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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팀프로젝트 '오마이 피크닉'에서는 TV나 기사에서 특별하게 다루지 않는 사람들의 일반 사람들의 기사를 기사로 쓰고 싶어 '사람기사 쓰기'를 주제로 잡았다. 그래서 나는 충북 옥천에서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오회령씨를 인터뷰해보았다.

오전은 개인시간, 오후엔 5시간씩 수업 해

- 오늘 일어났을 때 들었던 생각은 무엇인가요?
"(웃으며) '내 맘을 잘 들여다 보고, 만나는 사람들과 잘 지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본인이 느꼈을 때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시국이 이런 때, 저는 이래도 되나 싶게 아이들과 나쁘지 않은 하루를 보냈습니다."

- 학원강사의 하루는 어떻게 되나요?
"오전에는 수업이 없기 때문에 개인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주로 제 공부를 하는데요. 독서를 하기도 하고 매주 화요일엔 벽지 초등학교로 책읽어주러 가기도 하고 그것이 끝나면 도서관에서 어린이 도서 연구회 모임을 해요. 아이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저의 유년을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점심에는 밥을 꼭 먹구요, 아무래도 아이들과 활기차게 함께 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는데요, 교실을 들어서는 아들의 표정을 포착하면서 억울하거나 슬프거나 아프거나 자랑하고 싶어 하거나 등등을 들어주고 살펴줍니다.

그리고 그날의 학습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독려하고 안될 때는 내일을 기약하기도 해요.

저와 우리 학원 선생님들은 5타임 수업을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학원은 그 이상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시험기간에는 중학생들이 밤 10시까지 남아서 학원을 도서관처럼 이용하기 때문에 저도 함께 남아요. 남아서 그때 간간히 학습분위기를 잡아주면서 주로 책을 읽습니다."

- 가장 기뻤던 일이나 뿌듯했던 일이 있으셨다면 무엇이 있었나요?
"제주 직송 귤을 나눠 먹을 때었어요. 평소에 불량식품을 먹지 마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늘 배가 고프다면서 그런 것을 입에 달고 살아요. 그게 맘에 계속 걸렸는데 간식을 줄 수 있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철별로 감자나 고구마를 삶아주거나 포도, 수박, 복숭아를 주기도 하지만 간식을 잘 챙겨 먹이진 못해요.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학원이 직장맘들의 자녀를 돌보는 기관인데요. 공부도 잘 봐줘야 하고 아이들을 잘 돌봐줘야하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조금씩 바뀔 거라 생각합니다."

무의식 중에 엄머나 할머니라 부르는 아이들, "나는 어떤 존재일까"

- 가장 힘들었던 일이 있으셨다면 무엇이었나요?
"어느날 손 모양 아버님께 전화가 왔어요. 딸이 왕따를 당하고 있고 그 주동자가 자기 딸 친구라고 하면서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셨어요. 손모양 친구도 저희 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제가 보기엔 그런 애가 아닌 것 같고 한쪽 말만 듣고 아이들을 훈육할 경우 실수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손 모양 아버님은 친구 딸(중2)를 시켜 알아봤는데 손 모양의 친구가 주동자라고 했다 하더라고요. 중2 학생이 끼어들어 상황을 오판하면서 손 모양과 그 친구의 관계를 개선하기에 참으로 안좋은 상황이 되어 버렸죠.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두 아이를 불러내서 그간의 오해를 풀고 최대한 마음의 앙금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게 매번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이럴 때 저는 어떤 것도 미루어 짐작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기에 더 조심스러웠어요.

이런 일들이 친한 여학생들 사이에서 종종 일어나는데요, 타인과 갈등이 생겼을 떄 그걸 해결하는 것이 어른인 저도 쉽진 않지만, 이런 일을 계기로 아이들이 갈등이 생길 때 타인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덮고 가는 걸 배웠으면 좋겠어요.

- 그동안 일어났던 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저는 학생시절에 교칙이어서 머리를 길렀어요. 대학 내내 긴 생머리로 다녔고 강사생활 내내 긴  머리를 파마하고 다녔어요. 근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까 어느새 흰머리가 하나씩 올라오더라고요.

그런 제 머리를 보면서 아이들이 손가락질 하는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 한 명도 제외하지 않고 아이들 이름을 부르며 너희들 때문에 생긴 흰머리카락이라고 했어요. 그때 아이들 모두가 자기 이름이 불릴 때까지 숨죽여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흰머리카락을 그렇게 미화할 수가 없어서 미장원 가서 염색하거나 어떤 때는 집에서 염색을 했어요. 색이 잘 안나왔어요. 그때가 여름철이어서 더운 거예요. 그래서 커트머리로 확 잘랐죠.

그랬더니 학생들 표정이 묘했어요. 저학년 학생일수록 단발령 때문에 머리카락이라도 잘린 것처럼 애석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더라고요. 특히 초3 한 학생은 왜 잘랐냐며 울더라고요 ㅎㅎ. 그런 애들을 보면 '나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무의식 중에 저를 엄마라거나 할머니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기 떄문이죠.

- 강사로 산다는 건 본인에게 있어서 무슨 의미인가요?
"저는 이제까지 많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지금 만나고 있구요. 넘어져서  다치거나 서로 싸우거나 아프거나 등등 매일 일어나는 일들을 처리해 가면서 저는 많이 배워 나갑니다.

맨날 조는 아이를 보며 예전 같으면 게으르고 불성실하고 한심한 놈이라고 비난했겠죠. 하지만 지금은 졸고 있는 그 순간에도 그 아이는 자신을 어찌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음을 이젠 알아요. 그래서 기다려줘야 한다는 걸 압니다.

옛날에 무례하고 폭력적인 아이는 감당하기 어려워서 미워했었어요. 그러나 그들도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한 사람인 걸 이젠 압니다. 그런 아이들이 자신을 추스려 다른 아이들을 좋은 쪽으로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경우도 봤어요.

교육은 단번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 시스템이에요. 그리고 겉으로 비쳐지는 게 다가 아님을 이젠 압니다. 모든 성장에 대한 믿음은 또 다른 인간인 저의 성장을 믿는 것이기에 저는 그 믿음을 지킵니다. 저는 오늘도 강사로 그들 옆에 설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정말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인터뷰하면서 나도 그녀처럼 아이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 이해하고 열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고 그들을 통해 나도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그:#팀프로젝트, #오 마이 피크닉, #사람기사, #학원강사, #학습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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