하고 있던 다은이 입 밖으로 낸 한마디는 "완성"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다은의 모습이 오늘 따라 더욱 해맑네요. 팬더처럼 다크 서클은 조금 내려온 듯 합니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 오랜 시간 작품을 준비해온 작가, 중요한 경기를 앞둔 스포츠 선수들 모두 다른 분야 다른 일들을 하지만 긴장되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D-Day가 다가오면 마음은 더욱 초조해지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하지만 무언가 가치있는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뿌듯한 추억이 남죠, 이건 마치 마라토너들이 그 힘든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겪는 Runner's high(달리는 동안 고통을 잊고 오히려 즐거움을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다은: 드디어 완성되었어요!

필자: 드디어 완성되었네요^^ 우와, 이걸 어떻게 다 그렸어요?


다은과 필자는 지난 8월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특별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뜻을 모으기로 했어요. 모 경영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기생으로 우리는 제법 의기 충만해 있었어요. MBA 학생들은 숫자에 밝고 데이터를 더 믿지만, 저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사람들 중 하나였어요.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는 강아지 이야기들을 모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힐링이 되는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했죠. 정해진 시간마다 서울 등지에서 강아지 늉과 함께 만나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때마침 필자도 대구에서 주마다 패널로 참여한 세계일주 여행기 라디오 프로그램이 끝난 터라 시간적 여유가 많았어요. 방송을 마친 뿌듯함도 있었지만, 이야기가 가진 힘과 감동의 여운을 진하게 경험했기에, 다은과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반려동물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저희가 감동적으로 생각하는 이야기들이 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감동이 전해지길 원했거든요.

좀더 공식적인 루트를 거치면서 이 아이디어를 완성해나가는 건 어떨까 생각했어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구시가 주최하고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대구콘텐츠코리아랩의 스토리 리그에 도전해보기로 했죠. 고맙고 감사하게도 저희의 진심어린 뜻이 잘 전달되었는지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고 좀더 구체적으로 뜻을 펼칠 기회를 가지게 되었어요.

2만2000여명이 속한 반려동물 동호회, 그 동호회 속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다면...

3년 전, 세상 모든게 신기했던 시간 너에게 너무도 모든게 신기해 호기심 꾸러기이던 우리의 아기강아지, 이제는 어엿한 청년 강아지가 되었어요. 강아지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훨씬 빨리 흘러간다고 해요.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어 이렇게 기록을 남겨 그리움을 달래어 봅니다.
▲ 우리 아가의 어린 시절 3년 전, 세상 모든게 신기했던 시간 너에게 너무도 모든게 신기해 호기심 꾸러기이던 우리의 아기강아지, 이제는 어엿한 청년 강아지가 되었어요. 강아지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훨씬 빨리 흘러간다고 해요.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어 이렇게 기록을 남겨 그리움을 달래어 봅니다.
ⓒ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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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은과 이야기를 하던 중, 다은이 속해 있는 약 2만2000여명의 반려동물들과 함께 하고 있는 회원들이 활동하는 동호회를 알게 되었고, 그 동호회의 특별한 반려동물 이야기들을 모아서 하나의 이쁜 책으로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어요.

카페 동호회의 운영진들과 다은의 특별한 노력으로 한국 뿐만이 아니라 태국, 일본에서 웰시 코기와 다른 반려동물들과 함께 오손 도손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모을 수 있었어요.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지닌 다은이 이쁘게 디자인하여 마침내 그 책이 나오게 되었는데요, 단순한 책이 아니라 독자들이 직접 하나하나 채워가며 자신의 책이 완성되는 참여형 DIY 책을 만들었어요.

참가한 모든 작가들은 작가 인세 전액을 유기견 구조 기금으로 기부하겠다는 뜻을 모아주었어요. 13마리의 강아지가 지구 곳곳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글을 읽고 편집하는 내내 때론 입가에 미소를, 눈가엔 눈물을 머금을 수 밖에 없는 감동 도가니 탕이었어요.

