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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상경한 학생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전국에서 상경한 학생들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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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오후 2시, 필자는 대학로에서 만나기로 한 손가락혁명군 깃발을 찾았다. 어느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 연초록 대형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때마침 낯이 익은 성남시의원이 맞아주어서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정종삼 의원은 "이재명 성남시장님도 곧 도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왕복 6차선 차도와 인도를 가득 메운 군중들은 각양각색의 소속 깃발을 흔들면서 '박근혜는 퇴진하라'등의 구호를 연호하고 있었다.

어렵사리 근처의 한쪽 모퉁이 돌 개단에 기대어 앉아서 옆에 있는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 과 스스럼없이 눈인사를 하게 되었다. 안양 모 교회에서 참석했다는 노신사는 "설마 이렇게 많은 인파가?..."하면서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란 제스처를 보이기도 하였다.

2시 30분께부터 군중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징, 꽹과리, 북, 상모 꾼 등으로 구성된 농악의 리듬에 따라 을지로3가 대로를 지나서 광화문 쪽으로 행진하는 동안 노변에 선 많은 시민들을 봤다. 그들은 태극기와 '박근혜 퇴진·새누리당 해산' 등의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저마다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군중이 움직이는 동안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동용 마이크 차에서 길잡이로 소신을 토로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박근혜의 퇴진 없이는 어떤 수습책도 미봉책이 될 뿐, ''2선 후퇴나 책임총리' 등, 저들의 작전에 말려들면 역 공을 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늘의 정치문제해결은 일부 야당이 아닌 국민이 직접 행동으로 나서야 하며, 박근혜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을지로 입구에서부턴 박원순 서울시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평소에 그의 목소리가 저렇게 컸던가 싶을 정도의 웅장한 목소리가 온 거리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박근혜의 하야 퇴진만이 구국의 길"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현 대통령이 하야 할 경우, 60일 내에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데, 일부 사람들은 대선후보군에 현 지자체장은 자격이 없는 데에도 하야를 주장하느냐는 질문이 있다"면서 "이 나라의 위기가 풍전등화인데 내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정치계산을 따로 하겠느냐며 반문했다"고 토로했다.

4시께 청계천 다리에 도착하였다. 잠시 지친 다리도 쉴 겸사겸사 대열이 쉬는 동안 노점상의 꼬치안주와 소주 잔을 기웃거리다가 옆에 앉은 50대의 손각(가명)이라는 분과 통성명하게 되었다.

그는 베레모를 쓰고 망원렌즈까지 장착한 기능성 카메라도 갖고 있었다. 작가냐고 필자가 묻자 아니라고 그는 겸손하게 도리질을 쳤다.

한두 잔 하다 보니 어느 듯 대화는 무르익어 갔고, 어렵지 않게 요즘 난시국에 대한 정치성 발언이 회자 되어갔다. 누가 먼저 꺼낸 말인지는 기억이 안남지만 '아무개가 2중대인가? 아닌가?'란 대목에 대화가 미치자, 예민한 대목이어서인지 두 사람이 똑같이 조심스러웠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한 허기를 겨우 소주 몇 잔으로 챙기고 자리를 일어섰다. 인파에 차여서 군중의 진행 속도는 더욱 늦어졌다. 5시 30분경에야 서린동 동아일보 사옥 앞 6차선 차도에 도착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세종로까지 이어진 군중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은 인파에 막혀서 더 이상은 진척이 불가능했다. 어스름 땅거미가 내려앉는 이곳저곳에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어머니, 유치원 아이 또래의 아이들도 참석하여 앉을 자리를 챙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광화문 쪽에서 마이크 소리가 하늘을 가르고 울려 퍼져왔다.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구호소리가 들리는 와중에서 갑자기 "이재명이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왔다. 어렵사리 비집고 찾아 가보니 3차선 차도 한복판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이곳저곳 이재명 성남시장이 자리를 옮기는 족족 이재명을 연호하는 구호가 끊기지 않았다.

뉴스타파(권오준PD), TBS (오정원기자)외 다른 기자와의 회견을 지켜보다가 필자는 지쳐서 귀가 길에 오르고 말았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훨씬 못 미친, 그런 대로의 아쉬움을 달랬다.

13일 아침뉴스를 보니 지난 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민중 총궐기에 참가한 총 인원이 100만 명 이상이라 한다.

온 국민은 풍전등화 앞에 놓인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전국 방방곡곡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새삼 '생즉사사즉생'이란 선조들의 명언을 다시 한 번 되뇌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태그:#박근혜, #대통령, #하야, #퇴진, #100만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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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외국어번역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계층으로부터 많은 정보를 접하기도 하여 만평을 적어보고자 회원에 가입했고 그간 몇 꼭지의 기사를 올린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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