이 과정에서 다은은 며칠 밤낮을 지새우며 고생을 했는데요, 베체트의 특성상 체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다은에게는 아주 힘든 과정이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의미있고 보람있는 일을 하고자 그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내준 다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필자: 힘들지 않으세요? 10개 원고의 내, 외지를 디자인하고 책을 구성해나간다는게 정말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다은: 힘들죠. 머리도 아프고 감기기운도 생기고, 그래도 유기견 구조에 뜻을 모아준 우리 반려동물 가족들을 생각하면 욕심이 나서 쉴 수가 없었어요.^^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그런 감정들이 있잖아요? 때론 그 감정이 기쁨이 되고, 또 때론 그 감정이 슬픔이 되기도 하는 우리의 일상 말이에요.


우리의 소소한 일상에서 느껴진 특별한 반려동물과의 감동이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임을 확인하는 매 순간에 참 고맙고 감사한 생각이 들었어요. 반려 동물들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사랑과 웃음에 더욱 감사한 생각 말이에요. 그걸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하니 조금 무리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었어요.

우린 서로 다른 언어를 써요. 다은에게는 늉이의 말이 외국어로 들릴 것이고, 늉이에게 다은의 말은 또 다른 외래어로 들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우린 하나, 내 마음, 당신 마음. 당신 마음, 내 마음.
▲ 다은과 늉 우린 서로 다른 언어를 써요. 다은에게는 늉이의 말이 외국어로 들릴 것이고, 늉이에게 다은의 말은 또 다른 외래어로 들릴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우린 하나, 내 마음, 당신 마음. 당신 마음, 내 마음.
ⓒ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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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편집을 주로 맡았는데요, 원고 내용이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때로는 편집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잊기도 했어요. 아이를 낳을 수 없지만 반려 동물이 아이가 줄 수 있는 많은 기쁨과 행복을 주는 이야기, 해외에서 의지할 곳이 없지만 늘 곁을 지키는 강아지와 함께 잠이 들고 잠에서 깨어 일상을 보내는 또 다른 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반려동물은 정말 우리 삶에서 가족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요.

글 속에는 다양한 반려동물들과의 일화가 나와 있는데요, 결혼식에 다녀온 사이 집을 지키던 반려견이 덴탈껌 약 40개를 먹어서 배가 부풀어 올라 정말 위험했지만 다행히 괜찮아진 이야기, 도그쇼에서 은퇴하고 노쇠해진 아이를 데려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주인에게 버림받아 갈 곳이 없고 때론 건강마저 무너져 홀로 살기가 불가능하거나 누구도 입양해 가지 않는 아이들을 입양해서 새롭게 행복한 나날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이 모든 이야기에 감동하고 웃고 울 수 있었던 것은 한편의 영화와 잘 만들어진 음악이 주는 감동보다도 더 우리 일상에서 소소히 일어나는 삶의 한 부분이었기 때문이에요.

커피가 식어갈 즈음, 제 곁에는 다은과 함께 외출을 나온 늉이가 지그시 날 바라보고 있어요. 이 녀석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치만 왜인지 오늘은 이 녀석도 웃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누군가에게서 시작된 씨앗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져 새로운 꽃이 되고, 그 꽃의 감동과 향기가 새로운 곳으로 또 다른 씨앗을 펼쳐 나가는 그런 삶, 팍팍하고 힘든 일상이지만 이 녀석들이 있다면 때론 하루는 치즈케이크처럼 폭신해질 것도 같아요.

늉이는 겨울을 참 좋아해요. 새하얀 눈 밭에 하루종일 뒹구르고 집에와서도 장난끼가 멈추질 않아요. 늉이가 철 들지 말고 늘 지금과 같음 좋겠단 생각을 해요.
▲ 함께 한 겨울 늉이는 겨울을 참 좋아해요. 새하얀 눈 밭에 하루종일 뒹구르고 집에와서도 장난끼가 멈추질 않아요. 늉이가 철 들지 말고 늘 지금과 같음 좋겠단 생각을 해요.
ⓒ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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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을 쓴다는 것은 과거를 현재로 만들고, 현재를 다시 미래로 이어주는 중요한 기록이 됩니다. 행복한 반려동물과의 소중한 추억을 나눠준 12인의 작가님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반려동물은 우리의 일상의 특별한 벗으로 다가와 어느덧 가족이 되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에 그렇듯이 반려동물을 바라보고 대하는 의견과 태도 또한 다양합니다. 여기 이 특별한 13마리의 강아지와 함께한 소중한 이야기가 새로운 감동을 만듭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함께 지구라는 공동체를 살아가는 따뜻한 하루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태그:#행복강아지, #다은, #유기견구조, #따뜻한 이야기,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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